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아일랜드 총리 이어 미국 바이든 대통령도 자제 당부 영국 북아일랜드에서 연방주의자와 민족주의자들의 폭력 시위가 7일째 계속됐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미홀 마틴 아일랜드 총리는 물론 아일랜드계 혈통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마저 우려를 나타내면서 자제를 당부했다.
8일(현지시간)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이날 저녁 벨파스트의 민족주의자 거주지인 스프링필드 로드에서 젊은 층 다수가 집결했다.
이들은 경찰의 해산명령에 불응하면서 돌과 폭죽 등을 던졌고, 결국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물대포를 발사했다.
일부 시위대는 경찰을 피해 달아나면서 야유를 퍼붓기도 했다.
경찰은 이후 시위대를 향해 AEPs 또는 플라스틱 탄환을 사용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인권단체 등으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는 플라스틱 탄환은 영국에서도 북아일랜드 외에서는 사용된 적이 없다.
경찰은 전날 벨파스트 서부 '평화의 벽' 인근에서 연방주의자와 민족주의자 젊은이 간 충돌이 발생했을 때 플라스틱 탄환 6발을 발사했다.
평화의 벽은 연방주의자(신교)와 민족주의자(구교) 간 충돌을 막고자 북아일랜드 곳곳에 설치된 장벽을 말한다.
벨파스트 평화의 벽은 연방주의자 거주지인 샨킬로드와 민족주의자 거주자인 스프링필드의 경계선에 있다.
아일랜드는 1921년 북부 얼스터 지방의 6개주만 독자적인 의회를 구성하는 조건으로 영국의 일원(북아일랜드)으로 남고, 나머지 3개주 및 남부 아일랜드가 독립해 아일랜드 자유국을 구성했다.
이후 1949년 아일랜드 공화국을 선포했다.
이후 영국에 남은 북아일랜드는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주장하는 구교세력과 영국 잔류를 요구하는 신교세력의 투쟁이 극심했다.
이에 영국 정부와 아일랜드 정부, 북아일랜드 내 7개 신-구교 정파가 5년간에 걸친 협상을 통해 1998년 4월 벨파스트 평화협정(굿프라이데이 협정)을 타결하고 평화 체제로 이행했다.
이후 자치정부 지위를 얻은 북아일랜드는 연방주의자 정당과 민족주의자 정당이 공동정권을 꾸려왔다.
그러나 여전히 아일랜드와의 통합을 주장하는 '신(新) IRA'(아일랜드공화군) 등의 조직이 계속해서 폭동을 일으키는 등 갈등이 잠재해 있는 상태다.
최근 벨파스트 폭력 시위는당초 연방주의자 젊은이들 사이에서 시작됐다.
이들은 브렉시트(Brexit) 이후 적용되고 있는 북아일랜드 협약(Northern Ireland Protocol)에 대한 불만, 민족주의자 정당인 신페인당 간부들이 지난해 한 장례식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제한조치를 위반했음에도 경찰이 이를 처벌하지 않은 데 대해 분노하면서 시위에 나섰다.
북아일랜드 협약은 브렉시트 이후 북아일랜드의 지위 등에 관한 것이다.
유럽연합(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국경을 접한 북아일랜드는 이 협약에 따라 영국 본토와 달리 브렉시트 이후에도 EU 단일시장에 남게 됐다.
이에 따라 영국 본토에서 북아일랜드로 상품이 건너갈 때 기존에 없던 통관과 검역 절차가 적용되면서 영국과의 교역에 일부 장애가 발생하기도 했다.
시위는 지난 7일 연방주의자와 민족주의자 간 충돌로까지 이어진 데 이어, 다시 이날에는 민족주의자 젊은이들이 거리로 나와 경찰과 맞서는 등 계속 확대되는 모습이다.
나오미 롱 북아일랜드 법무장관은 트위터에서 "이번에는 민족주의자 젊은이들의 경찰에 대한 공격이 있었다.
매우 무분별한 것으로, 오늘 밤 더 많은 폭력을 보게 돼 우울하다"고 밝혔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미홀 마틴 아일랜드 총리는 이날 전화 통화를 갖고 북아일랜드에서 계속되고 있는 폭력시위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다.
양국 총리는 폭력은 용납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는 한편 대화와 벨파스트 평화협정에 기반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서양 건너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 역시 북아일랜드 폭력 사태에 우려를 나타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에서 "북아일랜드에서 발생하고 있는 폭력은 매우 우려스럽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모든 커뮤니티가 목소리를 내고 어렵게 얻은 평화의 이익을 향유할 수 있는 안전하고 번영하는 북아일랜드를 변함없이 지지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