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방지보다 오히려 황사·꽃가루에 마스크 또 써야 "요즘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이 아니라 꽃가루 때문에 마스크 쓰고 다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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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지린(吉林)성에서 중국 수도 베이징(北京)으로 일하러 왔다는 중국인 안 모씨는 심한 꽃가루 때문에 살기 힘들다면서 마스크를 쓴 채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스모그로 악명 높은 베이징이 10년 만에 최악의 황사에 시달리더니 이제는 4월 초부터 일찌감치 찾아온 버드나무 꽃가루에 고통받고 있다.
베이징 시민들은 코로나19 감염 우려 때문이 아니라 마치 함박눈처럼 쏟아지는 꽃가루들이 콧속으로 파고들어 피부병 및 알레르기 질환을 일으킬까 봐 다시 마스크로 중무장하고 외출을 하는 상황이다.
베이징시는 1970년대부터 공기 오염을 줄이고 녹화 사업 목적으로 포플러와 버드나무를 대대적으로 심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나무들에서 대량의 솜털 모양 꽃가루가 매년 4월부터 5월까지 시 전역을 덮으면서 미세 먼지와 황사를 능가하는 고민거리로 등장했다.
하얀색 꽃가루를 막기 위해 베이징 시민들은 마스크를 쓰고 외출하고 있으나 온몸에 달라붙는 꽃가루로 병원마다 알레르기 환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일부 공원의 바닥에는 마치 솜털 이불을 깔아놓은 듯 꽃가루로 자욱해 걸으면 꽃가루가 먼지처럼 퍼지면서 옴 몸을 휘감을 지경이다.
급기야 베이징시 원림녹화국과 기상국은 이번 주 '제1차 베이징 꽃가루 예보'를 발표했다.
지난 5일부터 베이징 도심과 남부 지역이 본격적인 꽃가루 활동 시기에 진입해 향후 50일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기상당국도 꽃가루 경보 지도를 제시하며 베이징을 포함한 허베이(河北) 지역에 주의를 당부했다.
4월 상순부터 5월 하순까지 꽃가루 습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기상 당국은 "매년 4~5월이면 날씨가 따뜻해지고 건조해지면서 꽃가루가 왕성하게 휘날리는데 바람까지 불면서 확산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올해는 기온이 작년보다 높고 강우량이 적어 꽃가루가 일찍부터 날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꽃가루가 대형 화재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도 문제다.
중국 응급관리국 소방방재국은 버드나무 꽃가루에 유분이 있어 불을 붙이면 인화 및 폭발 가능성이 있다면서 불이 번지는 속도가 너무 빨라 화재가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기상 당국은 베이징 시민들에게 꽃가루가 극성을 부리는 오전 10시~오후 4시에는 외출을 자제하고 외출 시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하며 알레르기 예방을 위해 옷을 반드시 세탁하라고 당부했다.
또한, 눈으로 꽃가루가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선글라스를 끼고 외출은 밤늦게 또는 비 온 뒤에 하라고 권고했다.
베이징시 당국은 이런 꽃가루를 날리는 나무가 20여만 그루 정도로 남아 있는 것으로 파악하면서 가지치기와 벌목 등을 통해 '꽃가루 대란'을 막겠다고 약속했지만 매년 시민들의 고통은 반복되고 있다.
베이징시는 버드나무에 '꽃가루 억제제'를 주입하거나 암컷 나무에 수컷 가지를 접목하기도 하고 고압 살수차를 동원해 도로와 나무 등을 세척하는 작업에 주력하고 있으나 역부족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매체들은 "꽃가루 습격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기존 버드나무의 품종을 개량하거나 다른 나무로 대체하는 것으로 베이징시에서 교체 작업을 진행 중이니 수년 내 효과 있길 기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