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가속페달 변위량·브레이크 작동 여부 등 핵심 정보가 담긴 사고기록장치(EDR)가 훼손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EDR 분석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CCTV 영상은 테슬라가 제공한 텔레매틱스 운행정보에 신뢰성을 부여했다.
일반 내연기관차와 다른 전기차의 회생제동 기능도 "운전자가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지 않고 계속 밟고 있었을 것"이라는 판단에 힘을 실어줬다.
◇ 테슬라 자료-CCTV 영상 비교분석 결과 "믿을 만하다"
경찰과 국과수가 텔레매틱스 데이터를 신뢰할 만하다고 판단한 근거는 CCTV 영상이었다.
텔레매틱스는 무선통신과 GPS를 결합한 차량용 이동통신 서비스로, 완성차 업체는 차량의 작동과 상태 등에 관한 데이터를 원격으로 수집할 수 있다.
국과수는 이번 감정 과정에서 자동차 사고재현 3D 시뮬레이션 프로그램 'PC-크래시(Crash)'를 사용했다.
프로그램에 텔레매틱스 운행정보를 입력해 사고 직전까지 차량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3D로 구현해본 결과, 사고 영상과 거의 일치하는 결과가 도출돼 테슬라의 텔레매틱스 자료가 신뢰할 만하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CCTV 영상의 속도 분석 결과도 텔래매틱스 자료와 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반 내연기관차와 다른 전기차의 페달 작동방식도 운전자 과실이라는 결론에 무게를 더했다.
전기차의 고유한 기능 중 하나인 회생제동은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속도가 마치 브레이크를 밟은 듯이 빠르게 줄어드는 기능이다.
모터의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하면서 배터리를 충전해 주행가능 거리가 늘어나는 원리다.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더라도 가속페달에서 발을 뗐다면 차량에 제동이 걸렸을 텐데, 차량이 가속한 것은 운전자가 가속페달을 계속 밟은 결과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국과수 감정에서 테슬라는 충돌 10초 전부터 가속을 시작했으며, 충돌 당시엔 시속 약 95㎞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경찰 관계자는 "속도 분석 결과도 가속페달을 밟았을 때 그 정도 속도가 나올 수가 있다"고 했다.
약 4개월간 수사 끝에 운전자의 조작 미숙이라는 결론이 났지만, 자동차 전문가들은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주차장에 들어가고 나서부터는 운전자가 가속페달을 세게 밟을 이유가 없다"며 "시뮬레이션 결과는 속도가 그렇게 나왔다는 걸 보여주는 것일 뿐 그것이 자동차의 결함인지, 운전자 실수인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 수사 결과가 설득력을 얻으려면 텔레매틱스 운행정보 중 어떤 자료를 받았는지 공개를 하고 판단은 '알 수 없다'고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구조에 시간 걸린 '전기스위치' 문…"탈출하기 어려워"
사고의 또 다른 쟁점은 전기스위치 방식으로 작동하는 테슬라의 개폐 시스템이었다.
피해자인 차주가 앉아있던 조수석 쪽 문이 전원 공급이 끊겨 열리지 않아 구조대원이 문을 여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제때 구조를 못 해 결국 사망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당시 제기됐다.
하지만 국과수와 경찰은 "전원 공급이나 피해자 생존 여부와 상관없이 피해자가 탈출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국과수는 전원이 정상적으로 공급되면 조수석 문이 열리는지 확인하는 감정을 진행하려고 했으나, 문 자체의 파손과 찌그러짐이 심해 피해자가 스스로 내부 레버를 당겨도 열리지 않았을 거라고 판단했다.
운전석 쪽 문은 파손이 덜해 전원을 공급하자 정상적으로 열렸다.
피해자의 사망 원인이 화재로 인한 연기 흡입일 경우 테슬라 차량 문 개폐 방식에 관한 안전성 문제가 불거질 순 있지만, 유족의 요청으로 피해자 부검을 하지 않아 '교통사고에 따른 사망'으로 처리된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