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화와 함께한 문래동 철공단지…코로나에 '벼랑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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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값 올랐지만 납품가 그대로…소상공인 지원서도 배제
"장사해도 남는 건 없는데, 매출이 높다고 재난지원금 대상도 아니래요.
어렵게 버텨왔지만 더는 힘들 것 같습니다.
"
산업화 시기인 1970∼80년대 전성기를 뒤로 하고 지금은 쇠퇴 중인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철공단지. 급격한 산업 변화에도 어렵게 자리를 지키던 철공업자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한숨이 부쩍 늘었다.
30년간 철공소에서 일한 A씨는 28일 "1년 전과 비교하면 일감이 30% 이상 줄었다"며 "2000년대 중반부터 철강업계 자체가 하락세였는데 코로나19까지 맞물려 더욱 힘들어졌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파이프를 취급하는 철공소에서 40년간 일했다는 B씨도 "코로나19 발생 이후 대기업 투자가 줄고 하청업체와 중소 제조업자까지 줄줄이 타격을 받았다"며 "주요 고객층이 다들 힘들다 보니 우리까지 무너지고 있다"고 했다.
매출은 급감했지만, 원가는 치솟으면서 경영난은 가중됐다.
철공업 원료인 철강재 값이 국제 수요 증가로 껑충 뛰었기 때문이다.
포스코 등 국내 주요 철강업체들은 원자재값 인상에 맞춰 제품 가격을 올렸지만, 이를 사 완성품을 만드는 철공소는 납품가를 올리지 못해 마진율이 크게 떨어졌다는 게 철공업자들의 이구동성이다.
40년 넘게 철공소를 운영한 C씨는 "원자재를 공급하는 대기업은 가격을 올리는데 완성품을 납품받는 대기업은 원자재 가격 인상을 단가에 반영해주지 않는다"며 "결국 우리 마진을 깎아 거래를 계속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을 위한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서도 철공소는 번번이 제외됐다.
정부가 일반 업종의 지원 대상 기준을 '연 매출액 4억원 이하'로 설정했기 때문이다.
C씨는 "철공업은 납품 단가가 높다 보니 정부가 정한 매출 기준을 대부분 넘는다"며 "매출은 높아도 마진율이 낮아 남는 것이 없는데 지원금조차 받지 못한다니 억울하다"고 했다.
벼랑 끝 상황이지만 폐업을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폐업하려면 기계설비들을 처분해야 하는데, 지금처럼 경기가 좋지 않은 시기에는 매각도 잘 안 되기 때문이다.
철공소를 운영하는 김모(57)씨는 "비싼 돈 주고 산 기계를 고철로 팔아야 하는 꼴이라 폐업을 선택할 수도 없다"고 했다.
이처럼 험난한 길을 걷고 있지만, 국내 공업 발전의 견인차 구실을 했다는 자긍심에다 수많은 숙련공이 모인 공간을 이렇게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크다.
한부영 서울 소공인협회 수석부회장은 "문래동은 대표적인 소공인 집적지이자 30년 이상 숙련된 기술자들이 모인 동네"라며 "오랜 역사와 장인들의 기술이 녹아든 의미 있는 장소가 쇠퇴해 가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서울시장 후보들도 소공인들에게 관심을 표하며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며 "보조금 같은 일회성 지원이 아니라, 지역에 대한 긴 안목을 바탕으로 한 근본적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연합뉴스
어렵게 버텨왔지만 더는 힘들 것 같습니다.
"
산업화 시기인 1970∼80년대 전성기를 뒤로 하고 지금은 쇠퇴 중인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철공단지. 급격한 산업 변화에도 어렵게 자리를 지키던 철공업자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한숨이 부쩍 늘었다.
30년간 철공소에서 일한 A씨는 28일 "1년 전과 비교하면 일감이 30% 이상 줄었다"며 "2000년대 중반부터 철강업계 자체가 하락세였는데 코로나19까지 맞물려 더욱 힘들어졌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파이프를 취급하는 철공소에서 40년간 일했다는 B씨도 "코로나19 발생 이후 대기업 투자가 줄고 하청업체와 중소 제조업자까지 줄줄이 타격을 받았다"며 "주요 고객층이 다들 힘들다 보니 우리까지 무너지고 있다"고 했다.
매출은 급감했지만, 원가는 치솟으면서 경영난은 가중됐다.
철공업 원료인 철강재 값이 국제 수요 증가로 껑충 뛰었기 때문이다.
포스코 등 국내 주요 철강업체들은 원자재값 인상에 맞춰 제품 가격을 올렸지만, 이를 사 완성품을 만드는 철공소는 납품가를 올리지 못해 마진율이 크게 떨어졌다는 게 철공업자들의 이구동성이다.
40년 넘게 철공소를 운영한 C씨는 "원자재를 공급하는 대기업은 가격을 올리는데 완성품을 납품받는 대기업은 원자재 가격 인상을 단가에 반영해주지 않는다"며 "결국 우리 마진을 깎아 거래를 계속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을 위한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서도 철공소는 번번이 제외됐다.
정부가 일반 업종의 지원 대상 기준을 '연 매출액 4억원 이하'로 설정했기 때문이다.
C씨는 "철공업은 납품 단가가 높다 보니 정부가 정한 매출 기준을 대부분 넘는다"며 "매출은 높아도 마진율이 낮아 남는 것이 없는데 지원금조차 받지 못한다니 억울하다"고 했다.
벼랑 끝 상황이지만 폐업을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폐업하려면 기계설비들을 처분해야 하는데, 지금처럼 경기가 좋지 않은 시기에는 매각도 잘 안 되기 때문이다.
철공소를 운영하는 김모(57)씨는 "비싼 돈 주고 산 기계를 고철로 팔아야 하는 꼴이라 폐업을 선택할 수도 없다"고 했다.
이처럼 험난한 길을 걷고 있지만, 국내 공업 발전의 견인차 구실을 했다는 자긍심에다 수많은 숙련공이 모인 공간을 이렇게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크다.
한부영 서울 소공인협회 수석부회장은 "문래동은 대표적인 소공인 집적지이자 30년 이상 숙련된 기술자들이 모인 동네"라며 "오랜 역사와 장인들의 기술이 녹아든 의미 있는 장소가 쇠퇴해 가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서울시장 후보들도 소공인들에게 관심을 표하며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며 "보조금 같은 일회성 지원이 아니라, 지역에 대한 긴 안목을 바탕으로 한 근본적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