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진 붕괴한 SSG 구원…두산전 8이닝 1실점으로 연패 탈출 견인
"시즌 초반 몸 상태 문제로 부진…앞으로 많은 이닝 책임질 것"
SSG 폰트, 미운오리에서 백조로…"제구력 회복해 자신감 충전"
SSG 랜더스의 외국인 투수 윌머 폰트(31)는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최악의 모습을 보였다.

그는 어깨 통증으로 단 한 차례도 시범경기를 치르지 못하고 정규시즌 개막을 맞았다.

시즌 초반에도 불안한 모습은 계속됐다.

프로야구 데뷔전이었던 4월 7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2이닝 동안 4실점 하며 와르르 무너졌다.

150㎞대 강속구는 상대 타자가 공략하기 쉽게 한가운데로 몰렸고, 변화구는 스트라이크존 안으로 넣지 못했다.

폰트는 극심한 제구력 난조를 보이며 상대 타자들의 먹잇감이 됐다.

일각에선 지난해 최악의 모습을 보여준 리카르도 핀토를 연상케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폰트의 4월 성적은 4경기 1승 1패 평균자책점 5.00. 낙제점에 가까웠다.

6이닝 이상을 던진 건 딱 한 번뿐이었다.

4월 30일 두산 베어스전에선 선발로 예고됐다가, 갑작스러운 목 담 증세로 마운드에 서지 못했다.

SSG의 외국인 선수 잔혹사가 이어지는 듯했다.

교체까지 생각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그러나 폰트는 핀토와 달랐다.

그는 담 증세로 전력에서 이탈해 있는 동안 개선해야 할 점을 빠르게 찾았다.

그는 시즌을 다시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밸런스를 찾는 데 집중했다.

폰트는 19일 만에 등판한 지난달 14일 롯데 자이언츠전부터 전혀 다른 투구를 펼쳤다.

팔 스윙 속도를 높이는 방법으로 구속을 150㎞대 후반으로 끌어올렸고, 커브도 스트라이크존으로 던지기 시작했다.

폰트는 "목 부상 등으로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는데, 회복 훈련 등을 통해 컨디션을 끌어올렸다"라며 "정상 컨디션을 찾아 자신감도 생겼다"고 말했다.

폰트는 가장 중요한 순간에 제역할을 했다.

그는 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원정경기에 선발 출전해 8이닝 동안 105개의 공을 던지며 5피안타 무사사구 12탈삼진 1실점(1자책점)으로 팀의 4-1 승리를 이끌었다.

최고 구속 158㎞의 직구와 절묘하게 제구되는 커브가 인상적이었다.

SSG는 최근 아티 르위키, 박종훈, 문승원 등 주축 선발 투수 3명이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선발진이 완전히 붕괴한 상태였는데, 폰트가 기대 이상의 호투를 펼치며 침체한 팀 분위기를 다시 끌어올렸다.

폰트는 경기 후 "최근 (선발투수들의 잇따른 조기 강판으로) 불펜 소모가 많았다"라며 "많은 이닝을 책임지기 위해 공격적으로 공을 던졌다"고 밝혔다.

아울러 "올 시즌 초반 안 좋은 몸 상태 때문에 변화구 제구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는데, 지금은 기술적으로 안정을 찾았다"고 덧붙였다.

폰트는 지난해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류현진과 한솥밥을 먹은 인연이 있다.

폰트는 SSG와 계약한 뒤 "미국에서 류현진과 한국식 치킨을 먹었는데 굉장히 맛있었다"라며 인상적인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이날 '한국에서 치킨을 많이 먹고 있나'라는 질문에 "물론이다.

일주일에 두 번씩 먹고 있다"라며 빙그레 웃었다.

마침 SSG가 르위키를 퇴출하고 새로 영입한 외국인 투수 샘 가빌리오도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토론토에서 뛴 인연이 있다.

폰트는 가빌리오에 관해 "같은 팀에서 뛰어 잘 알고 있다"라며 "좋은 선수인데, 우리 팀에 큰 도움을 줄 것 같다"고 기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