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당심 사이에서 고민한듯…사과에 윤석열 끌어들여
與 강성지지층도 반발, "사퇴·탄핵" 문자폭탄
조국사태 정면돌파 나선 송영길…"용기" "줄타기" 엇갈려(종합)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2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도덕성 논란과 관련해 수위 높은 사과 메시지를 내놓으며 '조국사태' 의 출구 찾기에 나섰다.

당심과 민심을 동시에 살피며 국면 돌파를 시도한 것이다.

그러나 '영혼없는 반쪽사과'와 '명분없는 조국 죽이기'라는 상반된 평가가 터져 나오는 등 반발이 일고 있다.

송 대표는 이날 민심경청 대국민 보고회에서 조 전 장관과 관련해 "품앗이하듯 스펙 쌓기", "내로남불과 언행 불일치", "통렬하게 반성" 등 강도 높은 표현을 써가며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민심탐방 막판에 조 전 장관의 회고록 출간으로 돌출한 '조국 이슈'를 정면 돌파하면서 지지율 반등의 모멘텀으로 삼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정치권에서 이준석 돌풍이 거세게 불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등판이 임박한 상황에서 2030이 민감해하는 내로남불·불공정 문제를 분명히 털고 가지 않으면 대선 길목에서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현실인식이 담겨있다.

송 대표가 당이 자중지란에 휩싸일 수 있다는 위험부담을 무릅쓰고 공식사과 카드를 꺼내든 것도 절박함의 발로로 보인다.

지도부 인사는 "송 대표는 당이 바뀌는 모습을 보여주고 대선주자들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설명했다.

송 대표는 마지막까지 여론을 폭넓게 수렴하며 발언 수위 등을 놓고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이번 메시지는 당심과 민심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에 놓인 송 대표의 상황을 그대로 반영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송 대표는 윤 전 총장의 가족비리에 대해서도 검찰수사의 동일한 잣대가 적용돼야 한다며 윤 전 총장 문제를 끌어들였다.

또한 언론의 검찰발 받아쓰기 행태를 거론하며 회고록 출간 자체는 감쌌다.

법률적인 문제에 대해선 "재판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며 표창장 위조나 사모펀드 등의 문제는 피해가며 자녀 입시 문제로 사과 대상을 좁혔다.

조국사태 정면돌파 나선 송영길…"용기" "줄타기" 엇갈려(종합)
그러나 강성 지지층의 강력 반발을 막진 못했다.

송 대표의 사과를 생중계한 당 유튜브 방송 댓글창에는 송 대표 사퇴 요구가 줄을 이었다.

강성 지지층이 모이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명분 없는 조국 죽이기", "송 대표를 탄핵해야 한다"는 등의 강력한 성토와 함께 송 대표에게 보낸 항의 문자를 인증하는 게시물도 이어졌다.

'친조국' 성향의 김용민 최고위원은 TBS 라디오에서 "이미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 조 전 장관이 충분히 사과했고, 민주당이 나서서 사과할 부분은 아니다"라며 "오히려 윤 전 총장이 정치적 야욕을 위해 상급자를 희생양 삼은 사건"이라고 말했다.

친문 강경파 정청래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독립운동하면서 수많은 사람이 피를 흘렸듯 검찰개혁 과정에서 조 전 장관도 많은 피를 흘렸다.

조 전 장관은 누가 뭐래도 검찰개혁의 희생양"이라며 "조국을 비판할 사람들은 비판하라. 저는 조국의 말할 권리를 위해 함께 싸우겠다"고 밝혔다.

당내에서도 칭찬부터 냉소까지 다양한 평가가 분출되며 노선투쟁으로 번질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한 중진 의원은 "매우 용기있는 발언"이라고 호평한 반면 한 초선의원은 "안하느니만 못 했다"고 평가절하했다.

친문계 내에서도 비판과 옹호론이 혼재했다.

청년 몫 이동학 최고위원은 "검찰과 언론의 광풍에서 자유로워지는 날이 오길"이라며 "조국 전 장관님과 가족들의 일상 회복을 기원한다"고 페이스북에 적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