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안전보장 여건 조성해줘야…남북러 3각협력이 도움될 것"
"러중 양자협력 확대" 입장도 표명…"일본에 美미사일 배치 우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한국시간 5일) 북핵 문제는 북한을 숨이 막히도록 압박하거나 제재를 강화하는 방법으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SPIEF) 행사의 하나로 진행된 세계 주요 뉴스통신사 대표 화상회의에 참석해, 북핵 문제 해법을 묻는 조성부 연합뉴스 사장의 질의에 답하면서 이 같은 견해를 표시했다.
푸틴 대통령은 "북핵문제는 한국뿐만 아니라 동북아시아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아주 중요하고 민감한 것"이라면서 "이 문제는 당신과 우리의 주요 관심사"라고 운을 뗐다.
푸틴은 "나는 이미 여러 차례 이 문제에 대한 러시아의 입장을 명확히 했었다"면서 "우리는 대량살상무기의 세계적 확산에 단호히 반대하며 북한 친구들을 포함해 모두가 이것을 알고 있다"고 상기시켰다.
이어 "동시에 이 문제의 해결은 북한 '질식'이나 추가적 대북 제재 방식이 아니라 오히려 북한인의 안보를 보장해 줄 여건 조성 방식에 기반해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에 주의를 기울이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런 태도에 따라 행동하고 지속성과 인내, 문제를 해결하려는 열망을 모을 때만 우리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실제로 이런 길을 가려는 시도라도 있었던 지난 몇 년 동안 우리는 북한 지도부의 긍정적 반응을 포함한 긍정적 경향들을 볼 수 있었다"면서 "하지만 이후 북한 파트너들과 무엇보다 미국 파트너들이 이전에 스스로 맡았던 의무들에서 멀어졌고 이는 새로운 긴장 고조를 초래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럼에도 "러시아를 포함한 우리 모두가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적의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싶다"면서 "그 일환으로 우리에겐 우선적으로 경제 분야에서 3각 협력 프로그램이라는 도구가 있다"고 남북러 3각 협력 사업 이행에 대한 기대를 밝혔다.
그는 "그것들은 아직 실행되지 않고 있지만 우리는 함께 프로젝트들의 실현을 위해 일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이는 정치 분야 문제(북핵 문제)를 해결하는데 좋은 조건을 만들어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그동안 논의돼온 방한 계획에 대한 조성부 사장의 질문에 대해선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남쿠릴열도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을 놓고 영유권 분쟁을 겪고 있는 일본과의 평화조약 체결 논의를 계속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는 "일본 입장은 2개섬 (반환에 대해) 얘기하던 1956년부터 아주 자주 변해왔고 이제 4개 섬에 대한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면서 "하지만 러시아는 한 번도 그것에 동의한 적이 없고 소련도 그랬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해 개정된 러시아 헌법에 '영토 이전 불가' 조항이 신설된 것과 관련, "우리 헌법에 수정이 가해진 것이 사실이고 이를 고려해야 하지만 (이 때문에 일본과의) 평화조약과 관련한 대화를 중단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푸틴은 다만 일본에 배치될 가능성이 있는 미국의 미사일 시스템이 러일 간 평화조약 체결 협상에 걸림돌이 될 수 있음을 거듭 경고했다.
그는 "일본의 동맹국(미국)이 현대적 미사일 시스템을 일본에 배치하려는 계획에 러시아도 관심이 크다"면서 "우리는 항상 이 미사일 시스템이 러시아를 위협할 만한 거리에 배치되지 않을까 하는 문제를 제기했지만, 아직 분명하고 확실한 대답은 얻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은 중국과의 협력 관계는 한층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러·중 관계는 전례 없는 수준으로 발전해왔고 공통의 관심사가 많다"면서 "우선순위가 경제협력인데, 양국 간 교역 규모가 지난해 1천40억 달러를 기록했고, 2024년에는 2천억 달러 규모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아울러 항공우주 및 달 탐사, 원자력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으며, 경제뿐만 아니라 인적교류와 환경보호 분야의 협력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중국이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고, 러시아도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안에서 통합 구상을 하고 있어 서로 잘 보완하는 입장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러시아와 중국이 앞으로도 양자 협력을 활발히 하는 한편, 국제무대에서도 전 세계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밖에 인도가 일본·호주와 함께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구심체인 쿼드(Quad)에 참여하는 문제에 대해선 "각국은 누구와 어떻게 어떤 자격으로 관계를 구축할지에 대한 주권적 결정을 내릴 권한을 갖고 있다"면서 평가를 유보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 행사의 일환으로 열린 세계 주요 통신사 대표 회의는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화상으로 진행됐다.
한국 연합뉴스의 조성부 사장을 비롯해 일본 교도통신의 토루 미츠타니 사장, 중국 신화통신의 허핑 사장, 미국 AP 통신의 게리 프루잇 사장, 프랑스 AFP 통신의 파브리스 프라이스 사장, 영국 로이터 통신의 마이클 프라이덴버그 사장 등 주요국 16개 통신사 대표가 참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