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소기업 A사 임원은 얼마 전 황당한 고지서 하나를 받았다. 한 달 요금이 230만원인 기업용 인터넷 서비스(500Mbps)를 해지하겠다고 했더니 위약금을 1억6731만원 청구한 것이다. 3년 약정 기간이 10개월 남은 시점에 해지하는 것이어서 위약금이 어느 정도 나오리라고 예상은 했다. 하지만 금액이 커도 너무 커 충격을 받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위약금은 원래 내기로 한 정가요금에서 할인받은 금액을 일부 정산해 반환하는 게 기본. 그런데 A사는 2019년 1월 인터넷 가입 계약을 할 때 할인 혜택폭이 얼마인지 안내받지 못했다. 알고 보니 당시 계약서 약관상 월정 이용요금은 6435만원이었다. 위약금 체감 규모가 충격적인 수준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A사 관계자는 “가입 계약을 맺을 때 약관 요금이 얼마고 위약금이 얼마 나오는지 알았다면 계약을 안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A사의 항의로 자체 조사를 벌인 B통신사는 사전에 약관 요금과 위약금 산정 기준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책임을 인정하고 위약금을 물리지 않기로 했다.

문제는 이런 일이 또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기업용 인터넷 서비스의 약관 요금은 대부분 20여 년 전에 책정된 이후 거의 변경되지 않았다. 기술 발전과 고객 확대에 따른 원가 절감 등을 반영하지 않은 탓에 현재 기준으로는 지나치게 높은 금액으로 남아 있다.

기업 고객 유치 경쟁이 치열한 통신업계에선 대개 약관 요금을 무시하고 할인 요금을 책정한다. 국내 통신사 모두 500Mbps 속도 기준으로 200만~500만원 선을 받는다. 약관 요금에 비춰보면 90% 이상 할인된 금액이어서 중도 해지 시 ‘위약금 폭탄’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기업 전용 인터넷은 중도 해지가 거의 없다는 이유로 통신사들이 수십 년 묵은 약관을 그대로 방치하다 보니 문제가 터져나온 것이다.

약관을 관리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이를 방치한 책임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통신사와 정부는 관련 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 통신사 관계자는 “재발 방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기부는 “비현실적인 약관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서민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