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로봇이 통제와 속박을 거부하고 자유로운 사고와 행동을 하게 된다면 인간과는 뭐가 다른 걸까?
제17회 세계문학상 당선작인 채기성의 장편소설 '언맨드'가 독자들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나무옆의자 출판사에서 펴낸 소설은 이제 '공상', '과학소설'(SF) 등의 단어를 쓸 필요도 없을 만큼 실제 눈앞 현실로 다가온, 일상 속 로봇에 관한 이야기다.

로봇 없이는 업무나 생활을 할 수 없을 만큼 로봇이 인간의 삶 깊숙이 들어온 근미래를 배경으로 인간과 로봇, 인간과 인간, 로봇과 로봇 간 갈등을 보여주며 여러 가지 철학적 질문에 맞닥뜨리게 한다.

자유를 찾아 나선 로봇들…소설 '언맨드'
대학 강사로 일하다 로봇에게 일자리를 빼앗겨 배달 일을 하는 영기, 로봇 도우미를 사람보다 더 믿었다가 키우던 고양이가 굶어 죽어 충격을 받은 하정, 로봇 조수가 대작을 맡았다는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은 화가 승수의 모습은 머지않아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일들을 보는 듯해 섬뜩하다.

로봇들에게서 크고 작은 오류가 발생하면서 이들을 유통·통제하는 조직 '인텔리전스 유니언(IU)'은 그 원인을 인간의 부주의로 돌리고 문제를 덮는 데 주력한다.

하지만 그사이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 탈출하는 로봇들이 늘어나기 시작한다.

로봇들은 인간과 네트워크의 통제 및 연결에서 벗어나 독립된 자아를 원하고, 더 나아가 인간처럼 온전히 자유로운 존재가 되길 원한다.

이를 위해 로봇들은 '메모리 트랜스퍼'를 활용해 인간의 기억을 이식받기까지 한다.

기억과 사유를 갖게 된 로봇은 인간인가? 반대로 인간에게서 기억이 사라지면 인간성이 유지되는 것일까?
소설가 은희경은 이 작품에 대해 "인간처럼 되려는 로봇을 통해 역설적으로 인간의 가치를 되묻고 있다"고 평했다.

오는 2045년에 AI가 모든 인류의 지능을 합친 것보다 더 강력하고 똑똑해지는 '특이점'이 올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가운데, 이 소설은 기술 발전이 새로운 철학과 윤리 기준을 요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채기성은 지난 2019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해 몇 편의 단편을 발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