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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파원 시선] 팬데믹에 더 부각되는 인니 '고똥 로용'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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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경제·사회 뿌리 깊은 상부상조 정신…나눔의 문화

    "어려울 때 돕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 "고똥 로용(gotong royong)의 정신으로 함께 합시다"
    [특파원 시선] 팬데믹에 더 부각되는 인니 '고똥 로용' 정신
    작년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뒤 인도네시아 정부가 수시로 꺼내 드는 단어가 상부상조, 상호협력을 뜻하는 '고똥 로용'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코로나 사태 초기 한국과 중국 등으로부터 진단키트와 방역용품을 지원받을 때 '고똥 로용'을 강조했고, 이달 18일 시작한 민간의 백신 접종 프로그램 이름도 '고똥 로용 백신 프로그램'으로 붙였다.

    당초 인도네시아 정부는 2억7천만명 인구의 70%인 1억8천만여명을 접종 목표로 정했고, 전부 무료로 접종한다고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여러 차례 약속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백신 구매 등 코로나 사태 대응에 작년과 올해 정부 예산 대부분을 쏟아부어 보르네오섬에 신수도를 건설하는 사업 등 주요 SOC(사회간접자본) 사업이 올스톱됐다.

    하지만, 백신 접종자는 29일 현재까지 1차 1천570여만명, 2차 1천35만여명에 불과해 갈 길이 멀다.

    시나르마스 그룹, 신떼사 그룹, BCA은행 등 인도네시아 주요 기업들은 백신을 구매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현지 정부는 기업들이 백신을 구매해 직원과 가족에게 무료로 맞추는 것을 허용했다.

    현지 정부는 이 프로그램에 '고똥 로용'이란 이름을 붙였는데, 사실상 기업들이 정부를 도와 백신 구매 예산을 분담한 셈이다.

    [특파원 시선] 팬데믹에 더 부각되는 인니 '고똥 로용' 정신
    인도네시아에서 고똥 로용 정신은 정치·경제·사회 전 영역에 뿌리가 깊다.

    한국의 새마을운동처럼 농촌 지역에서는 고똥 로용을 앞세워 함께 모내기하고, 추수하고, 마을을 정비한다.

    이슬람 신자가 인구의 87%를 차지하는 만큼 무슬림의 5대 의무 중 하나인 '자카트'(자선의 의무)와 고똥 로용 정신이 더해져 더 가진 사람이 덜 가진 사람에게 평소에도 많은 것을 나눈다.

    특히 라마단 종료를 축하하는 최대 명절 르바란(이둘피트리)이 되면 주변에 현금을 나눠주는 사람이 많고, 고푸드·그랩푸드 같은 음식 배달 앱에는 내 것을 시키면서 배달원의 식음료도 함께 주문할 수 있게 돼 있다.

    [특파원 시선] 팬데믹에 더 부각되는 인니 '고똥 로용' 정신
    인도네시아에 30여년 전, 20년 전 정착한 한인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가난한 유학생 시절, 또는 외국인으로서 현지 물정을 잘 모르던 시절 가족처럼 도와준 '양어머니', '양아버지'가 있는 경우가 많다.

    안선근 국립이슬람대 교수는 "30여년 전 처음 유학 왔을 때 양부모님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게 바로 고똥 로용 정신"이라며 "인도네시아는 다민족, 다종교, 다언어 국가이지만 서로 도우며 하나가 되자는 건국이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28년 전 삼성전자 주재원으로 인도네시아에 첫 발을 딛고 무슬림으로 개종, 현지인 여성과 결혼한 이강현 현대차 아태권역 부본부장의 경우 아내의 생일에 앰뷸런스를 구매해 아내 고향에 선물하는 등 자카트와 고똥 로용을 실천하고 있다.

    [특파원 시선] 팬데믹에 더 부각되는 인니 '고똥 로용' 정신
    수카르노 인도네시아 초대 대통령의 딸인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는 2001∼2004년 5대 대통령을 맡으면서 "당은 달라도 다 같이 협력하자"며 야당 인사를 기용한 내각을 구성하고 '고똥 로용 내각'이라고 이름 붙였다.

    조코 위도도 대통령 역시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면서 대선 맞수이자 야당 총재인 프라보워 수비안토를 국방부 장관으로 깜짝 발탁했고, 식량개발 특임 장관까지 겸임하도록 맡겼다.

    이처럼 뿌리가 깊은 고똥 로용 정신은 코로나 팬데믹이 길어질수록 인도네시아의 정치·경제·사회 모든 분야에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특파원 시선] 팬데믹에 더 부각되는 인니 '고똥 로용' 정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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