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예술인 사관학교’로 꼽히는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유치를 둘러싼 지방자치단체의 막판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서울 송파구와 경기 고양시가 2파전을 벌이는 모양새다. 이들은 연일 유치 전략을 쏟아내고 있다. 관련 조직을 만드는가 하면 지역 주민 서명운동까지 벌이고 나섰다.

한예종은 서울 석관동·서초동·와룡동에 나뉘어 있는 캠퍼스를 통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어느 곳에 자리를 잡을지는 이르면 오는 6월 결정될 전망이다.
"한예종 잡아라"…송파 vs 고양, 막판 경쟁 '불꽃'

송파냐 고양이냐…역량 총동원

한예종은 전문예술인 양성을 위해 설립된 국립 예술종합학교다. 석관동 캠퍼스가 조선 경종의 묘인 의릉 능역 안에 있는데, 조선왕릉이 2009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면서 2022년까지 통합 캠퍼스를 마련하기로 했다. 3600여 명에 달하는 학생과 교수가 집결하는 만큼 파급 효과가 클 것으로 보고 서울 및 경기도 주요 지자체가 유치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송파구와 고양시의 각축전이 치열하다. 송파구는 정·관계 및 문화예술 분야 15명의 전·현직 인사로 구성된 ‘한예종 송파구 유치 상임자문단’을 25일 발족했다. 라종일 전 대통령 국가안보보좌관, 이병완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참여한다. 박성수 송파구청장은 “상임자문단을 중심으로 한예종 유치 활동에 행정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이는 라이벌 고양시에 대한 ‘반격’ 성격이 강하다. 고양시는 고양문화재단, 고양지식정보산업진흥원 등과 한예종 유치를 위한 협약을 지난 22일 맺었다. 지역 문화공연시설을 한예종 학생과 교수에게 개방하고, 한예종 오케스트라와 발레단을 창단하겠다고 밝혔다. 이재준 고양시장은 “킨텍스 전시장 등 관련 인프라와 한예종의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고 주장했다.

송파구와 고양시는 최근 수년간 한 곳이 유치 전략을 발표하면 며칠 내 다른 곳이 청사진을 내보는 식으로 각축전을 벌여왔다. 송파구는 지난해 7월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국민체육진흥공단 등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고양시는 지난해 ‘한예종 유치 100인 위원회’를 설립했다. 학생 기숙사 대용으로 행복주택 1000여 가구를 공급하겠다고도 발표했다. 두 곳 모두 각 지역 주민들이 서명운동에 뛰어들고 있다. 이런 와중에 성북구에선 석관동 지역 주민이 참여하는 ‘한예종 지키기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이전을 반대하고 있다. 지역 상권이 몰락하고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학생·교수 3600여 명 몰려와

한예종은 재학생 3546명에 교수가 139명에 달한다. 이전이 마무리되면 일자리 창출, 추가 재정수입은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에 만만치 않은 도움을 줄 전망이다. ‘문화예술 발전’ 측면에서 지역 이미지를 끌어올리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오는 6~7월께 이전지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어느 한 곳이 우세한 분위기는 아니다. 다만 이전 부지 여건은 고양시가 유리한 상황이다. 송파구가 추진하는 한예종 이전 부지인 방이동 445의 11 일대는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다. 제한구역을 해제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반면 고양시는 장항동의 약 11만5700㎡ 부지를 조성, 원가에 제공할 계획이다. 일각에선 한예종 송파구 이전이 오세훈 서울시장의 공약 중 하나라는 점에서 송파구에 힘이 실릴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정지은/강준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