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공개된 1985∼1986년 외교문서에 따르면 1980년대 한국은 6·25 전쟁 당시 한국에 지원군을 보낸 에티오피아에서도 외교력에서 북한에 밀리고 있었다.
에티오피아는 멩기스투 마리암 대통령이 1983년 북한을 방문해 김일성 주석과 친분을 바탕으로 약 2억 달러의 경제·군사 원조 약속을 받아내는 등 북한과 각별한 사이였다.
북한은 수력발전소·조선소·양수기 공장·소형무기공장 건설 등을 지원했으며, 경협 제공 대가로 에티오피아에 한국과 단교 및 공관 폐쇄를 강력히 요청했다.
이런 영향으로 에티오피아는 한국과 무역적자까지 문제 삼았으며, 결국 한국은 에티오피아의 강력한 요구에 1984년 7월 에티오피아산 소금 3만t을 수입하겠다고 통보했다.
그러나 정부 논의가 수입하지 않는 쪽으로 기울자 에티오피아의 보복을 우려한 당시 김득보 주에티오피아대사는 외교부 본부에 SOS를 쳤다.
김 대사는 1985년 9월 24일 한우석 차관보에 보낸 서한에서 소금 수입을 언급하며 "본인과 (에티오피아) 무역상 간의 약속된 사항을 면전에서 이행할 수 없다고 통보하기는 본인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밝혔다.
김 대사는 멩기스투 대통령이 2차 방북을 앞둔 상황에서 한국과 무역거래 중지, 무역관 폐쇄, 국제기구 근무 한국인 추방 등의 조치가 있을 수 있다며 "이것(소금 수입)만 실행된다면…(중략)…공관 유지 및 양국 관계 현상 유지가 가능할 것"이라고 보고했다.
이에 외교부는 1985년 12월 4일 고려무역, 해태상사, 대한염업조합 등 업계 관계자가 참석한 민관 대책회의에서 에티오피아에 "최소한의 성의 표시"를 할 방법을 모색했다.
외교부는 김 대사에게 "본부는 북괴의 집요한 책동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한-이(에티오피아) 관계 악화 방지를 위해 귀 건의 사항이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적극 검토 중"이라고 답신했다.
결국 정부는 에티오피아가 요청한 3만t 중 1만t을 1986년에 수입하기로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