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명 코로나 확진…수십일 해외 머물며 방역수칙 제대로 안지켜
도쿄올림픽 준비에 차질 우려…정상적인 대회 참가 '불투명'
레슬링 대표팀 '집단감염' 대규모 인원 장기 파견이 문제 키웠다
올림픽 효자 종목로 꼽히는 한국 레슬링이 도쿄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최악의 위기에 빠졌다.

레슬링 대표팀은 도쿄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하기 위해 국제대회에 참가했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발생했다.

27일 오후(한국시간) 현재 귀국한 27명 중 12명(1명 격리 해제), 불가리아 소피아에 체류 중인 23명 중 15명(1명 해제) 등 총 27명의 대표팀 구성원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

대표팀은 다음 달 6일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개막하는 올림픽 세계 쿼터 대회를 통해 도쿄올림픽 출전권 획득 마지막 도전에 나설 예정이었는데, 팀 내 확진자가 무더기로 발생하면서 정상적인 대회 참가 자체가 불투명해졌다.

코로나19 감염으로 심각한 증상을 호소하는 구성원이 아직 없다는 점은 다행이다.

다만 불가리아 현지에서 음성 판정을 받고도 코로나19 증상을 호소하는 선수들이 추가로 나와 확진자 수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국내 스포츠계에서 20명이 넘는 대규모 감염 사태가 발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축구대표팀, 펜싱 대표팀, 근대5종 대표팀 등이 국제대회에 참가했다가 코로나19에 확진된 사례가 있지만, 모두 10명 미만의 소수였다.

레슬링 관계자들은 대표팀 내 집단 감염이 예견됐던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너무 많은 인원을 오랜 기간 국제대회에 파견한 데다 현지에서는 방역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대한레슬링협회는 이달 8일부터 11일까지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열린 올림픽 아시아 쿼터 대회와 12일부터 18일까지 같은 장소에서 진행된 아시아 시니어선수권대회, 다음 달 6일부터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열리는 올림픽 세계 쿼터대회를 하나로 묶어서 준비했다.

협회는 지도자, 코치, 트레이너, 선수, 파견 심판 등 무려 50명이나 되는 대규모 선수단을 꾸려서 지난 달 말 카자흐스탄으로 보냈다.

이들은 카자흐스탄 현지에서 준비 과정을 거쳐 두 개 대회를 소화했다.

체류 기간은 20일이 넘는다.

대표팀 선수 A는 "카자흐스탄 현지에 도착하니, 이렇게 규모가 큰 선수단을 파견한 나라는 한국뿐이더라"라며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대다수 국가가 정예 선수단만 파견했는데, 우리는 1, 2진이 모두 나섰다"고 전했다.

대표팀의 또 다른 선수는 "사실 (올림픽 출전권이 걸리지 않은) 아시아 시니어선수권대회까지 출전할 필요가 없었다"며 "많은 인원이 불필요한 대회까지 출전해서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대표팀 50명 중 27명은 카자흐스탄 아시아 시니어선수권대회를 마치고 귀국했고, 나머지 인원은 세계 쿼터대회가 열리는 불가리아로 이동했다.

현지 불가리아에 체류 중인 23명의 대표팀 구성원들은 3월 말부터 5월 중순까지 50일 넘게 해외에 체류하는 셈이다.

현지에서는 방역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귀국한 대표팀 선수 B는 "선수들은 다 함께 훈련하고 함께 생활했다.

식사도 6명씩 함께 했다"며 "방역 수칙을 엄격하게 지키면서 생활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제지하는 사람도 별로 없었다"고 말했다.

선수끼리 몸을 맞대야 하는 레슬링 종목의 특성도 대표팀 내 코로나19 확산에 영향을 미쳤다.

레슬링 관계자는 "레슬링은 다른 종목보다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하다"며 "여러 가지 환경적인 요인도 집단 감염에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