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에서 아랫집은 윗집이나 관리소장에게 정확한 해결책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 아픔과 고통에 귀 기울이고 관심 있게 지켜봐 주는 것을 바란다.
층간소음 해결의 출발점은 아랫집의 마음을 잘 헤아리고 이해하는 것이다.
"
층간소음 전문가로 알려진 차상곤(47) 주가문화개선연구소장은 최근 출간된 대중 교양서 '당신은 아파트에 살면 안 된다'(황소북스)에서 이같이 주장한다.
그는 20년 이상 6천여 건의 분쟁을 중재한 경험을 바탕으로 피해자인 아랫집의 입장에서 사안을 바라볼 것을 주문한다.
책은 층간소음 해결을 위해 윗집과 아랫집, 관리소장이 마주 앉을 경우 대화의 중심은 아랫집이 되도록 하고, 윗집과 관리소장은 귀를 기울여주는 게 좋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저자는 "층간소음이 발생하면 윗집에 초점을 맞춰 상담을 진행하고 민원을 해결하려 하는 건 올바른 접근 방법이 아니다"라며 "층간소음이 있고 없고는 윗집이 아니라 아랫집이 결정한다.
즉 해결의 키는 아랫집이 쥐고 있다"고 주장한다.
책은 윗집에서 씨름 선수 10명이 있는 상황을 가정하며 "덩치 큰 씨름 선수들이 생활하며 내는 소음은 상상만 해도 어마어마할 것"이라고 말한다.
덩치가 큰 씨름 선수들이 실내에서 이동할 때 뛰거나 큰 소리를 내고, 러닝머신 등 운동기구를 계속 사용하며, 빨래 때문에 24시간 내내 세탁기를 쓰는 경우를 예로 들면서 "아마 아무리 둔감한 사람도 견디기 힘들 지경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런 상황에서 아랫집 사람이 밤늦게까지 떠드는 소리가 들리고 가끔 아령 같은 것이 '쿵' 하고 떨어지는 소리도 들리지만 괜찮다고 한다면 층간소음 분쟁은 없다고 이야기한다.
다만 층간소음은 개인마다 느끼는 정도가 다르고 아랫집의 민감력과 둔감력도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아기의 발걸음 소리를 천둥소리 같다고 느끼는 아랫집이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는 말도 덧붙인다.
저자는 '아랫집 피해자들의 대변인' 또는 '아랫집 사람의 마지막 희망이자 최후의 보루', '아랫집의 구세주' 등으로 불린다.
하지만 정작 저자는 아랫집이나 윗집의 편이 아니며 피해자의 편으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말한다.
책은 층간소음에 노출됐다고 생각하면 하루라도 빨리 소음 유발자인 윗집을 만나 대화를 시도하라고 조언한다.
층간소음의 골든 타임은 180일(6개월)이며, 이때를 놓치면 고통이 점점 커지기 때문에 메모와 인터폰을 이용하거나 관리소장 또는 보안요원을 통해 만나는 방법도 추천한다.
또 정부가 시공사가 아닌 소비자 입장에서 정책을 수립하고, 층간소음을 하자로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관리소장은 층간소음 전문 교육을 반드시 이수해야 하고 지속적인 층간소음 방송 안내와 홍보를 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한다.
책은 층간소음에서 완전한 해결이란 없다는 주장도 내놓는다.
분쟁 중인 어느 한 집이 이사해야 끝나며, 때에 따라서는 새로 이사 온 집 때문에 심한 싸움을 치를 수도 있다고 말한다.
다만 상호 간의 비난을 멈추고, 소음의 범위와 한계를 정하고 서로의 노력을 인정하며, 만족의 기대치를 낮추고, 서로 이해하는 마음을 가진다면 윗집과 아랫집이 평화롭게 지낼 수 있을 거라고 제언한다.
332쪽. 1만8천 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