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포식(Autophagy)은 세포가 스스로 세포의 구성물질을 분해하는 과정이다. 효모와 같은 곰팡이로부터 식물, 동물에 이르기까지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세포의 필수적인 기능이다. 자가포식이 인간의 질병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알아보자.

인간 질병에서의 자가포식
(Autophagy in Human Diseases)

저널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IF 72.70)
게재일 2020.10.15
doi 10.1056/NEJMra2022774

(논문 첫 페이지)
[이달의 논문 리뷰] 자가포식(Autophagy)과 질병 연관성
동물에서의 자가 포식 연구의 선도 연구자인 일본 도쿄대학의 미즈시마 노보루 교수와 미국 텍사스 사우스웨스턴 의대의 베스 레빈 교수가 집필한 리뷰 논문에서는 자가포식의 기전과 동물에서의 생리학적 기능, 그리고 자가 포식에서의 이상과 질병 관련성에 대해서 잘 소개하고 있다. (자가포식의 메커니즘은 32쪽 커버스토리 참고) 자가포식에 관여하는 유전자는 ATG (Autophage-related Gene)라고 하는 약 40종의 유전자이며, 이 중 ATG1 에서 ATG18 까지의 유전자는 효모에서부터 동물까지 보존되어 있는 ‘핵심 자가포식 유전자’ 이다.

정상적인 세포에서 자가포식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자가포식은 에너지나 영양분 상황에 따라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 일어난다. 운동 중일때나 영양결핍 상태에는 자가포식이 활발해지는데, 자가포식으로 세포의 구성성분을 분해하여 부족한 에너지와 영양분을 얻게 된다. 자가포식의 또 다른 목적은 세포의 항상성 유지다. 세포를 구성하는 요소인 단백질이나 세포 소기관 등도 손상되어 노폐물이 축적된다. 만약 발생과정과 같이 세포가 빠르게 성장하는 경우에는 새로 만들어지는 세포에서 노폐물이 희석되므로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완전히 성숙하여 성장하지 않는 세포, 특히 수명이 평생 가는 신경세포에서 세포에 형성되는 노폐물이 제거되지 않으면 노폐물이 계속 축적되어 세포는 죽게 된다. 이를 예방하기 위하여 세포는 노폐물을 자가포식을 통해 제거한다. 불특정한 단백질이나 세포 기관을 분해하는 것 이외에도 세포 내에 침투한 병원체를 격리하여 분해하는 것도 자가포식의 기능 중의 하나이다.

즉 자가포식은 생물의 긴 수명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이다. 그러나 생물이 나이가 먹어가면 자가포식 활성이 낮아진다. 자가포식을 통해 세포의 항상성을 그대로 유지하면 노화 없이 수명을 유지할 수 있겠지만, 생물이 나이가 먹어갈수록 자가포식 기능이 떨어지게 되고 노화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그렇다면 자가포식을 활성화하면 노화를 억제할 수 있지 않을까? 자가포식과의 관련성이 제일 먼저 조사된 질병들은 파킨슨, 근위축성 측색경화증(ALS)과 같은 퇴행성 신경질환이다. 대부분의 퇴행성 신경질환은 세포 내에 비정상적인 단백질 응집체(타우·알파-시누클레인·베타 아밀로이드 등)가 축적되어 발생하고, 나이가 들수록 가속화된다. 젊을 때는 노폐물 단백질은 자가포식으로 제거되어 세포내에 축적되지 않지만, 나이가 들어서 자가포식 기능이 떨어지고, 노폐물 단백질의 축적이 가속화된다는 것은 자가포식과 퇴행성 신경질환의 연관성을 암시한다.

실제로 자가포식의 핵심 유전자군에서 변이가 나타나면 파킨슨, ALS 등의 질병이 발생한다는 사례가 존재한다. 가령 손상된 미토콘드리아의 자가 포식에 관여하는 유전자인 파킨과 PINK1 에 돌연변이가 일어나는 것이 일부 유전성 파킨슨병의 원인이라는 것이 밝혀진 바 있다.

그렇다면 암은 어떨까? 암과 자가포식과의 관계는 매우 복잡하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자가포식의 이상은 정상세포로부터 암세포로의 암화를 촉진하기도 하지만, 일단 암세포가 형성되어 활발히 증식되는 상황에서는 자가포식은 암세포의 성장을 촉진하기도 한다.

자가포식의 이상이 암의 형성을 촉진하면서 동시에 암세포의 성장에도 보탬을 준다는 이야기는 얼핏 모순된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자가포식의 세포 내에서의 기능을 생각해보면 이해가능한 이야기이다. 자가포식은 활성산소를 형성하여 돌연변이를 유도하는 손상된 미토콘드리아 등을 제거하여 세포 내의 위험요소를 줄이는 기능을 하므로 세포의 자가포식이 망가지게 되면 암 발생의 빈도가 증가한다. 실제로 자가포식 조절의 핵심 유전자인 벡틴1이 결여된 낙아웃 생쥐에서는 유방암, 난소암, 전립선암 등의 암의 발생이 늘어난다는 보고가 있다.

그러나 일단 암세포가 된 세포에서는 자가포식은 세포의 성장을 돕는다. 끊임없이 성장하는 암세포는 정상세포에 비해서 항상 영양 부족에 시달리게 되고, 때로는 성장속도에 비해서 산소나 영양소의 공급이 늦어지면 증식에 위험을 겪게 되는데, 자가포식 작용은 이러한 스트레스로부터 암 세포를 보호하여 성장을 돕는 것이다.

자가포식이 여러가지 질병 및 노화에 관여하고 있다는 증거가 등장함에 따라서 자가포식을 조절하여 자가포식의 이상에 의해서 생기는 질병을 조절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자가 포식을 재활성화할 수 있을까? 한 가지 방법으로는 세포 내에서 자가포식을 억제하는 메커니즘인 mTOR 경로를 억제하는 약물인 라파마이신, 이달로피리딘, SB-742457과 같은 약물을 사용하는 것이다. 또 다른 방법은 mTOR 경로와 관계없이 자가포식을 촉진하는 물질인 스퍼미딘(spermidine)과 같은 자연계에 존재하는 천연물을 사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화합물은 자가포식 이외에도 세포 내에서 많은 경로를 건드리기 때문에, 자가포식을 활성화하여 이러한 질병의 치료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자가포식을 특이적으로 조절하는 화합물이 필요할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암의 성장에는 자가포식이 긍정적인 작용을 하기 때문에 자가포식을 억제함으로써 항암 효과를 얻고자 하는 시도가 이어졌다.

이 경우 오래 전에 개발된 말라리아 치료제인 히드록시클로로퀴닌이나 클로로퀴닌이 사용되는데, 이들 약물은 리소좀의 기능을 억제하여 자가 포식의 최종 단계인 분해단계를 억제하게 된다.

2020년 현재 히드록시클로로퀴닌이나 클로로퀴닌을 다른 화학항암요법제와 병용하여 여러 가지 암종에 대한 치료효과를 보는 임상 시험이 50여종이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임상 시험의 결과는 환자에 따라서 다른데, 일부 환자에서는 항암 효과를 보이기도 한 반면, 효과가 없는 경우도 많이 보고되었다.

자가포식이 암을 억제하기도 하지만, 암 발생을 촉진하기도 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특별히 놀랄 만한 일은 아니다. 따라서 자가포식을 억제하여 암을 치료하는 시도의 경우 자가포식 억제로 인해 억제할 수 있는 정확한 암종과 이를 식별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의 연구가 좀 더 필요할 것이다.

지금까지 설명한 것처럼 자가포식은 노화와 퇴행성 신경질환, 암에 이르기까지 많은 질병의 원인이 되며, 자가포식을 조절함으로써 현재까지 현대의학으로 확실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이러한 질병을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자가 포식과 관련된 질병을 이해하고, 이를 치료하는 수단이 개발되기 위해서는 인간에서 자가포식 활성을 정확히 측정하는 방법 등과 같은 기술적 진보가 필요할 것이다.

자가포식 조절 복합체의 저해에 의한 쥐의 수명 연장
(Disruption of the beclin 1–BCL2 autophagy regulatory complex promotes longevity in mice)

저널 Nature(IF 42.78)
게재일 2018.05.30
doi 10.1038/s41586-018-0162-7

(논문 첫 페이지)
[이달의 논문 리뷰] 자가포식(Autophagy)과 질병 연관성
그동안 선충이나 초파리와 같은 모델 동물에서 자가포식을 증가시킴으로써 수명을 연장하였다는 보고가 있었다. 칼로리 제한 섭취를 통한 동물의 수명 연장에서 자가 포식이 활성화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이러한 결과는 자가포식의 증가가 동물의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는 정황 증거를 제시했다. 그러나 자가포식을 활성화함에 따라서 동물의 수명이 늘어난다는 확실한 실험적인 증거는 드물었다.

그러나 텍사스 사우스웨스턴 의대의 베스 레빈 교수 연구팀이 2018년 발표한 논문에서 자가포식을 활성화함에 따라서 동물의 수명이 연장된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나오게 되었다. 이들은 기존에 밝혀진 자가포식을 억제하는 조절인자인 베클린 1과 자가포식의 억제인자인 BCL2/BCL-XL 의 상호작용을 못하게 함으로써, 동물에서 자가포식을 활성화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구체적으로 베클린 1 단백질의 121번째 페닐알라닌을 알라닌으로 바꾼 돌연변이(F121A) 에 의해서 베클린 1 과 BCL2/BCL-XL의 상호작용이 저해되고, 이로 인해 자가포식이 활성화되었다. 이 돌연변이가 도입되어 자가포식이 활성화된 마우스의 수명 중간값은 29개월로, 수명 중간값이 26개월인 대조군 마우스에 비해서 유의적으로 수명이 증가하였다. 자가포식이 활성화된 마우스와 대조군의 신장과 심장을 조사해 보았을때 자가포식이 활성화된 마우스에서는 노화에 의한 신장 및 심장 조직에서의 손상이 현저하게 덜 나타났다.

또한 항노화 억제 단백질로써 단백질이 결여되었을때 노화가 가속화되는 것으로 알려진 유전자인 클로토 유전자가 결실된 생쥐와 자가포식이 활성화되는 생쥐를 교배하였을때, 자가 포식의 활성화는 클로토 유전자의 결실로 발생하는 수명 단축을 줄여줄 수 있었다.

물론 이러한 결과가 인간 등의 수명이 긴 동물에 적용될 수 있을지, 그리고 돌연변이 도입이 아닌 어떤 방법으로 자가포식 조절 복합체를 저해하여 자가포식을 활성화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앞으로 해결되어야 할 연구 과제가 될 것이다. 가령 베클린 1 과 BCL2/BCL-XL 간 상호 작용을 억제하는 소분자 화합물등이 발견된다면, 약물 투여에 의한 자가포식을 활성화함으로써 노화를 억제하는 효과를 얻는 약물의 개발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바이러스에 의해서 유도되는 자가포식을 촉진하는 단백질인 ‘소팅 넥신 5’
(Sorting nexin 5 mediates virus-induced autophagy and immunity)

저널 Nature(IF 42.78)
게재일 2020.12.16
doi 10.1038/s41586-020-03056-z

(논문 첫 페이지)
[이달의 논문 리뷰] 자가포식(Autophagy)과 질병 연관성
자가포식은 세포의 항상성 유지 이외에도 많은 역할을 수행하는데, 그중 하나가 면역 작용이다. 즉 포식작용에 의해서 세포 내로 흡수된 병원체가 제거되기 위해서는 자가포식이 유도되어 이러한 병원체가 실제로 분해되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세포의 항상성 유지를 위하여 일어나는 자가포식과 바이러스 병원체에 의해서 유도되는 자가포식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베스 레빈 연구팀에서는 2종의 바이러스(신비디스 바이러스 SIN 인간 심플렉스 바이러스 HSV-1)가 감염되면 세포 내에서 자가포식을 유도하는 시스템을 이용하여 바이러스에 의해서 특이적으로 유도되는 자가포식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탐색하였다. 이들이 사용한 세포주에서는 자가포식의 발생을 세포 내에서 증가하는 LC3 단백질을 GFP가 결합된 LC3 단백질에서 발생하는 형광으로 검출할 수 있게 되며, 여기에 유전자 발현을 억제하는 siRNA를 처리하여 자가포식을 억제하는 유전자를 탐색하도록 하였다.

이들은 두 종류의 바이러스에서 공통적으로 자가포식을 억제하는 약 154종의 유전자를 확인하였고, 이 중에서 기존에 생체막의 재구성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단백질인 소팅 넥신 5(SNX5)와 자가포식에의 영향을 추가적으로 연구하였다.

여기서 발견된 소팅 넥신 5 및 이와 연관된 유전자인 소팅 넥신 32의 유전자 발현을 억제해 본 결과 이 두 가지 유전자는 바이러스에 의해서 유도되는 자가포식에 관여한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반면에 이 두 가지 유전자는 바이러스와 관련 없이 세포 내에서 유도되는 자가포식에는 관여하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는 소팅 넥신이 바이러스에 의해서 유도되는 자가포식에 특이적인 단백질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세포 내에서의 단백질 상호작용의 분석 결과 소팅 넥신 5는 자가포식의 개시에 필요하다고 알려진 인산기인 포스타피딜이노시톨 3-인산을 형성하는 단백질 복합체인 PI3KC3에 결합하고 있었다. 이것은 바이러스 특이적인 자가포식이 개시되는 데 소팅 넥신 5가 필수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소팅 넥신 5 유전자가 결여된 마우스에 바이러스를 감염시킬 경우, 소팅 넥신 5 유전자가 온전한 마우스에 비해서 마우스의 치사율이 올라갔다. 이것은 바이러스로부터 방어하는 기전으로써 일어나는 자가포식에 소팅 넥신 5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결과는 바이러스 등의 병원체에 특이적으로 일어나는 자가포식 기전이 존재하며, 병원체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면역기전에 자가포식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이러한 지식이 어떻게 병원체를 퇴치하는 실용적인 결과물이 되기까지는 앞으로도 많은 후속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저자 소개>

[이달의 논문 리뷰] 자가포식(Autophagy)과 질병 연관성
남궁석

고려대 농화학과를 졸업한 뒤 동 대학원에서 생화학 전공으로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예일대와 펜실베이니아대에서 박사 후 연구원을 했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충북대 농업생명과학대 축산식품생명과학부 초빙교수로 재직했다. 지금은 Secret Lab of Mad Scientist(SLMS)라는 이름으로 과학 저술 및 과학 관련 컨설팅 활동을 하고 있다. <과학자가 되는 방법>, <암 정복 연대기>의 저자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4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