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은의 정밀의료 이야기] 생체 분자영상, 신약 개발 앞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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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상은 서울대 의대 핵의학교실 교수겸 비아이케이테라퓨틱스 대표
글로벌 의약품 시장 규모는 올해 1조5000억 달러로 2014년보다 50% 커질 것으로 예상되나, 같은 기간 성장률은 9%에서 6%로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신약 허가 건당 연구개발(R&D) 비용이 평균 26억 달러로 10년 전에 비해 2배 이상 높아지고, 전통적인 신약 개발 방식으로는 신약 개발의 성공률(임상시험 성공률 10% 미만)과 소요기간(10~15년)의 획기적인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신약 개발에 새로운 기술을 수혈하고 이를 통한 패러다임 전환 없이는 제약산업의 저성장 위기를 피하기 어렵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동물실험으로 희생되는 실험동물 수는 연간 1억5000만 마리에 달한다. 국내도 동물실험에 사용된 실험동물 수가 매년 370만 마리를 넘는다. 이에 따라 동물실험 윤리에 대한 국제적인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바로 ‘3R 원칙’(Replacement, Reduction, Refinement)이다. 비동물실험으로 대체하고, 실험에 사용하는 동물 수를 줄이고, 실험과정에서 동물의 고통을 최소화하라는 것이다.
대안으로 떠오르는 생체 분자영상
신약 개발에서 생체 분자영상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 이를 이용하여 신약 개발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고 데이터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동물실험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생체 분자영상이란 생체에서 분자 및 세포 수준에서 일어나는 생물학적 프로세스를 시각화·특성화·정량화 하는 것을 말한다.
유전자 발현, 단백질 상호작용, 신호전달, 세포 이동, 혈류, 대사, 생합성 등의 생물학적·생화학적 파라메터를 시각화, 특성화, 정량화 할 수 있다. 핵의학 방사성추적자영상, 광학 영상, 자기공명영상(MRI), 초음파영상, 광음 향영상 등을 이용한다.
생체 분자영상을 이용하면 기존의 X선 영상, X선 CT 영상과 같은 구조영상으로는 평가하기 어려운 생리적, 병리적 상태에 특이적인 분자 및 세포 수준의 생화학적·생물학적·기능적 변화를 평가할 수 있다.
신약 개발에 생체 분자영상을 이용하면 다음과 같은 장점이 있다. 첫째, 실험동물 등 개체를 희생시키거나 침습적인 처치를 하지 않기 때문에 동일 개체에서 종적·연속적 영상을 실시간으로 얻을 수 있다.
둘째, 영상 분석을 통해 약동학·약력학·효능의 파라메터를 정량화 할 수 있다. 셋째, 동일 개체에서 약동학 및 약력학 데이터의 시간 함수를 구할 수 있다.
따라서 데이터의 통계적 파워를 높일 수 있으며 연구에 필요한 개체 수를 줄이고 데이터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넷째, 약물 표적 및 비표적 전신 장기 또는 조직의 약동학을 비침습적,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생체 분자영상의 장점을 신약 후보 물질의 약동학·약력학·효능 평가에 활용하면 신약 개발의 속도를 높이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필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생체 분자영상의 신약 임상시험 비용 절감 효과는 직접 비용 절감 효과와 투자 위험 헤지 등 간접 효과를 합해 약 30%에 달한다.
신약개발 리스크 줄여주는 마이크로도즈 임상에서도 유용
비임상시험을 거쳐 선정된 신약후보물질이 임상시험에서 비임상시험과 다른 약리학적 효과를 보여 개발을 중단해야 한다면 비임상 개발에 투자한 비용, 시간,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게 된다.
이런 위험을 줄이기 위해 고안된 탐색적 임상시험(임상 0상 시험) 중의 하나가 마이크로도즈(microdose) 임상시험이다.
마이크로도즈 임상시험은 최소한의 비임상 시험 자료를 근거로 약리학적 효과를 유발하지 않는 엄격하게 제한된 양(마이크로도즈)의 신약 후보물질을 사람에게 투여하여 약동학, 약물 표적 등을 파악하고 비임상시험으로 기대했던 효과가 사람에서도 재현될 수 있는지를 평가해 임상시험 성공 가능성을 탐색하기 위한 임상시험이다.
신약 개발의 불확실성을 완화하고 개발 계속 또는 중지 결정에 도움을 준다. 이를 통해 신약 개발에 투입되는 시간과 자원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마이크로도즈 임상시험에서 투여하는 마이크로도즈는 약리학적 활성을 보이는 시험물질 용량의 100분의 1 이하로, 최대 100㎍ 이하의 투여량을 의미한다. 단백질 의약품의 최대 용량은 30nmol 이하다.
따라서 마이크로도즈 임상시험에서는 약물 농도 측정을 위해 측정 민감도가 높은 양전자단층 촬영(PET), 가속기 질량 분석법 (AMS), 액체크로마토그래피-텐덤질량분석법(LC-MS/MS) 등이 이용된다.
특히 방사성 추적자와 PET를 이용하는 생체 분자영상은 체내에서 피코몰 농도의 추적자 분포를 영상으로 구현할 수 있을 만큼 민감도가 높으며 추적자 원리에 기초하여 생체 신호를 정량화할 수 있기 때문에 신약후보물질의 약동학 및 약력학 평가에 유용하다.
PET 영상을 위해 투여하는 방사성추적자에 포함돼 있는 약물의 양은 약리학적 용량에 미치지 않는 피코몰~마이크로몰 수준에 불과한 ‘마이크로도즈’다.
따라서 마이크로도즈 임상시험으로서 방사성동위원소가 표지된 신약후보물질(방사성추적자)을 투여한 후 PET 영상을 시간 경과에 따라 연속적으로 얻으면 신약후보물질의 표적 및 비표적 전신 장기 또는 조직의 분포와 약동학을 비침습적·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살아있는 사람에게서 장기·조직의 약동학 직접 확인 가능
전통적인 임상약리학에서는 혈장 약동학 데이터로 장기나 조직의 약동학을 유추하는데 그쳤지만, PET 같은 생체 분자영상을 이용하면 살아있는 사람에서 장기 또는 조직의 약동학을 직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방사성동위원소가 표지된 신약 후보물질과 PET를 이용한 마이크로도즈 임상시험을 통해 뇌질환 신약 후보물질이 뇌혈관장벽을 통과해 뇌조직으로 들어가는지 확인해 개발 지속 여부에 결정적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생체 분자영상은 신약 후보물질의 약동학, 약력학 및 효능 평가, 영상 바이오마커를 이용한 임상시험 대상자 선별 등 비임상시험과 임상시험을 포함한 신약 개발의 전주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며 개발 가속화와 비용 절감을 위한 혁신 기술로 자리잡고 있다.
국내 의약품 시장은 글로벌 시장의 2% 미만으로 매우 작으며, 연구개발비 투자도 글로벌 투자액의 1% 미만에 불과하다. 또 국내 제약 기업의 대부분은 막대한 개발 비용과 긴 개발 시간, 높은 리스크와 불확실성을 지니는 전통적인 신약 개발 방식을 감당할 규모에 미치지 못한다.
혁신신약 개발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고 내수시장의 한계를 극복하려면 생체 분자영상과 같은 혁신적인 신약 개발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저자 소개>
김상은
서울대 의대 졸업 후, 내과와 핵의학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해 서울대 의대 핵의학교실 교수로 재직 중이다. 국내 최초로 ‘신경화학영상’을 도입했고, 세계 최초로 ‘의약품 영상’을 신약 개발 현장에 실용화했다. 오랫동안 질병 진단과 치료를 위한 분자표적 연구에 헌신했다. ELITE 약물전달기술 플랫폼을 개발했으며, 이를 활용해 항암제 등을 개발 중인 비아이케이테라퓨틱스의 대표로 있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6월호에 실렸습니다.
글로벌 신약 허가 건당 연구개발(R&D) 비용이 평균 26억 달러로 10년 전에 비해 2배 이상 높아지고, 전통적인 신약 개발 방식으로는 신약 개발의 성공률(임상시험 성공률 10% 미만)과 소요기간(10~15년)의 획기적인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신약 개발에 새로운 기술을 수혈하고 이를 통한 패러다임 전환 없이는 제약산업의 저성장 위기를 피하기 어렵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동물실험으로 희생되는 실험동물 수는 연간 1억5000만 마리에 달한다. 국내도 동물실험에 사용된 실험동물 수가 매년 370만 마리를 넘는다. 이에 따라 동물실험 윤리에 대한 국제적인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바로 ‘3R 원칙’(Replacement, Reduction, Refinement)이다. 비동물실험으로 대체하고, 실험에 사용하는 동물 수를 줄이고, 실험과정에서 동물의 고통을 최소화하라는 것이다.
대안으로 떠오르는 생체 분자영상
신약 개발에서 생체 분자영상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 이를 이용하여 신약 개발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고 데이터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동물실험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생체 분자영상이란 생체에서 분자 및 세포 수준에서 일어나는 생물학적 프로세스를 시각화·특성화·정량화 하는 것을 말한다.
유전자 발현, 단백질 상호작용, 신호전달, 세포 이동, 혈류, 대사, 생합성 등의 생물학적·생화학적 파라메터를 시각화, 특성화, 정량화 할 수 있다. 핵의학 방사성추적자영상, 광학 영상, 자기공명영상(MRI), 초음파영상, 광음 향영상 등을 이용한다.
생체 분자영상을 이용하면 기존의 X선 영상, X선 CT 영상과 같은 구조영상으로는 평가하기 어려운 생리적, 병리적 상태에 특이적인 분자 및 세포 수준의 생화학적·생물학적·기능적 변화를 평가할 수 있다.
신약 개발에 생체 분자영상을 이용하면 다음과 같은 장점이 있다. 첫째, 실험동물 등 개체를 희생시키거나 침습적인 처치를 하지 않기 때문에 동일 개체에서 종적·연속적 영상을 실시간으로 얻을 수 있다.
둘째, 영상 분석을 통해 약동학·약력학·효능의 파라메터를 정량화 할 수 있다. 셋째, 동일 개체에서 약동학 및 약력학 데이터의 시간 함수를 구할 수 있다.
따라서 데이터의 통계적 파워를 높일 수 있으며 연구에 필요한 개체 수를 줄이고 데이터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넷째, 약물 표적 및 비표적 전신 장기 또는 조직의 약동학을 비침습적,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생체 분자영상의 장점을 신약 후보 물질의 약동학·약력학·효능 평가에 활용하면 신약 개발의 속도를 높이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필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생체 분자영상의 신약 임상시험 비용 절감 효과는 직접 비용 절감 효과와 투자 위험 헤지 등 간접 효과를 합해 약 30%에 달한다.
신약개발 리스크 줄여주는 마이크로도즈 임상에서도 유용
비임상시험을 거쳐 선정된 신약후보물질이 임상시험에서 비임상시험과 다른 약리학적 효과를 보여 개발을 중단해야 한다면 비임상 개발에 투자한 비용, 시간,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게 된다.
이런 위험을 줄이기 위해 고안된 탐색적 임상시험(임상 0상 시험) 중의 하나가 마이크로도즈(microdose) 임상시험이다.
마이크로도즈 임상시험은 최소한의 비임상 시험 자료를 근거로 약리학적 효과를 유발하지 않는 엄격하게 제한된 양(마이크로도즈)의 신약 후보물질을 사람에게 투여하여 약동학, 약물 표적 등을 파악하고 비임상시험으로 기대했던 효과가 사람에서도 재현될 수 있는지를 평가해 임상시험 성공 가능성을 탐색하기 위한 임상시험이다.
신약 개발의 불확실성을 완화하고 개발 계속 또는 중지 결정에 도움을 준다. 이를 통해 신약 개발에 투입되는 시간과 자원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마이크로도즈 임상시험에서 투여하는 마이크로도즈는 약리학적 활성을 보이는 시험물질 용량의 100분의 1 이하로, 최대 100㎍ 이하의 투여량을 의미한다. 단백질 의약품의 최대 용량은 30nmol 이하다.
따라서 마이크로도즈 임상시험에서는 약물 농도 측정을 위해 측정 민감도가 높은 양전자단층 촬영(PET), 가속기 질량 분석법 (AMS), 액체크로마토그래피-텐덤질량분석법(LC-MS/MS) 등이 이용된다.
특히 방사성 추적자와 PET를 이용하는 생체 분자영상은 체내에서 피코몰 농도의 추적자 분포를 영상으로 구현할 수 있을 만큼 민감도가 높으며 추적자 원리에 기초하여 생체 신호를 정량화할 수 있기 때문에 신약후보물질의 약동학 및 약력학 평가에 유용하다.
PET 영상을 위해 투여하는 방사성추적자에 포함돼 있는 약물의 양은 약리학적 용량에 미치지 않는 피코몰~마이크로몰 수준에 불과한 ‘마이크로도즈’다.
따라서 마이크로도즈 임상시험으로서 방사성동위원소가 표지된 신약후보물질(방사성추적자)을 투여한 후 PET 영상을 시간 경과에 따라 연속적으로 얻으면 신약후보물질의 표적 및 비표적 전신 장기 또는 조직의 분포와 약동학을 비침습적·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살아있는 사람에게서 장기·조직의 약동학 직접 확인 가능
전통적인 임상약리학에서는 혈장 약동학 데이터로 장기나 조직의 약동학을 유추하는데 그쳤지만, PET 같은 생체 분자영상을 이용하면 살아있는 사람에서 장기 또는 조직의 약동학을 직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방사성동위원소가 표지된 신약 후보물질과 PET를 이용한 마이크로도즈 임상시험을 통해 뇌질환 신약 후보물질이 뇌혈관장벽을 통과해 뇌조직으로 들어가는지 확인해 개발 지속 여부에 결정적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생체 분자영상은 신약 후보물질의 약동학, 약력학 및 효능 평가, 영상 바이오마커를 이용한 임상시험 대상자 선별 등 비임상시험과 임상시험을 포함한 신약 개발의 전주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며 개발 가속화와 비용 절감을 위한 혁신 기술로 자리잡고 있다.
국내 의약품 시장은 글로벌 시장의 2% 미만으로 매우 작으며, 연구개발비 투자도 글로벌 투자액의 1% 미만에 불과하다. 또 국내 제약 기업의 대부분은 막대한 개발 비용과 긴 개발 시간, 높은 리스크와 불확실성을 지니는 전통적인 신약 개발 방식을 감당할 규모에 미치지 못한다.
혁신신약 개발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고 내수시장의 한계를 극복하려면 생체 분자영상과 같은 혁신적인 신약 개발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저자 소개>
김상은
서울대 의대 졸업 후, 내과와 핵의학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해 서울대 의대 핵의학교실 교수로 재직 중이다. 국내 최초로 ‘신경화학영상’을 도입했고, 세계 최초로 ‘의약품 영상’을 신약 개발 현장에 실용화했다. 오랫동안 질병 진단과 치료를 위한 분자표적 연구에 헌신했다. ELITE 약물전달기술 플랫폼을 개발했으며, 이를 활용해 항암제 등을 개발 중인 비아이케이테라퓨틱스의 대표로 있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6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