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발니 건강 악화 등으로 더 미룰 수 없어"…하원의원들도 석방 촉구

교도소 복역 중 건강이 악화해 사망 우려까지 제기된 러시아 야권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에 대한 진료와 석방을 촉구하는 야권 시위가 21일 열릴 예정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연례 대(對)의회 연설이 예정된 날이다.

나발니가 이끄는 반부패재단(FBK) 소장 이반 즈다노프는 18일 유튜브 채널을 통해 21일 수도 모스크바와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전국 주요 도시들에서 나발니 지지 시위를 벌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수감 나발니 지지자들, 푸틴 의회 연설하는 21일 대규모 시위
그는 당초 계획대로 50만 명의 서명이 모일 때를 기다리지 않고 서둘러 시위를 벌이기로 했다면서 "사태가 빠르게 나쁜 쪽으로 전개되고 있어 더는 기다리거나 연기할 수 없다.

극단적 상황은 극단적 결정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나발니 지지자들은 나발니의 악화하는 건강뿐 아니라 당국이 FBK와 나발니 운동 본부를 극단주의 단체로 지정하려는 움직임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나발니 측은 50만 명의 서명이 모이면 저항 집회 날짜를 공표하겠다고 밝혔었다.

현재 나발니 사이트에는 45만여 명이 서명했다.

지난 1월 말과 2월 초 러시아 주요 도시들에서 벌어진 나발니 지지 시위에는 10만~30만 명이 참가했다.

나발니 치료를 지지하는 의사들은 이날에도 그가 수감 중인 블라디미르주 교도소를 찾아가 진료 허가를 신청하고 2시간이나 기다렸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나발니 주치의 아나스타시야 바실리예바가 밝혔다.

바실리예바는 트위터에 올린 영상을 통해 "죽어가는 환자에게 의사를 들여보내지 않는 것은 잔인하고 극악한 짓"이라고 비난했다.

러시아 야당인 '야블로코'(사과)당 의원들을 포함한 다수의 하원 의원들도 이날 나발니에 대한 진료 허가를 촉구하는 푸틴 대통령 앞으로 보내는 공개서한을 발표했다.

의원들은 "나발니의 선택에 따라 의사들의 진료를 허용해야 한다"면서 "나발니의 생명에 대한 책임은 푸틴 대통령 개인이 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나발니에 대한 조치를 개인적이고 정치적인 원한 때문에 저질러지는 살해 시도로 평가한다"면서 "정치적 동기에서 이루어진 나발니에 대한 모든 형사·행정 판결을 취소하고 정치범을 즉각 석방하라"고 요구했다.

푸틴 대통령의 정적으로 꼽히는 나발니는 지난해 8월 항공기 기내에서 독극물 중독 증세로 쓰러진 뒤 독일에서 치료를 받았으며, 자국 정보당국이 자신을 독살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올해 1월 귀국하자마자 체포된 뒤 2014년 사기 혐의로 받은 집행유예가 실형으로 전환되면서 징역 3년 6개월 형을 받아 복역 중이다.

수감 후 나발니는 등과 다리 통증을 이유로 자신이 초청한 의사를 들여보내달라고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지난달 31일 단식 투쟁을 선언했고, 지난 5일에는 발열과 호흡기 증상으로 교도소 내 병동 시설로 옮겨진 것으로 전해졌다.

나발니 개인 주치의들은 지난 17일 그의 혈중 칼륨 수치가 위험한 수준이라 언제든 심장 박동 장애로 사망할 수 있다고 밝혔으나 교도당국은 여전히 외부 의사 진료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수감 나발니 지지자들, 푸틴 의회 연설하는 21일 대규모 시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