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강 PO 1, 2차전 모두 교체 없이 출전…평균 30.5점 맹활약
두 경기 연속 40분 풀타임 설린저, 윌리엄스는 '안 뛰어도 좋아'
2020-2021시즌 프로농구에 '설교수' 열풍을 일으키는 안양 KGC인삼공사의 외국인 선수 제러드 설린저(29·204㎝)가 4강 플레이오프 두 경기에서 연달아 40분 풀 타임을 소화했다.

설린저는 24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4강 플레이오프(5전 3승제) 2차전 울산 현대모비스와 원정 경기에서 40분을 모두 뛰며 21점, 14리바운드를 기록했다.

그는 이틀 전 같은 장소에서 열린 1차전에서도 40분간 교체 한번 없이 출전해 40점, 13리바운드의 괴력을 발휘했다.

한 차원 높은 수준의 기량으로 다른 선수들에게 '농구 강의'를 한다고 해서 '설교수'라는 별명이 붙은 설린저는 3월부터 인삼공사에 합류한 선수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미국프로농구(NBA) 보스턴 셀틱스에서 뛰었고, 2016-2017시즌에도 NBA 토론토 랩터스에서 활약한 그는 3월 인삼공사와 대체 선수 계약을 하기 전부터도 'KBL에 올 선수가 아니다'라는 평을 들었다.

예상대로 그는 정규리그 10경기에서 평균 26.3점에 11.7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인삼공사의 상승세를 이끌었고 6강부터 치른 플레이오프에서는 5경기에서 29점, 11.6리바운드로 팀의 5연승을 이끌었다.

유재학 현대모비스 감독이 24일 4강 2차전을 앞두고 설린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신고해야 된다.

(설린저가 KBL에 뛰는 것 자체가) 반칙이라 (다른 리그로) 보내야 한다"고 농담했을 정도다.

설린저는 4강 2차전에서 공격 제한 시간에 쫓기면서 수비수를 달고 던지는 '터프 샷' 3점포를 두 차례나 성공하는 등 고비 때마다 꼬박꼬박 득점을 책임졌다.

유재학 감독은 "설린저에 대한 수비가 전반에 비해 후반에 잘 됐는데 그렇게 던져서 들어가는 것은 정말 어쩔 수 없는 경우"라고 혀를 내둘렀다.

두 경기 연속 40분 풀타임 설린저, 윌리엄스는 '안 뛰어도 좋아'
다만 설린저는 4강 두 경기에서 연달아 40분을 교체 없이 뛰어 체력적인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해 김승기 인삼공사 감독은 "전혀 문제가 없다"며 "나는 1분이라도 쉬게 해주고 싶지만 선수가 교체되는 것을 싫어한다"고 밝혔다.

김승기 감독은 "굳이 잘 하고 있는 선수를 빼서 분위기를 망칠 이유가 없다"며 "플레이 스타일도 힘을 써야 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를 정확히 구분하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유재학 현대모비스 감독은 "설린저는 치고 들어가는 공격보다 스텝 백(한 발 뒤로 물러서며 쏘는 슛)이나 원 드리블 후 점프 슛을 주로 던진다"며 "따라서 돌파에 대비하는 수비보다 바짝 붙어주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승기 감독은 여기에 대해서도 "상대 수비도 완벽하지 않다"며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여유를 보였다.

김 감독은 "지금까지 만난 외국인 선수 중에 머리도 제일 좋은 것 같다"며 "맥만 짚어주면 상대를 금방 파악하는 능력이 있다"고 칭찬했다.

이에 맞서는 유 감독은 2차전을 끝낸 뒤 "설린저에 대한 수비가 조금씩 더 잡혀가는 것 같다"고 26일 열릴 3차전 희망을 이야기했다.

두 경기 연속 40분 풀타임 설린저, 윌리엄스는 '안 뛰어도 좋아'
설린저가 40분을 다 뛰는 바람에 4강 들어서는 1분도 뛰지 못한 인삼공사의 다른 외국인 선수 라타비우스 윌리엄스(32·200㎝)의 기분은 어떨까.

김승기 감독은 "자기가 못 뛴다고 꽁해 있거나 그런 부분이 전혀 없다"며 "오히려 팀이 이기니 더 좋아한다"고 윌리엄스를 감쌌다.

실제로 24일 2차전에서 윌리엄스는 벤치 옆에 놓인 사이클을 타며 팀의 공격이나 수비가 성공할 때마다 박수를 보내는 '관중 모드' 속에 즐거워하는 모습이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