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수술 참작 재판 연기 감사…향후 재판 순조롭게"
다음 재판 5월6일…전직 삼성증권 직원 증인심문 예정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월 '국정농단'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된 지 3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최근 충수염 수술을 받은 이 부회장은 변호인을 통해 재판을 연기해준 데 감사의 뜻을 표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 박사랑 권성수 부장판사)는 22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및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과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등의 첫 공판 기일을 열었다.

이 부회장은 앞선 두 차례의 공판 준비기일에는 불출석했으나 이날은 정식 공판 기일이어서 출석했다.

올해 1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법정구속 된 이후 법정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처음이다.

이 부회장의 변호인은 재판 진행에 앞서 "이재용 피고인을 대신해 말하겠다"며 "피고인의 상황을 참작해 재판부가 기일을 연기해줬고 그 덕분에 피고인이 위급한 상황을 넘기고 회복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사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향후 재판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는 이 부회장이 충수염 수술을 받고 병원에 입원하게 돼 당초 지난달 25일로 예정됐던 재판을 한 달가량 연기해준 재판부에 감사 표시를 한 것이다.

수감 중인 이 부회장은 정장에 흰 셔츠 차림으로 재판 시작 10여 분 전 법정에 들어섰다.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3개월 전과 비교해 눈에 띄게 수척해진 모습이었다.

이 부회장은 피고인들의 신원을 확인하는 재판장의 말에 대답한 것을 빼고는 입을 굳게 다문 채 재판에 임했다.

국민참여 재판을 원하냐는 재판장의 질문에는 "아닙니다"라고 짤막하게 입장을 밝혔다.

변호인이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한다는 취지의 프레젠테이션(PPT)을 진행한 뒤 재판부가 공소사실을 인정하는지 묻자 이 부회장은 "인정할 수 없다"고 답했다.

그에 이어 최지성 전 실자오가 장충기 전 차장도 모두 공소사실을 인정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에는 검찰이 피고인들의 공소사실에 대한 PPT를, 오후에는 변호인의 변론이 각각 진행됐다.

변호인들은 종전에 밝힌 대로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이밖에 변호인단은 검찰이 압수수색한 전자정보 일부만 증거로 신청하고 목록을 제공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검찰은 "다른 회사의 영업 비밀과 관련한 내용들도 많기 때문"이라며 변호인들이 증거를 모두 열람할 수 있도록 조치하기로 했다.

오전 10시 시작된 재판은 수차례 휴정과 재개를 반복해 오후 6시 30분께 종료됐다.

재판부는 다음 공판기일인 5월 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전직 삼성증권 기업금융 담당 직원 한모 씨를 증인으로 부르기로 했다.

검찰은 미전실이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추진할 당시 제일모직 주가를 띄우고 삼성물산 주가를 낮추고자 거짓 정보를 유포했다고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은 합병 후 지주사격인 통합 삼성물산 지분을 확보하면서 그룹 지배력을 강화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