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출신인 무명 선수 주빅 파군산(43)이 일본프로골프투어(JGTO)에서 11개 클럽만 사용해 우승한 사실이 알려져 화제다.

31일(한국시간) 미국 골프위크에 따르면 파군산은 전날 끝난 JGTO 미즈노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4언더파 68타를 쳐 최종합계 17언더파 199타로 우승했다. 1978년생으로 선수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그가 JGTO 진출 10년 만에 기록한 투어 첫승이다. 그는 “일본투어 첫승까지 10년이라는 세월이 필요했다”며 “이제는 마음의 짐을 내려놓아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골프위크에 따르면 파군산은 이번 대회에서 원래 캐디백에 꽂혀 있어야 할 3, 4, 6, 8번 아이언을 빼고 나갔다.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인해 캐디는 카트를 타고서만 선수를 따라다닐 수 있다는 투어 특별 규정에 따라 선수가 직접 백을 메야 했기 때문이다. 적지 않은 나이의 그가 최대한 체력을 아끼기 위해 고안해 낸 고육지책이었다. 그는 대신 5, 7, 9번 아이언과 피칭 웨지를 챙겼고 50, 52, 58도 웨지로 클럽을 구성했다. 드라이버와 페어웨이 우드, 유틸리티 클럽, 퍼터 등을 합쳐 총 11개 클럽으로 경기를 치렀다.

클럽 수가 적었던 만큼 위기도 있었으나 힘 조절로 이를 극복했다. 파군산은 이번 대회에서 홀까지 198야드를 남겨 놓은 상황에서 6번 아이언 대신 7번 아이언을 꺼내들고 쳤고 결국 그린 위에 공을 올렸다. 그는 “(평소보다) 좀 더 세게 쳤다”며 웃었다.

파군산은 이 대회 우승자와 준우승자에게 주어지는 남자골프 메이저대회 디오픈 출전권도 함께 확보했다. 그는 2014년 디오픈에 출전해 커트 탈락했다. 올해 디오픈은 오는 7월 15일부터 나흘간 영국 켄트주 로열세인트조지GC에서 열린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