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쉼터 모색·디지털 수족관 도입 검토…"최대한 빨리 방류계획 수립"
여수에 홀로 남은 벨루가 '루비'…해수부, 방류논의 착수
이달 전남 여수에 살던 벨루가 한 마리가 폐사하면서 홀로 남은 벨루가 '루비'의 방류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는 가운데 해양수산부가 본격적으로 방안을 마련하고자 나섰다.

해수부는 최근 한화 아쿠아플라넷 측과 첫 회의를 개최하고 벨루가 방류 방안을 논의했다고 30일 밝혔다.

해수부 관계자는 "지난주 아쿠아플라넷 측과 만나 '방류를 하면 좋겠다'는 정부의 입장을 전달하고 협의 방안을 모색했다"면서 "조만간 추가 회의를 열고 여수세계박람회와 아쿠아플라넷 측의 입장을 들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화 호텔앤드리조트에서 운영하는 아쿠아플라넷은 지난 2012년 개최된 여수세계박람회(이하 박람회)를 계기로 박람회 재단과 수익형 민간투자사업(BTO) 계약을 맺고 멸종위기종인 벨루가 3마리를 러시아로부터 들여왔다.

벨루가를 포함해 여수 아쿠아플라넷이 30년간 시설을 운영하면서 수익을 가진 후 국가에 반납하는 내용이다.

아쿠아플라넷은 이에 따라 박람회장 안에 수족관을 운영하면서 벨루가를 이용해 관광수익을 벌어왔다.

그러나 지난해 7월 '루이'에 이어 10개월 만인 이달 5일 '루오'마저 폐사하면서 방류에 대한 압박이 강해지고 있다.

동물자유연대를 비롯한 10여개 시민단체들은 이달 20일 여수 아쿠아플라넷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쿠아플라넷, 박람회, 해수부 등에 홀로 남은 벨루가 '루비'를 방류하라고 촉구했다.

여수에 홀로 남은 벨루가 '루비'…해수부, 방류논의 착수
해수부는 방류 논의에 본격 착수했지만, 과정이 간단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우선 러시아나 아이슬란드 같은 북극해에 사는 벨루가를 국내 바다에 방류할 수 있는지를 고려해야 한다.

바다에 방류하더라도 수족관에서 오래 생활한 점을 고려해 일정 기간 적응할 수 있는 '바다쉼터'와 같은 환경도 준비돼야 한다.

러시아, 아이슬란드 등 서식지가 형성된 곳으로 돌려보내더라도 이들 국가와 먼저 협의를 거쳐야 하는 등 복잡한 절차가 남았다.

해수부는 그럼에도 국민 사이에 방류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고 국제적으로도 멸종위기종인 벨루가와 돌고래 보호 기조가 강화하는 점 등을 고려해 아쿠아플라넷뿐 아니라 국내 수족관들이 벨루가와 돌고래 방류를 결정할 때를 대비하고 있다.

우선 국내에서 바다쉼터를 찾아보고 디지털 수족관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겨울 수온이 10도 이하로 내려가지 않고 여름에도 30도 이상 올라가지 않으면서 수심도 있는 해역이 국내에 있는지에 대해 연구용역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디지털 수족관도 내년에 시범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방류 계획을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수립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현재 국내 수족관에는 모두 24마리의 벨루가와 돌고래가 관람·체험용으로 전시되고 있다.

해수부는 지난해 돌고래와 벨루가가 잇따라 폐사하고 거제 씨월드의 '돌고래 타기 체험'이 학대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등 문제가 확산하자 체험 프로그램을 폐지하고, 새로운 돌고래 수입을 금지하는 등의 내용으로 '제1차 수족관 관리 종합계획'(2021∼2025년)을 수립한 바 있다.

여수에 홀로 남은 벨루가 '루비'…해수부, 방류논의 착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