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왼쪽부터), 최태원 SK그룹 회장(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등 4대 그룹을 대표하는 기업인들이 2일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의 오찬 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왼쪽부터), 최태원 SK그룹 회장(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등 4대 그룹을 대표하는 기업인들이 2일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의 오찬 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비롯한 4대 그룹 대표들이 2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의 오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을 건의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해 “지금은 경제상황이 이전과 다르게 전개되고 있고 기업의 대담한 역할이 요구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들 의견을 듣고 판단하겠다”던 지난 5월 10일 취임 4년 기자회견 때보다 한층 더 긍정적인 발언이다. 경제계에서는 광복절 특별 사면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오찬 회동에서 이 부회장 사면 얘기를 꺼낸 것은 최 회장이다. 경제단체 대표격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창의적인 인재가 필요하다”고 운을 뗀 뒤 “경제 5단체장의 건의를 고려해달라”고 문 대통령에게 요청했다. 대한상의와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 5단체는 4월 27일 청와대에 이 부회장의 사면을 촉구하는 사면 건의서를 제출했다. “이 부회장이 국가와 국민에게 헌신할 수 있도록 결단을 내려달라”는 게 골자였다.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도 최 회장 발언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그는 “반도체는 대형 투자 결정이 필요한데 총수가 있어야 의사결정이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른 그룹 총수들도 “모든 것이 불확실한 시대다. 앞으로 2~3년이 중요하다”며 사면 건의에 힘을 싣는 발언을 보탰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기업들의) 고충을 이해한다”며 “국민들도 (사면에) 공감하는 부분이 많다”고 했다.

경제계 관계자들은 문 대통령의 발언을 긍정적인 신호로 보고 있다. 경제계뿐 아니라 학계와 종교계 등에서도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 요구가 커지는 등 사회적 여론이 사면 찬성으로 기울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해석이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청와대 입장이 ‘검토할 계획도 없다’에서 ‘의견을 들어보겠다’로 바뀌었고 이번엔 ‘경제상황이 이전과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발언까지 나왔다”며 “전직 대통령과 함께 사면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사면 시점으로는 광복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 부회장의 남은 형기는 1년 남짓이다. 만기 출소할 경우 내년 7월 사회에 복귀한다는 점을 감안해 사면 시점을 결정할 것이란 설명이다. 또 다른 경제단체 관계자는 “연말까지 사면이 미뤄지면 ‘경제를 위한 통 큰 결단’이란 명분이 퇴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권 일각에선 정치적 부담이 작은 가석방 카드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분석도 있지만 이 부회장의 과감한 경영행보를 위해선 사면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