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나흘만에 89만명 관람…'모가디슈'·'인질' 등 개봉일 미정
'분노의 질주' 관객 수요 입증…한국영화 여름철 개봉 저울질
인기 액션 시리즈 '분노의 질주'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침체된 영화계 분위기 속에서 무서운 흥행세를 보이고 있다.

23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는 전날까지 개봉 나흘 만에 89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주말을 보내면 1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의 흥행은 코로나19 여파로 고전하고 있는 영화계에 관객들의 수요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희망적이다.

팬데믹으로 극장 관객 수가 70% 이상 줄어든 상황에서 예전과 같은 성적을 거두긴 어렵겠지만, 볼만한 영화가 있다면 관객들이 극장으로 발길을 돌릴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 '텐트폴' 개봉 없이 악순환…올해 100만명 돌파 영화 3편
그동안 영화계는 코로나19로 관객들이 극장에 오지 않을 것을 우려해 수익 분기점이 높은 대작 개봉을 꺼려왔다.

그러다 보니 대작 흥행에 힘입어 관객들을 모았던 작은 영화들도 힘을 못 쓰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보통 영화사들은 유명 감독과 배우, 거대한 자본을 투입해 제작해 흥행이 확실한 '텐트폴' 영화를 기반으로 수익성을 보장하고, 다른 영화들의 사업계획도 추진하는데 이 체계가 깨진 것이다.

올해 상반기 첫 한국 우주 SF 영화로 기대를 모았던 송중기·김태리 주연의 '승리호'는 극장 개봉 대신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인 넷플릭스 공개를 선택했다.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는 스릴러 '콜'도 극장 대신 넷플릭스에서 관객들을 만났다.

'분노의 질주' 관객 수요 입증…한국영화 여름철 개봉 저울질
지난해의 경우 텐트폴 영화가 사라지면서 스크린 독과점 현상이 완화되기도 했다.

일별로 상영점유율 1위 영화가 80%를 넘은 날은 단 하루도 없었고, 70%를 넘은 날과 60%를 넘은 날 모두 전년보다 감소했다.

그렇다고 개봉을 미루거나 극장이 아닌 플랫폼을 택한 영화사들을 탓할 수 없는 까닭은 자본과 시간을 들여 고생해 만든 작품의 흥행을 점치기 어려운 현실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여러 차례 연기 끝에 개봉한 박보검 공유 두 스타 배우가 주연을 맡은 '서복'(4월 15일 개봉)은 누적 관객이 40만명에 못 미쳤고, 이준익 감독의 흑백 사극 '자산어보'(3월 31일 개봉) 누적 관객이 33만명대에 그쳤다.

올해 개봉한 영화 가운데 100만명 이상 관객을 모은 작품은 애니메이션 '소울'(204만명),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202만명), 아카데미 수상작인 '미나리'(112만명)뿐이다.

◇ '모가디슈'·'인질' 개봉 미정…"예측 쉽지 않지만 기대"
이번 주말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가 깜짝 흥행 성적을 내놓으면 국내 영화사들도 여름철 텐트폴 영화 개봉 일정을 조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개봉이 거론되고 있는 영화는 소말리아 내전 당시 고립된 남북 대사관 공관원들의 탈출 실화를 모티브로 한 김윤석, 조인성, 허준호 주연의 '모가디슈'(류승완 감독), 괴한들에게 납치당한 유명 배우의 이야기를 담은 황정민 주연의 '인질'(필감성 감독) 등이지만 좀처럼 개봉일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임시완 등 호화 캐스팅을 자랑하는 한재림 감독의 '비상선언'을 비롯해 안중근 의사의 거사 이후 마지막 1년을 담은 윤제균 감독의 뮤지컬 영화 '영웅',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 중 두 번째 작품인 '한산:용의 출현' 등도 개봉을 준비 중이지만 여름이 지난 뒤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분노의 질주' 관객 수요 입증…한국영화 여름철 개봉 저울질
보통 여름철 텐트폴 영화는 이르면 5월 말부터 홍보를 시작하는데, 현재 주요 배급사들은 여름철 라인업을 세우지 못한 상황이다.

영화사들은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의 이번 주말 관객 수가 다른 영화들의 개봉일 조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한 배급사 관계자는 "'분노의 질주' 지난 시즌 누적 관객 수가 300만명 중반이었는데, 200만명 후반에서 300만명 초반까지 치고 올라오면 '좋은 영화는 된다'는 확신을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다만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가 흥행했다고 해서 바로 한국 영화 개봉이 줄줄이 이어지기보다는 7월 개봉 예정인 스칼릿 조핸슨 주연의 '블랙 위도우'의 흥행 성적까지 관망할 가능성도 있다.

팬데믹으로 극장가가 얼어붙은 지난해 여름에도 6월 초 '결백'을 시작으로 '#살아있다', '강철비2: 정상회담', '반도',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가 8월까지 잇따라 개봉한 작품들이 선전하면서 여름 관객들을 모았다.

또 다른 배급사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6월에 마블 영화와 같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나올 때 극장 광고를 시작해서 7∼8월 관객들을 모으는데 지난해에 이어 올해는 마케팅 계획을 세우기 쉽지 않다"며 "'분노의 질주'에 이어 '블랙 위도우'까지 흥행이 이어져야 텐트폴 영화들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분노의 질주' 관객 수요 입증…한국영화 여름철 개봉 저울질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