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치 레이더 자료로 측정…"정확한 측정치 없으면 눈 가리고 비행하는 셈"
'샛별' 금성의 하루 길이는 243.0226일, 하루 편차만 20분
'샛별' 금성은 지구 바로 옆에 붙어있는 태양계의 두 번째 행성이지만 두꺼운 구름에 덮여있어 의외로 아는 것이 적다.

산성비가 내리고 납도 녹일 만큼 고온이며, 지구와 같은 암석형 행성으로 크기, 질량, 밀도 등이 비슷하다는 것 등은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행성의 하루 길이 편차와 같은 가장 기본적인 속성마저도 정확히 측정되지 못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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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학(UCLA)에 따르면 이 대학 행성·우주학 교수 장 뤽-마고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지난 15년 간 금성 표면에 발사한 전파가 반사되는 것을 포착해 자전과 관련한 속성들을 밝혀낸 결과를 과학 저널 '네이처 천문학'(Nature Astronomy)을 통해 발표했다.

연구팀은 금성의 자전 주기, 즉 하루 길이를 평균 243.0226±0.0013일로 제시했다.

이런 자전 주기는 적어도 20분의 편차를 보이는 것으로 밝혔는데, 이는 금성의 무거운 대기가 지상과 상호작용하며 자전 속도를 늦추거나 가속해 빚어지는 현상으로 분석됐다.

지구에서도 같은 현상이 발생하지만 이에 따른 영향은 하루에 1천분의 1초에 불과하다.

연구팀은 이런 편차때문에 앞서 발표된 자전 주기 값들이 서로 일치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금성의 자전 축 기울기는 2.6392±0.0008도로 밝혔는데, 연구팀은 이 값이 이전보다 10배 더 정확해진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금성의 자전 주기와 축의 기울기 등을 토대로 핵의 지름이 지구와 비슷한 약 3천500㎞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으나 핵이 고체나 액체인지 여부까지는 밝혀내지 못했다.

연구팀은 행성의 자전과 관련한 정확한 정보가 없으면 탐사선이 착륙 목표점에서0㎞ 이상 벗어난 엉뚱한 곳에 내릴 수도 있다고 했다.

마고 교수는 "금성은 우리의 자매 행성이지만 이런 기본적인 속성들이 지금까지 제대로 확인되지 않았다"면서 "이런 측정 없이는 (미래 탐사선은) 눈을 가리고 비행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연구팀은 금성의 자전 관련 속성을 정밀 측정하기 위해 지난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21차례에 걸쳐 캘리포니아 모하비 사막에 설치된 70m 크기의 골드스톤 접시 안테나로 금성에 전파를 발사하고, 되돌아오는 전파를 골드스톤과 웨스트버지니아의 그린뱅크천문대에서 포착했다.

골드스톤 안테나가 먼저 신호를 포착하고 약 20초 뒤 그린뱅크천문대에서도 이를 잡게 되는데 두 시설 간의 신호 포착 시차를 정밀 측정해 금성의 자전 속도를 파악했다.

마고 교수는 "금성을 거대한 디스코볼처럼 활용했다"면서 골드스톤의 접시안테나는 섬광, 금성의 지형들은 디스코볼의 반사경이 돼 "일반 섬광보다 10만배 더 강한 강력한 빛을 발사하고 디스코볼에서 반사되는 빛을 추적해 자전과 관련한 속성을 유추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정확한 측정이 이뤄지려면 지구와 금성의 위치가 정확히 맞아떨어지고 골드스톤과 그린뱅크 천문대 시설도 완벽하게 작동해야 하는 등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팀은 금성에 전파를 쏴 되돌아오는 신호로 두꺼운 구름에 가려진 금성의 비밀을 하나씩 벗겨나갈 계획이다.

이와 함께 두꺼운 얼음 밑에 바다를 가진 것으로 추정되는 목성의 위성인 유로파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금성에서와 마찬가지로 레이더 측정을 통해 바다의 존재를 확인하고 얼음 두께도 측정하겠다는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