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이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 불리기 경쟁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글로벌 지식재산권(IP)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입니다. 쉽게 말해 영화, 드라마, 게임, 웹툰 등에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빠르게 확보하기 위해서죠. 두 회사가 인수한 웹소설 업체도 북미 시장을 기반으로 하는 글로벌 상위 웹소설 업체들입니다. 네이버와 카카오 모두 웹툰과 웹소설 부문을 강화해 관련 콘텐츠를 기반으로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까지 장악하겠다는 계획입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PwC에 따르면 글로벌 OTT 시장 규모는 지난해 약 58조원 수준에서 내년에는 73조원까지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같은 듯 다른 전략
네이버와 카카오 두 회사의 궁극적인 목표는 같지만 전략은 약간 다릅니다. 두 회사가 인수한 업체를 조금만 살펴봐도 알 수 있지요. 먼저 간단히 말하면, 왓패드는 무료 서비스를 통해 이용자 확대에 주력하는 반면 래디쉬는 유료 서비스에 보다 포커스를 맞추는 사업 모델입니다.
네이버가 인수한 왓패드는 전세계 이용자 9000만명이 넘는 글로벌 1위 웹소설 플랫폼입니다. 창작자 500만여명이 쓴 콘텐츠가 10억편에 달합니다. 네이버웹툰과 왓패드의 월간 이용자를 단순 합산해보면 1억6000만명이 넘습니다. 네이버는 왓패드가 보유한 인기 콘텐츠를 웹툰화해 빠르게 이용자를 늘리겠다는 계획입니다. 왓패드 이용자의 80%가 젊은 세대라는 점도 이용자 확보에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외형은 빠르게 성장 중입니다. 2018년 매출 204억원에서 지난해 잠정 기준 385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손익은 96억원에서 25억원으로 크게 줄었습니다. 주요 매출 원천은 이용자를 기반으로 한 광고입니다. 네이버는 이처럼 방대한 양의 콘텐츠를 기반으로 시장점유율을 늘려 글로벌 최대 플랫폼 사업자로 거듭나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카카오는 오리지널 자체 IP로 승부를 보겠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래디쉬는 한국인 이승윤 대표가 2016년 창업한 플랫폼입니다. 이용자 700만명에 미 웹소설 플랫폼 사업자 5위권으로, 규모는 다소 작습니다. 왓패드 이용자의 10%도 안되는 수준이지요. 그렇지만 래디쉬의 자체제작 콘텐츠 ‘래디쉬 오리지널’의 인기는 폭발적입니다. 유료 서비스로 제공됨에도 이용자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할리우드식 집단 공동창작 방식 도입으로 1일 1연재 시스템을 운영해 독자들을 플랫폼에 계속 머물수 있게 만든 덕분이지요. 매출의 90%가 오리지널 IP에서 나옵니다. 지난해 잠정 매출 230억원으로 2019년 22억원보다 10배 이상 성장했습니다. 카카오가 인수를 추진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카카오는 이같은 래디쉬의 오리지널 IP를 바탕으로 향후 영화, 드라마, 게임 등 다른 장르로 IP를 확장한다는 계획입니다.
IP 확보 사활걸 듯..
업계에서는 네이버 카카오 중 누가 최종적으로 시장을 장악할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일찌감치 라인을 통해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선 네이버가 우위에 있습니다. 스노우·제페토 등 글로벌 서비스도 잇따라 성공시켰지요. 카카오는 일본 시장에서 선보인 만화 서비스 ‘픽코마’ 성공을 바탕으로 북미 시장에서 네이버를 따라잡겠다는 각오입니다.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M 합병을 통해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출범시킨 것도 IP사업을 키우기 위해서지요. 카카오페이지의 웹툰·웹소설이 가진 IP를 기반 삼아 카카오M이 음악·드라마 등 콘텐츠를 제작하고, 멜론·카카오TV등에 유통해 세계 시장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복안입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IP 주도권을 뺏기지 않기 위해 추가로 웹툰 및 웹소설 관련 업체 인수합병(M&A)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두 회사가 관련 업체들의 경영권을 서로 인수하기 위해 양보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업계의 소문이 파다합니다. 카카오는 그동안 래디쉬 외에도 크로스픽쳐스, 디앤씨미디어, 타파스, 투유드림 등 웹툰, 웹소설 업체에 활발한 투자를 해왔습니다. 네이버 역시 왓패드를 인수한 뒤에도 웹툰 플랫폼 태피툰 운영사 콘텐츠퍼스트에 약 334억원을 투자하며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