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억 넘으면 피부양자 자격 상실
지역가입자로 월 수십만원 부담
올해 3월 발표된 주택 공시가격은 11월 부과되는 건보료부터 적용된다. 공시가격 인상으로 피부양자 자격이 박탈되는 은퇴자들의 피해가 가장 크다. 현행 규정상 공시가격이 15억원 넘는 집을 소유하고 있으면 소득이 한 푼도 없더라도 피부양자 자격을 상실한다.
공시가격 9억원에서 15억원 사이의 집이 있으면서 각종 소득이 연 1000만원을 초과해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되면 지역 가입자로 전환되면서 한 푼도 내지 않던 건보료를 매달 수십만원 내야 할 수 있다. 1년에 한 차례 납부하는 종부세, 두 차례 나눠 내는 재산세와 달리 건보료는 매달 내야 한다는 점에서 소득이 거의 없는 은퇴자들에겐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정부는 올해 공시가격 인상으로 1만8000여 명이 피부양자 자격을 상실해 월평균 23만8000원의 건보료를 새로 납부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연간 기준으로 285만6000원에 이르러 웬만한 보유세 증가폭을 뛰어넘는다. 반발을 의식한 보건복지부는 내년 6월까지 납부액을 50% 한시 감면해주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월평균 11만9000원에 이르는 데다 감면 기간이 8개월에 불과해 부담이 적지 않다.
주택 평가가치가 올라가면서 기존 지역가입자의 건보료 부담도 늘어난다. 복지부 추계에 따르면 시세 7억1000만원인 아파트를 보유한 지역가입자의 건보료는 월 5000원, 14억3000만원인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는 가입자는 월 1만1000원의 건보료를 추가로 납부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시가격 급등에 따른 부담을 감안해 500만원을 재산 평가 기준(과표)에서 일괄 공제하기로 했지만 부담 완화폭은 크지 않다.
공시가격 인상에 과표 500만원 공제 효과까지 합하면 건보료가 인상되는 가구가 127만1000가구, 인하되는 가구는 237만3000가구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숫자만 놓고 보면 건보료 부담이 줄어드는 가구가 110만 가구가량 많다. 하지만 인하되는 가구의 건보료 인하폭은 미미한 수준이다. 시세 1억1000만원의 연립주택에 사는 지역가입자의 월 건보료가 4900원에서 4400원으로 500원 줄어드는 수준이다.
공시가격 인상에 따른 은퇴자들의 고통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80세를 바라보는 노부모가 소득은 한 푼도 없는 가운데 공시가격 급등만으로 지역가입자로 전환돼 월 22만원의 건보료를 내게 됐다”는 자녀의 호소문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오기도 했다. 그는 호소문에서 “한곳에 오래 산 것이 죄인가”라며 “정부 책임인 부동산 폭등으로 국민들이 괴로워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재산 증가를 이유로 피부양자에서 탈락한 이들은 지난해까지 5년간 6만3896명이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