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스러운 '마담 카를로타' 신영숙 "코믹연기 저랑 찰떡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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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팬텀' 세 번째 참여…"음치 연기, 정신 놓고 불러요"
사랑스러운 악녀, 마담 카를로타. 뮤지컬 '팬텀'에서 관객들의 사랑과 미움을 한 몸에 받는 카를로타는 유쾌하면서도 악독하고, 능청스러우면서도 순진한 면이 있는 캐릭터다.
이런 입체적인 매력을 얼마나 극에 잘 녹여내는지는 오롯이 배우의 몫이다,
'카를로타의 정석'이라고 불리는 배우 신영숙을 최근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만났다.
인터뷰 장소에 들어서자마자 창밖에 핀 벚나무를 가리키며 "어머, 벌써 봄이네. 봄이야"라며 너스레를 떠는 그는 카를로타와 똑 닮아있었다.
카를로타는 노래를 못 하지만, 오페라 극장장인 남편 무슈 숄레 덕분에 작품마다 주인공을 도맡는 인물이다.
천사의 음성을 가진 크리스틴을 시기해 온갖 못된 짓을 골라 하다 오페라의 유령인 팬텀에게 혼쭐도 난다.
신영숙은 2015년 '팬텀' 초연 때부터 카를로타로 작품에 함께했다.
두 번째 시즌(2016∼2017년)에는 이 역으로 한국뮤지컬어워즈 여우조연상을 받기도 했다.
세 번째 시즌을 맞는 올해 그는 더 사랑스럽고 더 능청맞은 카를로타로 돌아왔다.
"초연을 같이 작업을 많이 한 연출님이 맡았는데 장난기나 유머러스함이 저랑 너무 잘 어울려서 꼭 해야 한다고 했어요.
초연은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과정이거든요.
제 안에 있는 코믹함이 많이 나오면서 악역이라고 마냥 욕먹는 게 아니라 사랑받는 캐릭터가 된 것 같아요.
이번 시즌은 더 못돼지고 더 웃기고, 더 사랑스러워졌죠. 저랑 찰떡처럼 잘 맞아요.
" 카를로타는 조연이지만, 남녀 주인공들보다 더 분주하다.
넓은 무대를 바지런히 돌아다니며 심술을 부리고, 팬텀과 크리스틴에 이목이 쏠린 순간에는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발을 달달 떨거나 눈동자를 굴리면서 깨알 같은 웃음 포인트를 만들어낸다.
극중극으로 오페라 '아이다', '라 트라비아타', '발퀴레'를 대사나 노래 없이 몸짓으로만 연달아 선보이는 장면도 있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다른 옷차림으로 무대에 나타난다.
"아주 쉴 틈이 없어요.
옷을 갈아입을 때도 무대 밖으로 나가면서 제가 팔찌를 잡아떼어내고, 가발을 벗으면 5명이 달라붙어서 옷을 갈아 입혀줘요.
몇초만에 다시 무대로 나가야 하는 장면이어서 탈의실도 못 가고 무대 바로 옆에서 갈아입죠. 정말 코믹이 이렇게 어렵답니다.
제가 계약서 다시 써야 한다고 농담도 했다니까요.
"
신영숙은 이런 고생에도 카를로타가 관객들의 넘치는 사랑을 받아 애착이 많이 가는 캐릭터라고 했다.
극에서 자신과 상대역인 남편에게 '귀요미와 쪼꼬미'란 애칭도 직접 붙이며 작명 센스를 발휘했다.
카를로타가 "꼬미, 꼬미 쪼꼬미"라고 남편을 부르며 앙탈을 부리는 장면은 공연 때마다 큰 웃음을 준다.
신영숙은 "초연 때는 이상준 배우와 호흡을 맞췄는데, 배가 좀 나와 있는 분이어서 '푸딩젤리'라는 별칭을 만들었다"며 "내가 배를 꾹 누르면서 '푸~딩' 하면 이상준 배우가 내 볼을 누르면서 '젤~리'라고 하는 식이었다"고 소개했다.
이어 "반응이 너무 좋아 이번 시즌에도 내가 책임감을 느끼고 만들었다"며 "상대 배우 두 분 모두 키가 작은 편이란 점을 보여주면서도 인신공격 같지 않고, 사랑스러운 별칭을 찾으려고 검색을 정말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카를로타의 코믹연기 중에는 음치라는 설정상 노래를 부르다 음을 이탈하고, 쇳소리처럼 고음을 내야 하는 장면이 있다.
뮤지컬 '모차르트!'의 넘버 '황금별'을 훌륭하게 소화해 '황금별 여사'라는 애칭까지 얻은 신영숙에게는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카를로타 노래 자체가 진성과 가성을 왔다 갔다 해야 하고, 맨 끝에는 높은음을 길게 내야 하는 어려운 곡이에요.
노래 못 하는 연기를 어떻게 할까 고민 많이 했죠. 음정을 빗나가게 내거나, 억지로 고음을 끌어올리거나 다양한 시도를 많이 했어요.
연습 때도 팬텀이 귀를 막아버린다니까요.
결국 정신 놓고 불러요.
다음 음이 어디로 튈지 모르게 계산하지 않고 부르는 거죠."
카를로타를 연기하는 신영숙을 보고 있으면 코믹연기에 특화된 배우 같지만, 사실 그는 스펙트럼이 상당히 넓다.
'명성황후'에서는 슬픔을 억누르는 국모 명성황후를, '엘리자벳'에서는 16∼60세의 나이를 모두 연기하는 엘리자벳을, '마마미아'에서는 상큼하고 발랄한 도나를, '레베카'에서는 강렬한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댄버스 부인을 연기했다.
지난해에는 국내 최초 웹 뮤지컬인 '킬러파티'에서 형사 역으로 출연해 극을 이끌어 가기도 했다.
신영숙은 "보통 한 역할을 맡으면 3∼4개월을 하는데, 다른 작품에서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변한다는 게 재밌다.
캐릭터 변신을 하면서 에너지를 얻는다"며 "새로운 작품이 오면 하고 싶은 마음이 앞서는데, 차기작에서는 지금까지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모습을 보여주게 될 것 같다.
힌트를 주자면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잠잠해져서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 날들이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힘들게 공연을 준비하고, 커튼콜 때 환호받으며 다시 회복하는 게 배우라는 직업 같아요.
그런데 관객들과 못 만나니까 우울해지더라고요.
'그립다'라는 표현 그대로예요.
마스크 쓰고 공연장에 온 관객들이 막 환호하고 싶은 걸 참는 게 느껴져요.
정말 저한테는 소중한 사람들이죠. 코로나 끝나면 한 명씩 길게 꼭 껴안아 줄 거예요.
"
/연합뉴스
사랑스러운 악녀, 마담 카를로타. 뮤지컬 '팬텀'에서 관객들의 사랑과 미움을 한 몸에 받는 카를로타는 유쾌하면서도 악독하고, 능청스러우면서도 순진한 면이 있는 캐릭터다.
이런 입체적인 매력을 얼마나 극에 잘 녹여내는지는 오롯이 배우의 몫이다,
'카를로타의 정석'이라고 불리는 배우 신영숙을 최근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만났다.
인터뷰 장소에 들어서자마자 창밖에 핀 벚나무를 가리키며 "어머, 벌써 봄이네. 봄이야"라며 너스레를 떠는 그는 카를로타와 똑 닮아있었다.
카를로타는 노래를 못 하지만, 오페라 극장장인 남편 무슈 숄레 덕분에 작품마다 주인공을 도맡는 인물이다.
천사의 음성을 가진 크리스틴을 시기해 온갖 못된 짓을 골라 하다 오페라의 유령인 팬텀에게 혼쭐도 난다.
신영숙은 2015년 '팬텀' 초연 때부터 카를로타로 작품에 함께했다.
두 번째 시즌(2016∼2017년)에는 이 역으로 한국뮤지컬어워즈 여우조연상을 받기도 했다.
세 번째 시즌을 맞는 올해 그는 더 사랑스럽고 더 능청맞은 카를로타로 돌아왔다.
"초연을 같이 작업을 많이 한 연출님이 맡았는데 장난기나 유머러스함이 저랑 너무 잘 어울려서 꼭 해야 한다고 했어요.
초연은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과정이거든요.
제 안에 있는 코믹함이 많이 나오면서 악역이라고 마냥 욕먹는 게 아니라 사랑받는 캐릭터가 된 것 같아요.
이번 시즌은 더 못돼지고 더 웃기고, 더 사랑스러워졌죠. 저랑 찰떡처럼 잘 맞아요.
" 카를로타는 조연이지만, 남녀 주인공들보다 더 분주하다.
넓은 무대를 바지런히 돌아다니며 심술을 부리고, 팬텀과 크리스틴에 이목이 쏠린 순간에는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발을 달달 떨거나 눈동자를 굴리면서 깨알 같은 웃음 포인트를 만들어낸다.
극중극으로 오페라 '아이다', '라 트라비아타', '발퀴레'를 대사나 노래 없이 몸짓으로만 연달아 선보이는 장면도 있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다른 옷차림으로 무대에 나타난다.
"아주 쉴 틈이 없어요.
옷을 갈아입을 때도 무대 밖으로 나가면서 제가 팔찌를 잡아떼어내고, 가발을 벗으면 5명이 달라붙어서 옷을 갈아 입혀줘요.
몇초만에 다시 무대로 나가야 하는 장면이어서 탈의실도 못 가고 무대 바로 옆에서 갈아입죠. 정말 코믹이 이렇게 어렵답니다.
제가 계약서 다시 써야 한다고 농담도 했다니까요.
"
신영숙은 이런 고생에도 카를로타가 관객들의 넘치는 사랑을 받아 애착이 많이 가는 캐릭터라고 했다.
극에서 자신과 상대역인 남편에게 '귀요미와 쪼꼬미'란 애칭도 직접 붙이며 작명 센스를 발휘했다.
카를로타가 "꼬미, 꼬미 쪼꼬미"라고 남편을 부르며 앙탈을 부리는 장면은 공연 때마다 큰 웃음을 준다.
신영숙은 "초연 때는 이상준 배우와 호흡을 맞췄는데, 배가 좀 나와 있는 분이어서 '푸딩젤리'라는 별칭을 만들었다"며 "내가 배를 꾹 누르면서 '푸~딩' 하면 이상준 배우가 내 볼을 누르면서 '젤~리'라고 하는 식이었다"고 소개했다.
이어 "반응이 너무 좋아 이번 시즌에도 내가 책임감을 느끼고 만들었다"며 "상대 배우 두 분 모두 키가 작은 편이란 점을 보여주면서도 인신공격 같지 않고, 사랑스러운 별칭을 찾으려고 검색을 정말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카를로타의 코믹연기 중에는 음치라는 설정상 노래를 부르다 음을 이탈하고, 쇳소리처럼 고음을 내야 하는 장면이 있다.
뮤지컬 '모차르트!'의 넘버 '황금별'을 훌륭하게 소화해 '황금별 여사'라는 애칭까지 얻은 신영숙에게는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카를로타 노래 자체가 진성과 가성을 왔다 갔다 해야 하고, 맨 끝에는 높은음을 길게 내야 하는 어려운 곡이에요.
노래 못 하는 연기를 어떻게 할까 고민 많이 했죠. 음정을 빗나가게 내거나, 억지로 고음을 끌어올리거나 다양한 시도를 많이 했어요.
연습 때도 팬텀이 귀를 막아버린다니까요.
결국 정신 놓고 불러요.
다음 음이 어디로 튈지 모르게 계산하지 않고 부르는 거죠."
카를로타를 연기하는 신영숙을 보고 있으면 코믹연기에 특화된 배우 같지만, 사실 그는 스펙트럼이 상당히 넓다.
'명성황후'에서는 슬픔을 억누르는 국모 명성황후를, '엘리자벳'에서는 16∼60세의 나이를 모두 연기하는 엘리자벳을, '마마미아'에서는 상큼하고 발랄한 도나를, '레베카'에서는 강렬한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댄버스 부인을 연기했다.
지난해에는 국내 최초 웹 뮤지컬인 '킬러파티'에서 형사 역으로 출연해 극을 이끌어 가기도 했다.
신영숙은 "보통 한 역할을 맡으면 3∼4개월을 하는데, 다른 작품에서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변한다는 게 재밌다.
캐릭터 변신을 하면서 에너지를 얻는다"며 "새로운 작품이 오면 하고 싶은 마음이 앞서는데, 차기작에서는 지금까지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모습을 보여주게 될 것 같다.
힌트를 주자면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잠잠해져서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 날들이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힘들게 공연을 준비하고, 커튼콜 때 환호받으며 다시 회복하는 게 배우라는 직업 같아요.
그런데 관객들과 못 만나니까 우울해지더라고요.
'그립다'라는 표현 그대로예요.
마스크 쓰고 공연장에 온 관객들이 막 환호하고 싶은 걸 참는 게 느껴져요.
정말 저한테는 소중한 사람들이죠. 코로나 끝나면 한 명씩 길게 꼭 껴안아 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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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