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이나 난치병에 비해 가벼운 질환으로 인식된 탓이다. 하지만 최근 중증 아토피피부염의 질병 코드가 신설되고, 치료제에 산정특례도 적용되면서 새 시장이 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강스템바이오텍은 아토피피부염 줄기세포치료제 ‘퓨어스템 AD주’로 이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나종천 강스템바이오텍 대표는 “중증 환자뿐 아니라 기존 치료제가 커버하지 못하는 중등도 환자에도 처방할 수 있는 저렴한 줄기세포치료제를 출시할 것”이라며 “임상 성공을 위해 치료제 제형, 실험 규모, 연구인력까지 모든 것을 바꿨다”고 말했다. 지난해 AD주의 임상 3상 실패를 딛고 내년 말까지 최종 임상에 성공하겠다는 목표다.
동결 제형으로 임상 3상 재도전
강스템바이오텍은 강경선 서울대 수의대 교수가 2010년 설립한 줄기세포치료제 기업이다. 강 교수는 2005년부터 운영한 제대혈 줄기세포사업단을 통해 줄기세포 추출 기술력을 쌓고, 이를 바탕으로 아토피피부염 줄기세포치료제 개발에 나섰다.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2019년 강스템바이오텍은 퓨어스템 AD주 임상 3상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임상 3상에 참여한 환자들이 가려움증을 완화하기 위해 보습제나 다른 약물을 혼용한 영향이 컸다. 환자 관리가 엄격하게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동결 제조한 세포치료제를 해동한 후 환자에게 투여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 세포 활성도가 낮아진 것도 임상 실패의 원인으로 꼽혔다.
강스템바이오텍은 오는 7월부터 퓨어스템 AD주의 임상 3상을 다시 시작한다. 나 대표는 “통계적 유의성을 높이기 위해 기존에 190명이던 임상 규모를 300여 명으로 늘렸다”며 “환자 구성 역시 가짜약 환자 탈락률을 최소화하기 위해 실험군과 위약군 비율을 기존 1 대 1에서 2 대 1로 변경했다”고 말했다. 강스템바이오텍은 임상이 끝난 후 위약군에 있는 환자에게 AD주를 맞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해 탈락률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약효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제형도 바꿨다. 이전 임상 3상에서는 영하 130℃ 이하로 동결 제조한 치료제를 공장에서 해동한 뒤 병원으로 옮겼다. 이렇게 하다 보니 해동 후 환자에게 실제 투여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게는 하루 정도 걸렸다. 활성화된 세포를 상온에 두면 시간이 갈수록 세포 활성도가 낮아져 약효가 떨어진다. 강스템바이오텍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딥 프리즈(deep freeze)’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보관시설을 통해 병원까지 동결 제조된 상태로 옮기는 방식으로 바꿨다. 해동 후 투여까지 걸리는 시간을 2시간 내외로 대폭 줄인 것이다.
연구개발(R&D) 인력도 확충했다. BMS 등 다국적 제약사에서 근무하던 배요한 전무를 임상 개발 총괄로 영입한 게 대표적이다. 임상 관련 인력은 물론 RA(인허가 담당)와 PV(약물 감시 담당) 인력도 확충했다. 나 대표 역시 교와기린, 바이엘쉐링파마 등 글로벌 제약사들을 거친 후 강스템바이오텍의 임상 재개를 이끌기 위해 지난해 11월 영입됐다.
“세포치료제 장점 극대화…듀피젠트 사용자도 공략 가능”
강스템바이오텍은 내년 말까지 AD주의 임상을 마치고 2024년 신약 허가 신청을 할 예정이다. 현재 국내 중증 아토피 치료제 시장은 프랑스 제약사 사노피젠자임이 개발한 생물의약품 ‘듀피젠트’가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강스템바이오텍은 ‘단일 투여’로 승부를 볼 계획이다. 듀피젠트는 약효를 유지하려면 수차례 투여를 해야 하지만, AD주는 세포치료제이기 때문에 1회만 투여해도 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투여 횟수가 줄어든 만큼 가격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 1월부터 중증 아토피 치료제에 산정특례(정부가 희귀 및 중증난치질환 환자들의 본인 부담률을 낮춰 진료비 부담을 완화해주는 제도)가 적용된 것도 호재다. 급여가 적용될 경우 AD주의 1회 투여 가격은 수백만 원대 정도로 예상된다.
줄기세포치료제 특유의 안정성도 장점이다. 듀피젠트의 경우 특정 수용체를 차단하는 방식으로 아토피 증상을 완화한다. 이에 비해 AD주는 각 세포들이 갖고 있는 능력을 기반으로 여러 수용체를 건드리며 ‘항염증 작용’을 유도한다.
예컨대 AD주는 NOD2·인터루킨4 수용체 등을 통해 염증성 사이토카인을 인지하고, TGF-β·프로스타글란딘 E(PGE2) 등 면역조절인자 분비를 촉진한다. 이들은 염증 반응을 강화하는 ‘비만세포(mast cell)’를 억제한다. 이와 동시에 중간엽줄기세포(MSC)를 통해 상피세포성장인자(EGF)를 분비해 피부각질세포가 아토피성 인자인 ‘흉선활성화조절케모카인(TARC)’을 분비하는 것을 억제한다. 이처럼 AD주는 다양한 면역조절 요인을 통해 면역체계의 균형성과 항상성을 유지해주기 때문에 안전성과 효과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나 대표는 “듀피젠트에 면역력이 생겨 약효가 듣지 않는 환자들이나 중증까지는 아닌 중등도 환자까지 AD주로 공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류머티즘·골관절염 치료제도 순항
강스템바이오텍의 계획은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AD주의 3상 임상이 마무리될 즈음 해외 파트너사와의 협력을 통해 글로벌 진출도 꿈꾸고 있다. 기술수출도 여러 기업과 논의 중이다.
다른 세포치료제 개발도 순항 중이다.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인 ‘퓨어스템 RA주’는 최근 임상 1상을 마쳤다. 이달 안에 2a상 투약을 끝낼 예정이다. 골관절염 치료제 ‘퓨어스템 OA주’는 올해 1상과 2a상 시험계획을 신청하고, 내년 초 임상을 개시할 예정이다. 대부분의 골관절염 치료제가 고통을 줄여주는 데 집중하는 것과 달리, OA주는 근본 치료를 목표로 한다. 최근 동물실험을 통해 유효성을 확인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강스템바이오텍은 보유한 줄기세포 생산시설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기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나 대표는 “해외 진출을 위해서는 ‘글로벌 우수의약품 품질관리 기준(cGMP)’을 반드시 충족해야 하는 만큼 올해를 ‘cGMP 원년’으로 삼고 차곡차곡 준비할 것”이라며 “줄기세포 기반 치료제를 개발 중인 스타트업들을 위해 위탁개발생산(CDMO)까지 사업을 넓히겠다”고 강조했다. 이선아/이주현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6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