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팅보트 쥔 공익위원 5월 임기 만료…첫 쟁점 될 듯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절차가 이번 주 시작된다.
올해도 최저임금의 적절한 인상 수준을 놓고 노사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려 치열한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 노동부 장관, 곧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요청
28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이재갑 장관은 조만간 최저임금위원회에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요청할 예정이다.
노동부 장관은 관련 법규에 따라 매년 3월 31일까지 최저임금위에 최저임금 심의를 요청해야 한다.
최저임금 심의 절차의 출발점이다.
최저임금법은 최저임금 결정 시한을 8월 5일로 규정하고 있다.
노사의 이의 제기 절차 등을 고려하면 최저임금위는 늦어도 7월 중순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을 의결해야 한다.
현 정부 들어 최저임금은 적용 연도 기준으로 2018년 16.4%, 2019년 10.9% 올랐지만, 지난해 2.9%, 올해는 1.5% 인상에 그쳤다.
특히 올해 인상률은 국내 최저임금제도를 도입한 198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현 정부 초기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린다는 공약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지만, 경영계의 격렬한 저항에 부딪혔다.
2018년 월별 취업자 수 증가 폭 등 고용 지표가 악화한 게 최저임금 인상 탓이라는 주장도 확산했다.
이는 최저임금 인상률의 고공 행진에 '급브레이크'가 걸린 배경이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도 최저임금 인상 폭을 떨어뜨린 요인이 됐다.
노동계는 더는 밀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저임금 노동자의 고통이 가중된 만큼, 재난 시기 생계 지원을 위해서라도 최저임금 인상률을 높여야 한다는 게 노동계의 주장이다.
소상공인 등은 재난지원금을 포함한 정부의 각종 지원을 받았지만, 저임금 노동자는 상대적으로 지원에서 소외됐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지난달 정기 대의원대회에 제출한 사업계획 보고서에서 현 정부 4년(2018∼2021년) 동안 최저임금의 연평균 인상률(연도별 인상률을 단순 합산해 4로 나눈 수치)이 7.9%라며 내년도 인상률이 5.5%보다 낮을 경우 현 정부 집권 기간 연평균 인상률은 박근혜 정부(7.4%)에 못 미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현 정부가 최소한 전 정부보다는 최저임금을 올렸다는 평가를 받으려면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이 5.5% 이상은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경영계는 현 정부 초기 최저임금 인상의 여파가 아직 남아 있고 코로나19 사태도 장기화하고 있어 상당 기간 최저임금의 '안정화'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최근 현 정부 초기 최저임금 인상의 여파로 지난해 최저임금에도 못 미친 임금을 받은 노동자 비율이 역대 두 번째로 높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 5월 공익위원 인선 놓고 충돌 가능성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과정에서는 최저임금위원 인선이 첫 쟁점이 될 전망이다.
최저임금위는 위원장을 포함한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 공익위원 9명씩 모두 27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는데 노사 대립 구도에서 위원장을 포함한 공익위원은 '캐스팅보트'를 쥐고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문제는 공익위원 9명 가운데 노동부 국장급인 상임위원을 뺀 8명의 임기가 올해 5월 13일 종료된다는 점이다.
최저임금위원은 노동부 장관의 제청을 받아 대통령이 위촉하게 돼 있다.
최저임금위가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으로 최저임금 인상에 급제동을 거는 과정에서 박준식 위원장을 비롯한 현 공익위원들은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노동계는 이들이 경영계에 편향적이라고 보고 균형감 있는 인사들로 대거 교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2018년 당시 최저임금(2019년 적용) 인상을 주도했던 류장수 전 위원장을 비롯한 공익위원들은 경영계가 격렬하게 반발하는 가운데 집단 사퇴한 바 있다.
노동계는 현 공익위원들이 노동계 반발에도 유임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최저임금 심의 과정 초반부터 공익위원 교체를 요구하며 압박 수위를 높일 것으로 알려졌다.
근로자위원 인선을 둘러싸고 양대 노총의 갈등 조짐도 보인다.
근로자위원 9명 중 8명도 오는 5월 13일 임기가 끝나는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기존 4명이었던 민주노총 추천 위원을 5명으로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합원 수가 한국노총보다 많아 '제1 노총'이 된 만큼 한국노총이 누려온 '프리미엄'을 달라는 요구다.
한국노총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다.
노동계 일각에서는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앞두고 양대 노총의 공조 필요성이 커진 상황에서 근로자위원 추천 문제를 놓고 갈등하기보다는 적절한 선에서 타협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