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네이버웹툰 홈페이지 캡처]
[사진=네이버웹툰 홈페이지 캡처]
'이야기 시장'에 카카오네이버가 뭉칫돈을 쏟아붓고 있다. 장르물 제작에 가장 많이 활용되는 웹툰·웹드라마 시장 규모가 커진 데다 다양한 영화나 드라마 제작의 중심이 되는 콘텐츠 산업의 '원천기술'로서 지식재산권(IP) 비즈니스 가치가 올라가면서다. 보폭을 해외로 넓히면서 글로벌 콘텐츠 강자로 발돋움한다는 복안이다.

웹툰 시장에 눈뜬 카카오, 인수합병 광폭 행보

이진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공동대표. [사진=카카오엔터테인먼트]
이진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공동대표. [사진=카카오엔터테인먼트]
13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의 콘텐츠 자회사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북미 지역 최초 웹툰 플랫폼으로 알려져 있는 '타파스'의 운영사 타파스미디어의 경영권 인수를 추진 중이다. 최종 절차가 남아 있어 구체적인 인수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김창원 대표가 2012년 미국에 설립한 타파스미디어는 지난해 말 기준 월 이용자 수(MAU) 300만명을 넘겼다. 현재 8만여 종의 작품과 원천 IP 80개를 보유하고 있다.

웹툰·웹소설 IP 제작·유통사 카카오페이지는 지난해 9월 카카오 본사가 보유한 타파스미디어 지분 200만주(10.89%)를 주당 2.59달러에 사들여 지분을 21.68%(398만주)로 늘렸다. 같은해 11월 지분 추가 확보를 통해 보유 지분을 40.4%까지 늘려 최대주주가 됐다. 이어 음악·드라마·영화 등 콘텐츠 제작 역량을 갖춘 카카오M과 합병해 '카카오엔터테인먼트'로 지난달 공식 출범했다.

이를 통해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타파스미디어의 최대주주에 올랐지만 경영권을 확보하지는 못했다. 때문에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이번 타파스미디어 추가 지분 매입은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세계 최대 IP 시장인 북미지역 진출을 본격화하기 위한 '몸풀기' 행보란 관측이다.

뿐만 아니라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4000억원을 들여 글로벌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 인수도 추진 중이다. 성사된다면 카카오가 2016년 1조9000억원을 들여 카카오의 엔터테인먼트 부문 자회사 카카오M의 전신 로엔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한 이후 최대 규모다.

일본 시장에도 공들이고 있다. 카카오재팬의 만화 플랫폼 '픽코마'는 현재 일본 전체 만화 모바일 앱 매출 분야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카카오재팬은 올해 2월 대원미디어의 웹툰 자회사 스토리작과 함께 일본에 합작사(조인트벤처)인 '셰르파스튜디오'(SHERPA STUDIO)를 설립하는가 하면 지난해부터 일본 메이저 콘텐츠 기업 '카도카와' 지분을 단계적으로 매입하면서 올해 총 7.3%의 지분을 확보했다. 이를 통해 카카오는 카도카와의 최대주주가 됐다.

웹툰 시장 파이 키운 네이버, 더욱 막강한 영향력 꾀할 듯

한성숙 네이버 대표와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 알렌 라우 왓패드 창업자는 오는 21일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리는 '콜리전 컨퍼런스'에 연사로 참석한다. [사진=네이버 제공]
한성숙 네이버 대표와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 알렌 라우 왓패드 창업자는 오는 21일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리는 '콜리전 컨퍼런스'에 연사로 참석한다. [사진=네이버 제공]
네이버는 웹툰 플랫폼 인수합병과 지분 투자에 나선 것은 물론 웹소설, 캐릭터, 팬덤 플랫폼 등에서 보다 막강한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

한국시간 21일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와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 알렌 라우 왓패드 창업자 겸 대표는 글로벌 테크 컨퍼런스 세션에서 '새로운 창작자 세대의 강화'를 주제로 향후 글로벌 전략, 창작자들의 글로벌 히트작, IP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미래 등에 대해 대담할 예정이다.

이날 대담은 네이버가 올 1월 세계 최대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 지분 100%를 약 6억 달러(한화 약 66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힌 이후 공식석상에서 3사 대표가 처음 만나는 자리다. 세계 1위 웹툰·웹소설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의 대담에 업계 관심이 쏠린다.

네이버는 이미 글로벌 IP 시장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네이버가 왓패드 인수 절차를 마무리하면 1억6000만명 이상의 사용자를 가진 글로벌 최대 스토리텔링 플랫폼 사업자로 거듭난다. 네이버 웹툰 사업은 지난해 연간 거래액 8200억원, 월간 순사용자 7200만명을 돌파했으며 현재 영어·일본어·프랑스어·독일어 등 10개 언어, 100개국 이상에서 서비스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한국 웹툰을 번역해 190개국 300만명 이상에게 서비스하는 미국 2위 웹툰 플랫폼 '태피툰'의 운영사 콘텐츠퍼스트에 투자했다. 태피툰이 미국에서 서비스하는 '나 혼자만 레벨업'은 미국 온라인 청원사이트에서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해 달라는 내용의 청원까지 올라올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동남아에서도 보폭을 넓히고 있다. 네이버웹툰은 현지 1위 메신저 라인을 기반으로 인도네시아와 태국에서 구글플레이 기준 만화 카테고리 수익 1위 앱이 됐다. 지난 7일에는 인도네시아 최대 종합 미디어 기업 '엠텍'(Emtek)에 1억5000만 달러(약 1700억원)의 전략적 투자를 단행한다고 밝혔다.

서브컬처로 분류되던 웹툰, 대중문화로 확장

[사진=카카오페이지 홈페이지 캡처]
[사진=카카오페이지 홈페이지 캡처]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새로운 미디어 생태계가 형성되면서 다양한 플랫폼의 등장으로 콘텐츠에 대한 접근 방식이 다양화됐고 향유의 영역도 확장되고 있다"며 "원소스 멀티유즈 방식이 소수만 즐겨 서브컬처로 분류되던 웹툰 콘텐츠들을 대중문화로 확장시켰고 인기 웹툰의 경우 스토리와 재미를 검증받아 안정성이 보장된다는 장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동희 메리츠증권 연구원 역시 "중장기적으로 웹툰의 글로벌 성장성과 웹소설 IP를 통해 창출될 파생 가치에 대한 전망치 상향이 필요하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웹툰 IP는 새로운 형태로 얼마든지 뻗어나갈 수 있어 향후 웹툰 IP 확장성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며 "웹툰 자체적으로 잠재력이 발휘되지 못해도 원천 소재로서의 강점이 커 영화, 드라마, 뮤지컬, 게임 등으로의 변형이 극대화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