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사진)이 4·7 보궐선거에서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던 ‘안심소득 실험’을 시작한다. 안심소득은 생계가 어려운 가구를 더 두텁게 지원하는 선별복지제도로, 이재명 경기지사가 주장하는 기본소득에 대항하는 보수 진영의 복지 아젠다 중 하나로 꼽힌다. 오 시장은 전문가들과의 논의를 거쳐 후보 시절 공약으로 내걸었던 안심소득 모델의 지급 대상과 범위 등에 상당 부분 변화를 줄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는 27일 시청에서 복지·경제·경영·고용·사회과학·미래·통계 등 각 분야 전문가 24명으로 구성된 ‘서울 안심소득 시범사업 자문단’ 위촉식을 열었다. 오 시장과 함께 안심소득을 장기간 연구해온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를 비롯해 김낙회 가천대 경영대 석좌교수(전 관세청장), 김미옥 전북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상철 한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승연 서울연구원 도시사회연구실장, 박기재·김경영 서울시의회 의원 등이 자문단에 포함됐다.

자문단은 이날 1차 회의를 시작으로 시범사업 기본 방향과 적용 대상, 참여자 선정 방법, 사업 추진 후 성과 지표 통계·분석 방안 등에 대해 논의를 진행할 방침이다. 자문단 논의 결과를 반영해 안심소득 실험안이 결정될 예정이다. 연내 실험 대상을 선정해 내년에 안심소득을 지급하는 것이 목표다.

당초 오 시장이 구상한 안심소득은 중위소득 100%(4인 기준 연 소득 5850만원, 월 소득 487만원) 이하 가구를 대상으로 기준선 이하 소득분의 50%를 차등 지원해주는 안이다. 예를 들어 연 소득 4000만원인 4인 가구에는 925만원(기준소득 부족분 1850만원의 50%)을 지원해주는 방식이다. 근로 의욕을 꺾지 않기 위해 소득 부족분에 대해 일정 부분을 메워준다는 점에서 아무 조건 없이 지원금을 주는 기본소득과는 차이가 있다.

오 시장은 당초 지급 대상으로 제시했던 중위소득 100% 기준을 낮추는 방안을 포함해 현실에 맞게 실험안을 다시 짜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안심소득은 생계급여 등 기존 복지 혜택을 받고 있는 저소득층의 중복 지원을 피해야 하고, 보건복지부와의 협의도 진행해야 하는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특히 ‘복지체계 대수술’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중앙정부의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오 시장은 기초생활보장제도 중 생계·주거·자활급여, 근로·자녀장려금 등 7개 복지제도를 통폐합하고 안심소득을 중심으로 하는 선별 복지체계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오 시장은 “새로운 복지모델인 안심소득이 민생의 디딤돌이자 동기 부여의 수단이 되도록 촘촘하고 신중하게 시범사업을 설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