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시진핑 조기 방한은 이미 여러 차례 공감…백신협력은 방역당국 협의 필요"
'시진핑 방한 빠지고 백신협력 등장'…한중외교회담 중국 발표문
한국과 중국은 3일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회담이 끝난 뒤 각각 회담의 성과를 알리는 발표문을 냈다.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해 소통과 협력을 강화하고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힘을 모으기로 했다는 내용은 양측이 비슷하지만, 우리 정부의 발표문에는 있는데 중국 측 발표문에 없거나 그 반대인 경우도 적지 않았다.

가장 눈에 띄는 차이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의 방한에 대한 부분이다.

우리 정부는 중국 측이 시 주석의 방한 의지를 재차 표명했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되는 대로 조기 방한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정 장관도 회담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양국이 가급적 조기에 시 주석의 방한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 외교부가 이날 밤 홈페이지에 게시한 '왕이 부장과 정의용 장관의 회담'이라는 제목의 발표문에는 시 주석 방한에 대한 내용은 일절 언급되지 않았다.

통상 발표문은 각국이 자국 내 홍보 목적 등에 따라 중요시 여기는 내용을 강조하기에 발표 내용에 없다고 논의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중국 측은 시 주석 방한의 경우 그간 한중이 여러 차례 협의를 통해 이미 공감대를 형성한 부분이라 굳이 발표문에 다시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당국자는 "코로나19 여건이 개선되는 대로 시진핑 주석의 조기 방한을 추진한다는 것은 우리가 중국 측과 협의할 때마다 확인, 또 확인하는 공감대"라고 말했다.

중국 측 발표문에는 한중 양국이 이른바 백신여권과 코로나19 백신에 대해 협력하기로 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중국 외교부는 발표문에서 "양국은 건강코드 상호 인증을 위한 공조를 강화하고 백신 협력을 전개하며 신속통로(패스트트랙) 적용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지난달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력과 함께 핵산검사와 혈청검사 결과 등이 담긴 중국판 백신여권인 '국제여행 건강증명서'를 출시하고 국가 간 상호 인증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측이 발표한 코로나19 백신이나 백신여권에 대한 협력은 우리 정부 발표 자료는 물론 정 장관 기자간담회에서도 언급되지 않은 내용이다.

이밖에 한국이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축하하고 중국의 해외 동포 백신 접종 계획인 춘먀오(春苗) 행동을 지지했다는 발표도 한국 정부 발표문에서는 찾을 수 없는 부분이다.

외교부는 백신 협력을 언급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중국과 방역 협력을 하기로 했지만, 실질적인 내용은 방역당국 협의 없이 결정할 성격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외교부는 "양측은 코로나19 가운데서도 인적교류 확대 필요성에 공감하고, 이러한 차원에서 방역 협력을 모색하기로 했으며, 구체 방안을 검토·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 측이 발표한 건강코드 상호 인증 체제 구축과 소위 '춘묘행동' 등을 포함한 백신 관련 협력은 우리 방역당국 등 관계부처와의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해외에 있는 중국 동포에게 중국산 백신을 접종하는 춘먀오 행동은 이미 중국산 백신을 승인한 중동, 아프리카 지역 국가에서 가능할 수 있어도 한국에서는 현실성이 떨어져 보인다.

한국은 중국산이 아니더라도 이미 충분한 백신 확보 계획을 세워 이행하고 있으며, 국내에 3개월 이상 체류한 외국인은 내국인과 동일한 기준에 따라 백신을 접종하기로 했기 때문에 중국이 자국민을 위해 중국산 백신을 보낼 필요가 없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