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지역 제조업체들이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울상을 짓고 있다. 지역 제조업체들은 “원자재 가격 인상과 수급 불균형이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측된다”며 원자재 수입 관세 인하와 금융지원 확대 등 맞춤형 정책을 마련해줄 것을 호소했다.

부산상공회의소는 부산 지역 대표 제조기업 100여 곳을 대상으로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영향을 분석한 결과 원유, 철강, 구리, 목재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거의 모든 업종의 기업이 큰 타격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20일 발표했다.

제조업 원자재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철강의 주원료인 철광석은 지난해 5월 t당 평균 91.63달러였지만 지난 13일 기준으로 1년 전보다 159.3% 오른 237.57달러를 나타냈다. 원유(두바이유 기준)는 같은 기간 148% 급등했고, 구리와 알루미늄도 각각 96.7%, 68.3% 올랐다.

이처럼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지만 기업들은 제품 가격에 상승분을 반영할 수 없어 채산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부산 녹산공단에 있는 조선기자재 업체 A사 이모 대표는 “지난 3월 철강 가격이 30% 인상된 바 있는데, 5월과 6월에도 철강 가격이 오른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올해 영업적자가 100억여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돼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거래처인 대형 조선사도 적자 상태여서 원자재 인상에 따른 납품 단가 조정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B사는 “최근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매출원가가 60~65% 불어나 수익이 전혀 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철강을 생산하는 C사는 “철광석뿐 아니라 고철 가격도 폭등해 철강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주거래처에는 철강을 공급하고 있으나 생산 차질로 철강 유통회사에는 물량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신발을 제조하는 E사도 “나일론, 폴리에스테르, 레이온 등 화학섬유와 자연섬유 가격이 지난해보다 20%가량 상승하는 바람에 영업이익이 13% 정도 감소했다”며 “경기 부진이 이어지고 있어 소비자 가격을 마음대로 인상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