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희생양에서 친환경 에너지기업으로 전환…'아이러니' 평가도

'미운 오리 새끼'였던 두산중공업이 소형모듈원자로(Small Modular Reactor·SMR)와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바탕으로 '백조'로 거듭나고 있다.

현 정부의 탈원전 여파를 고스란히 떠안았던 두산중공업은 그룹 차원의 재무구조 개선과 수소·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결과 최근 부활 조짐을 보인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 더해 한미원전협력 등 호재가 이어지면서 두산중공업의 장래는 더욱 밝아질 전망이다.

미운오리새끼서 백조로…두산중, SMR·신재생에너지로 부활 조짐(종합)
◇ 유동성위기 극복 후 부활 조짐…'아이러니' 평가도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은 국내에서 원전 설비를 공급하는 유일한 대기업으로, 원전 관련 매출 비중이 20~25%에 이른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 탈원전 정책이 본격화하면서 두산중공업은 직격탄을 맞고 적자의 늪에 빠졌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까지 덮치자 유동성 위기에 빠진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초 주가가 2천 원대로 떨어지면서 시가총액이 6천억 원대로 쪼그라들었다.

이에 두산그룹은 3조 원 규모의 재무구조 개선계획(자구안)을 마련했고, 두산중공업의 '아우' 기업이었던 두산인프라코어와 주요 자산인 두산타워 등이 매각됐다.

지난해 말에는 1조2천억원 규모의 두산중공업 유상증자도 실시됐다.

그러던 두산중공업은 올해 초 잇따른 해외수주와 원전 산업 회생 기대감으로 반전의 계기를 맞았다.

두산중공업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 3천721억원, 순이익 2천481억원을 기록하며 11분기만에 흑자로 전환했다.

또 한미정상회담에서 해외원전시장 공동진출이 합의되고, '2021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에서 두산중공업의 해상풍력발전이 녹색 성장의 대표 사례로 소개되면서 부활 속도에 탄력이 붙었다.

결국 두산중공업의 주가는 지난 4일 기준 2만5천100원까지 치솟으며 시총도 10조6천43억원으로 불어났다.

업계 관계자는 "탈원전 희생양으로 여겨졌던 두산중공업이 현 정부의 한미원전협력이나 친환경 정책에 힘입어 부활의 발판을 마련한 것은 어찌 보면 아이러니"라고 말했다.

미운오리새끼서 백조로…두산중, SMR·신재생에너지로 부활 조짐(종합)
◇ '한치 앞 내다본' SMR 투자…한미협력에 기대감 '솔솔'
두산중공업의 부활에는 차세대 원전인 SMR과 가스터빈·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꾸준한 투자가 한몫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두산중공업은 탈원전 여파에도 2019년 미국의 원자력발전 전문회사인 뉴스케일파워와 SMR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IBK투자증권 등 국내 업체들과 4천400만 달러를 투자했다.

SMR은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냉각재 펌프, 가압기 등 주요 기기를 하나의 용기에 일체화시킨 소형 원전으로, 기존 원전보다 안전성과 활용성이 크게 높아진 것이 특징이다.

미국 부호 빌 게이츠도 원전기업 테라파워를 설립해 미국 내 SMR 상용화를 약속한 바 있다.

SMR은 국내에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의 발언과 한국과 미국의 해외원전시장 공동 진출 합의를 계기로 대형 원전의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내년 상반기 미국 아이다호주에 건설되는 SMR의 핵심기기를 공급할 예정으로, 수주 규모는 1조5천억 원에 이른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최근 신규 원전을 러시아와 중국이 독점하면서 전통적 원전 강국인 미국과 한국이 손을 잡게 됐다"면서 "그런 면에서 두산중공업의 SMR 시장 진출은 주목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운오리새끼서 백조로…두산중, SMR·신재생에너지로 부활 조짐(종합)
◇ 수소가스터빈·풍력으로 부활 박차
두산중공업은 2025년까지 신재생에너지 관련 사업 비중을 60%까지 확대한다는 계획 아래 수소 가스터빈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먼저 가스터빈은 가스를 태워 전기를 생산하는 대표적 친환경 발전기로, 두산중공업은 가스터빈 원천 기술 개발을 위해 2013년부터 1조원을 투자해 2019년 세계 5번째로 270MW(메가와트)급 가스터빈 국산화 모델 개발에 성공했다.

두산중공업은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수소 가스터빈 개발에도 착수했는데 최근 울산시와 한국동서발전, SK가스와 함께 '차세대 친환경 수소 터빈 실증 사업'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해상풍력도 두산중공업이 독보적 기술력을 가진 분야다.

두산중공업은 2011년 아시아 최초로 3MW급 해상풍력발전기를 개발해 국제인증을 받았고, 2019년에는 5.5MW급의 인증을 획득했다.

또 내년까지 8MW급 개발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현재 국내에는 총 130.5MW의 해상풍력기가 설치됐는데 이중 두산중공업은 3분의 2인 96MW(탐라 30MW·서남해 60MW·군산R&D 3MW·월정R&D 3MW)를 차지하고 있다.

또 두산중공업은 이날 한국전력기술과 100MW(메가와트) 규모의 제주한림해상풍력 기자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액은 1천900억원 정도로, 5.56MW급 해상풍력기 18기가 공급된다.

전북 서남권 사업도 두산중공업이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정부는 2030년까지 국내 해상풍력 용량을 12GW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라면서 "2025년 해상풍력에서만 연 매출 1조원 이상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