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자산운용이 ‘비메모리 반도체’ 테마를 앞세워 주식형 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 뛰어든다. 지난달 25일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 등 4개 운용사가 총 8개의 주식형 액티브 ETF를 상장시킨 데 대한 대응이다.

올해 상반기 증시를 지배한 테마는 ‘반도체 쇼티지(공급 부족)’였다. 아날로그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DB하이텍 주가는 올 들어 3주 만에 40%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반도체 쇼티지’라는 테마에 투자할 수 있는 ETF는 없었다. KB자산운용이 첫 액티브 ETF 상품으로 비메모리 반도체를 선택한 배경이다.

비메모리 밸류체인에 집중 투자

비메모리 집중 투자 ETF 나왔다
KB자산운용은 10일 KBSTAR비메모리반도체액티브ETF를 상장시킨다고 9일 발표했다. 비메모리 반도체에 집중한 상품으로 iSelect비메모리반도체지수를 추종한다.

기존에도 반도체 ETF는 있었다. KODEX반도체 ETF, TIGER반도체 ETF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ETF는 KRX반도체지수를 추종한다. KRX반도체지수는 SK하이닉스(21.0%) DB하이텍(6.8%) 원익IPS(5.9%) 리노공업(5.7%) 고영(5.4%) 등을 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편입하고, 삼성전자는 담고 있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SK하이닉스는 비메모리 반도체 매출 비중이 2%에 불과할 정도로 메모리 반도체에 집중된 사업 구조를 갖추고 있다. SK하이닉스 비중이 크기 때문에 해당 ETF는 메모리 반도체 업황을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

반면 iSelect비메모리반도체지수는 비메모리 반도체 밸류체인에 집중했다. SK하이닉스는 담지 않고, 삼성전자는 포함한다.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 설계부터 수탁생산(파운드리)까지 하는 종합반도체회사다. 지수는 삼성전자(12.9%)뿐만 아니라 DB하이텍(11.3%) 리노공업(9.2%) 실리콘웍스(5.9%) 이오테크닉스(5.6%) 등도 높은 비중으로 담고 있다. 시장에서 핫한 비메모리 반도체 관련주임에도 편입 비중이 작아 지수값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점을 고려해 중소형주 편입 비중을 높였다.

AI가 고르고, 애널리스트가 검증

지수를 구성하는 종목을 선별하기 위해 인공지능(AI)과 리서치센터 애널리스트가 힘을 모았다. AI 기반 리서치 플랫폼 전문업체 딥서치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사업보고서 및 공시, 증권사 보고서, 각 기업 관련 기사 등 각종 데이터를 모두 수집한 뒤 비메모리 관련 키워드를 입력해 종목을 선별하고 점수를 매겼다. 그리고 증권사 반도체 담당 애널리스트와 지수위원회가 이들 종목을 검증해 34개 최종 편입 종목 및 비중을 결정했다.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iSelect비메모리반도체지수 수익률은 코스피지수는 물론 KRX반도체지수 수익률도 한참 웃돌았다. 4월 30일 기준 KRX반도체지수의 연간 수익률은 65%, 3년 수익률은 47%인 데 비해 iSelect비메모리반도체지수 수익률은 각각 93%, 108%에 달했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 수익률은 62%, 25%에 불과했다.

액티브 ETF인 만큼 KB자산운용이 경쟁력, 시장 점유율, 미래 사업 확장성, 재무 안정성을 고려해 투자 종목과 비중을 조정한다. 예를 들어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려고 하는 SK하이닉스를 추가로 편입할 수도 있다. 비교 지수와의 상관계수가 0.7을 유지하면 된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