한산도함서 14일 진도 가사도 섬주민 얀센 백신 접종
바다 위 해군 함정 백신 접종센터…군사작전 하듯 긴장감
바다 위 해군 함정에 차려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백신 접종센터에는 긴장감이 흘렸다.

군사작전을 하듯 주민 수송부터 접종에 이르기까지 일사불란하게 진행했다.

해군은 14일 오전 9시 40분 의료기관이 없는 낙도인 전남 진도군 조도면 가사도 선착장으로 고속단정(RIB)을 보냈다.

이 단정은 가사도와 성남도 사이 해역에 닻을 내리고 해상 백신 접종센터를 설치한 해군 한산도함(4천500t급)에서 출발, 5∼6㎞를 달려왔다.

해군은 사전 혈압 등을 체크하고 문진표를 작성하고 대기하던 백신 접종 대상 주민을 태우고 함정으로 되돌아왔다.

거동이 자유로운 주민은 함 옆 사다리를 이용해 접종 센터가 설치된 함 격납고로 안내했다.

다리 수술로 휄체어를 탄 문창미(81) 할머니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센터로 모셔왔다.

해군은 가림막 등을 설치해 접종 구역과 이동 동선을 분리해 놓은 접종센터에 도착한 주민들에 대해 신분 확인, 문진표 작성, 군의관 예진을 한 후 백신 접종에 들어갔다.

백신을 맞은 주민들은 안전모를 쓴 채 대기 장소에서 30분간 기다렸다.

이상이 없는 주민은 다시 단정을 타고 섬으로 돌아가는 등 온종일 접종이 순조롭게 진행됐다.

이날 백신 접종 대상 주민은 80여명이다.

바다 위 해군 함정 백신 접종센터…군사작전 하듯 긴장감
해군은 애초 9시부터 접종에 나설 계획이었다.

그러나 해상에 낮게 낀 해무 등으로 백신 접종 후 이상 반응이 나타날 수 있는 응급 환자 이송에 대비한 해경 헬기 이륙이 늦어져 1시간 정도 지연됐다.

지난 11일 목포항 대불부두에서 코로나19 백신수송지원본부, 전라남도와 공동으로 한산도함을 동원해 모의훈련도 했던 해군 의료진 얼굴에는 긴장감이 흘러내렸다.

함정 센터에는 군의관 1명과 의무부사관 4명 등 총 5명의 의무인력이 배치됐다.

2∼8℃를 유지해야 하는 얀센 백신 보관용 냉장고도 구비됐다.

거동이 불편한 주민을 위해 휠체어를 비치하고 관찰 장소에도 간이침대, 담요 등 편의용품을 준비하는 등 꼼꼼하고 세심한 준비가 돋보였다.

이동 동선에는 안내요원을 배치했고, 함정 구조물과 돌출부 등에 주민 안전을 위한 완충재와 안전 표지판을 부착하는 등 안전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

백신 접종을 담당한 의무부사관 이하은 하사는 "도서주민을 코로나19로부터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어 뿌듯하며 영광스럽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이 함정에서는 30세 이상 주민 638명에 대해 30일까지 접종을 한다.

의료기관이 없어 차와 여객선을 번갈아 타고 육지 병원으로 이동해 백신을 맞아야 하는 섬 주민의 번거로움을 덜어주고자 사상 첫 함정에 백신 접종 센터를 차린 것이다.

주민들은 1회 접종만으로 면역력을 확보할 수 있어 이동 불편이 많은 섬 주민들에게 적합한 것으로 평가된 얀센 백신을 맞았다.

조완희(중령) 함장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은 군의 가장 중요한 임무"라며 "도서지역 주민 백신접종 지원 임무를 한 치의 빈틈없이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