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사고 트럭 견인 당시 기어 중립 상태였던 점 '주목'
3명이 숨지고 59명이 중경상을 입은 제주대 입구 4중 추돌사고 당시 H 화물운송업체 4.5t 트럭은 왜 멈추지 못했을까.
16일 제주동부경찰서와 제조사 등에 따르면 사고 트럭은 주 제동장치인 풋브레이크 외에도 보조 제동장치인 사이드브레이크(파킹브레이크)와 배기브레이크가 장착돼 있다.
풋브레이크는 발로 페달을 밟아 감속하거나 정지하도록 하는 방식의 일반적인 브레이크를 말한다.
사이드브레이크는 주로 주차용으로 쓰이지만 위급할 때는 보조 제동장치로 활용하기도 한다.
반면, 배기브레이크는 엔진에서 배출되는 배기가스의 통로를 틀어막아 엔진 회전수를 급격히 줄어들게 하는 일종의 엔진 브레이크이다.
다만 배기 브레이크를 작동하려면 별도로 마련된 전용 스위치나 레버를 조작해야 한다.
운전자가 배기브레이크 버튼을 누르고 주행할 때 가속 페달과 클러치 페달에서 발을떼면 배기 브레이크가 자동으로 작동해 차량의 속도를 줄여준다.
통상적으로 배기 브레이크를 사용하면 1.5∼2배가량 감속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사고 당시 상황은 어땠을까.
사고 트럭 운전사 A씨는 서귀포시 안덕면에서 출발해 평화로를 주행하던 중 산록도로를 거쳐 관음사 앞 도로를 지나 516도로로 진입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그는 또 "사고 당시 배기브레이크와 사이드브레이크를 작동했다"라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지난 7일 진행한 사고 트럭 감식 당시 배기브레이크와 사이드브레이크 이상은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A씨가 정말 사고 당시 보조 제동장치를 사용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국과수 감식 결과가 나와봐야 알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해당 트럭은 사고 장소에서 약 900m 떨어진 산천단 입구 전후에서부터 브레이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사고 목격자에 따르면 사고 트럭은 산천단 입구 인근에서부터 경적을 울리며 빠른 속도로 달렸다.
사고 당시 폐쇄회로(CC)TV를 보면 사고를 낸 4.5t 트럭은 1t 트럭과 버스를 덮치기 전 시속 60㎞ 이상 속도로 달린 것으로 추정된다.
경사가 가파른 내리막길을 풋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은 채 내려왔다 해도, 900m가량 보조 제동장치를 이용해 주행했는데, 감속이 안 된 이유는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기어의 위치'다.
사고 트럭에 대한 감식 당시 기어가 중립에 놓여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트럭 수동변속기가 부서진 상태였으므로 충격에 의해 중립 위치로 이동됐을 수도 있고, 트럭이 견인될 당시 변속기가 중립에 놓였을 가능성도 있다.
국과수 감식 결과가 나올 때까지 사고 직전 트럭의 기어가 중립 상태였는지는 속단하기 이른 상황이다.
하지만 만약, 사고 트럭 운전자가 사고 직전 기어를 중립 상태로 뒀다면 엔진브레이크 기능은 상실된다.
기어가 중립 상태면 엔진과 바퀴를 연결하는 톱니바퀴가 분리되기 때문이다.
엔진브레이크 기능이 상실되면, 당연히 배기 브레이크도 무용지물이 된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사항에 대해서는 상세히 말할 수 없다"며 "오는 20일 이후 국과수 감식 결과가 나오게 된다"고 말했다.
지난 6일 오후 5시 59분께 제주대 입구 사거리에서 4.5t 트럭이 다른 1t 트럭과 버스 2대를 추돌했다.
이 사고로 3명이 숨지고 59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A씨는 앞서가던 트럭과 버스 2대를 추돌해 인명피해를 발생시킨 혐의(교통사고 처리 특례법상 과실치사 및 과실치상)로 이날 구속됐다.
dragon.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