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전 부총리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기회복지는 '더 많은' 기회, '더 고른 기회'를 만드는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기회가 만들어지지 않으니 부족한 기회를 놓고 전쟁 같은 경쟁을 하게 되고, 기회가 고르게 주어지지 않다 보니 부와 불평등이 대물림되는 문제가 확대되고 있다"며 "결국 양극화, 사회 갈등, 공정의 문제도 기회 문제와 연결된다"고 했다.
그는 복지의 필요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김 전 부총리는 "(한국의) 양극화 수준을 볼 때 복지를 대폭 늘려야 한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면서도 "당장 북유럽 수준으로 복지를 늘리기는 거의 불가능하고, 설령 가능하더라도 막대한 재정적자를 감수하거나 증세가 필요하기 때문에 국민적 동의를 이루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현금 복지를 늘린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될 수는 없다"며 "경제의 역동성을 높여 국민의 역량과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데 답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 길은 한국을 '기회의 땅, 기회의 나라'로 만드는 것"이라며 "기회와 역할이 주어지면 국민은 신바람 나게 일하고 도전한다"고 덧붙였다.
김 전 부총리는 "복지국가 건설의 핵심은 소득 수준이나 복지 수혜와 관계 없이 현금을 나눠주는 것이 아니라 기회복지에 투자하는 것"이라며 "혁신창업을 지금보다 두 배 이상 늘리고, 인적자본을 확충·강화하는 데 재정 투입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졸과 지방대 출신 취업을 대폭 확대하는 동시에 교육이나 주거에서도 저소득층 및 어려운 분들에게 기회가 많이 갈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경기지사 등 여권을 중심으로 소득 수준과 무관한 현금성 지원을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정부 초대 경제수장이었던 김 전 부총리가 여권과 각을 세우는 모습이다.
김 전 부총리는 "기회복지는 결국 기회의 양적 확대와 질적 개선"이라며 "우리 사회의 핵심 가치가 '각자도생'에서 '상생과 연대'로 바뀔 때 실현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힘든 처지의 청년, 자영업자, 흙수저들도 열심히 노력하면 행복해질 수 있는 '기회공화국'을 만들기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