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역삼동 메리츠타워. /한경DB
서울 역삼동 메리츠타워. /한경DB
메리츠금융그룹이 배당 축소에 대한 우려로 급락한 지 하루 만에 반등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배당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다. '알짜 고배당주'로 메리츠금융그룹 주식에 투자했던 개인 투자자들은 속속 '손절'을 선언하고 있다.

메리츠 측은 주주가치 제고와 관련 "배당을 더 주는 것보다 자사주 매입을 통해서가 낫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대주주 지분율이 높아지는 자사주 매입 방안을 언급한 것에 대해 '지배구조 강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오전 9시50분 현재 메리츠금융지주는 전 거래일 보다 300원(1.81%) 오른 1만6850원에 거래되고 있다. 메리츠증권(1.78%), 메리츠화재(0.28%)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기관투자로 추정되는 창구에서만 매수주문이 이어지고 있다. 전날의 폭락세와 비교하면 미약한 반등세다. 전날 메리츠화재는 16.78% 급락했고 메리츠금융지주와 메리츠증권도 각각 15.56%, 13.83%씩 하락했다.

지난 14일 장 마감 직후. 메리츠금융지주, 메리츠화재, 메리츠증권 등 메리츠금융그룹 3사가 나란히 똑같은 공시를 냈다. 이들은 '당기순이익의 10% 수준으로 배당하고, 자사주 매입 소각 등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실행하겠다'고 밝혔다. 공시엔 담겨 있지 않았지만 사실상 배당성향을 기존 35% 수준에서 10%로 낮추겠다는 발표였다.
고배당주 메리츠 배신…개미들 '분노' [이슈+]
증권가의 반응은 싸늘했다. 매도 의견을 좀처럼 내지 않는 증권가에서 '매도'(Sell)를 권유한 보고서가 잇따라 나왔다. KB증권은 메리츠화재의 주주환원율 하락과 불확실성 확대로 목표주가를 기존 대비 20.9% 하향한 1만7000원으로 제시하고 투자의견도 '매도'로 제시했다. 올해 주당배당금(DPS) 전망치도 줄어든 배당성향에 맞춰 1300원에서 450원으로 낮췄다. 메리츠증권에 대해서도 목표주가를 16.7% 하향하고 매도 의견으로 조정했다. 메리츠증권의 DPS 전망치도 320원에서 70원으로 하향됐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높은 배당수익률이 메리츠 화재와 증권 중요한 투자 포인트였다는 점에서 단기적으로 주가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기존 배당성향에서 미달하는 부분에 대해 자사주 매입 소각을 한다면 기업가치는 훼손되지 않는 만큼 명확한 계획이 발표되면 이를 목표주가 산정에 반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증권사들도 "이해되지 않는다"…"원활한 상속 때문 아니냐"

NH투자증권은 메리츠화재, 메리츠증권, 메리츠금융지주에 대해 최근 발표한 주주환원 정책을 납득하기 어렵다며 보수적 접근을 권고했다.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는 따로 제시하지 않았다. 이 증권사 정준섭 연구원은 "메리츠화재, 메리츠증권, 메리츠금융지주는 이번 공시를 통해 배당성향을 대폭 낮췄다"며 "사측은 배당성향 하향과 함께 자사주 매입 소각 등 주주가치 제고방안을 실행하겠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이번 메리츠금융그룹의 배당성향 축소 결정에 대해 의구심을 보내고 있다. 대주주의 지분율을 높이는 자사주 매입을 언급한 것이 향후 원활한 상속을 염두에 둔 지배구조 초석을 다지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임희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현 시점에서 메리츠금융그룹이 이 같은 내용(배당 축소, 자사주 매입)을 공시한 의도에 공감하기는 어려우나, 자사주 매입과 소각 시 궁긍적으로 대주주 지분율 확대가 예상된다"면서 "완전 자회사화에 대한 개연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메리츠 측 관계자는 "회사 차원에서 자사주를 사들인 뒤 소각하는 방법이기에, 대주주 지분율과의 연계성은 없다"면서 "이번 자사주 매입 결정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방안일 뿐, 대주주 지분율을 높이기 위한 꼼수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메리츠금융지주의 최대주주는 지난 3월 말 기준 조정호 회장(지분율 72.17%)이며, 장녀인 조효재 씨가 0.05%의 지분율 보유하고 있다. 메리츠금융지주는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 지분을 각각 56.09%, 47.06% 가지고 있다. 조정호 회장은 메리츠증권 지분 0.92%를, 조효재 씨는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 지분을 각각 0.03%와 0.05% 보유 중이다.

류은혁/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