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이 올해 1분기 3%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깜짝 성장'을 이어갔다. 글로벌 반도체 패권전쟁에서 우위를 보이는 TSMC를 비롯한 대만 기업이 괄목할 만큼의 실적을 거둔 영향이다. 반도체 전쟁에서 승기를 잡은 대만은 한국 경제와의 격차도 좁혀가고 있다. 앞으로 1인당 국민총소득 기준으로 한국을 뒤집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대만 올 성장률 8% 나올수도

3일 대만통계청에 따르면 대만의 올해 1분기 실질 경제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3.09%를 기록했다. 한국의 1분기 성장률(1.6%)을 크게 웃돌았다. 대만의 분기 성장률은 코로나19 직후 한국을 넘어섰다. 대만은 코로나19로 작년 2분기 –0.73%로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이후 3분기 4.34%, 4분기 1.43% 등 빠른 반등을 보였다. 지난해 2분기 -3.2%, 3분기 2.1%, 4분기 1.2%를 기록하며 상대적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보인 한국과의 격차를 벌려가고 있다.

연간 성장률로도 대만은 2019년부터 한국을 앞질렀다. 대만의 실질 경제성장률은 2019년 2.96%, 2020년 3.11%로 같은 기간 각각 2.0%, -1.0%를 기록한 한국을 넘어섰다. 올해도 비슷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은행은 다음달 경제전망에서 올해 한국의 성장률을 3.5~3.6%로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대만통계청은 올해 성장률을 당초 4.64%로 제시했다. 하지만 1분기 깜짝 성장을 바탕으로 5~8%로 올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만 1분기 성장률 3%대 '깜짝 성장'…韓 경제 추월 속도낸다 [김익환의 외환·금융 워치]
성장 속도가 빠른 만큼 대만의 1인당 국민소득(GNI)의 상승 곡선도 가팔라지고 있다. 2018년 2만6421달러에서 2019년 2만6594달러, 지난해 2만9230달러로 뛰었다. 그만큼 한국과의 격차는 줄었다.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2003년 사상 처음 대만을 추월한 이후 줄곧 앞섰다. 하지만 2018년 3만3564달러, 2019년 3만2115달러, 지난해 3만1755달러로 2년 연속 감소했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빠르면 내년, 내후년에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을 추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 전쟁에 웃는 TSMC

TSMC는 대만의 깜짝 성장을 뒷받침했다. 세계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1위 기업인 TSMC는 글로벌 반도체 품귀 현상과 맞물려 실적이 급등했다. 1분기 TSMC 영업이익은 지난해 동기 대비 17% 늘어난 6조140억원(1505억대만달러)을 거뒀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반도체부문 영업이익 5조9000억원), 인텔(4조1700억원) 등의 1분기 실적을 압도했다.

파운드리는 반도체 설계업체의 주문을 받아 맞춤 반도체를 제작하는 사업이다.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5세대(5G) 기술이 보급될수록 파운드리 시장이 더욱 넓어질 전망이다. 첨단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1분기 추정)이 56%로 세계 1위인 TSMC의 실적 전망이 밝은 배경이다. 파운드리 2위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18%에 불과했다.

'산업의 쌀'로 통하는 반도체를 놓고 각국이 벌이는 패권전쟁도 대만의 TSMC 몸값을 불리는 배경으로 통한다. 미·중 분쟁의 반사이익도 누리고 있다. 미국은 중국이 무기화할 수 있는 대표적 소재·부품인 반도체의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반도체 공급망 구축 과정에서 TSMC에 상당한 지원을 하고 있다. 군사용 반도체 등 생산 일감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미국 공장 건설을 위한 보조금도 제공할 계획이다. 대만도 이에 부응해 애리조나주 공장 투자액을 당초의 3배인 360억달러(약 40조원)로 늘렸다.

TSMC를 비롯해 다른 반도체 업체들의 실적도 고공행진했다. TSMC UMC 등 파운드리업체 매출은 4186조8700만대만달러(16조82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6.1% 증가했다. 미디어텍 노바텍 리얼텍 등 팹리스업체(칩설계업체)의 1분기 매출은 1584억9100만대만달러(6조37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67.9% 늘었다. 윈본드 난야 마크로닉스 D램업체 매출은 486억8300만달러(1조9565억원)로 37.6% 증가했다. 하지만 TSMC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대만 경제에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익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