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기반 참여 늘어…학폭부터 역사왜곡까지 수습 진땀
시청자 주권 강화 속 대응 서두르는 방송가
논란이 발생할 때마다 동시다발로 쏟아지는 시청자 의견에 방송가도 '즉각 대응'에 나서는 분위기다.

최근 방송가에서 불거진 학교폭력(학폭) 논란부터 중국 자본 유입 등 일련의 사태에 대응하는 방송사들의 모습을 보면 2018년 '미투(Me Too, 성폭력 고발 운동) 사태' 때보다도 한층 빨라진 분위기다.

대표적으로 KBS 2TV 월화극 '달이 뜨는 강'의 경우 주인공 온달 역으로 나섰던 지수가 학교폭력 논란에 휘말렸을 때, 촬영이 거의 막바지에 이른 단계였지만 하차하고 나인우를 대타로 투입했다.

여기까지는 수일의 시간이 걸렸지만 이미 촬영과 판권 판매 등이 상당 부분 이뤄졌음을 고려하면 방송사와 제작사 입장에서는 느린 대응은 아니었다.

또 막상 배우를 교체 투입한 다음부터는 재촬영이 발 빠르게 진행됐으며, 시청자들의 요구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앞서 지수가 출연했던 1~6회도 나인우 분량으로 재촬영하기까지 했다.

이 밖에도 같은 논란으로 활동을 중단한 상태인 조병규, 박혜수 등이 출연하기로 했던 프로그램들도 시작 전부터 빠른 수습에 나섰다.

조병규가 출연하기로 했던 KBS 2TV 예능 '컴백홈'은 개그맨 이용진을 투입하며 첫 방송 전 '정리'를 마쳤고, 박혜수가 주연을 맡은 같은 채널 드라마 '디어엠'은 편성을 보류했다.

시청자 주권 강화 속 대응 서두르는 방송가
최근에는 SBS TV 월화극 '조선구마사'가 시작하자마자 중국식 소품과 의상을 사용하고 실존 인물 설정에 지나친 픽션을 더했다가 된서리를 맞고 폐지라는 초유의 사태에 이르렀다.

이렇게 결정하기까지는 방송 시작 후 닷새만이 소요됐다.

앞서 tvN '여신강림'과 '빈센조'가 중국 브랜드 제품을 PPL(간접광고) 했다가 질타를 받은 사례가 있고, 중국이 최근 김치와 한복까지 걸고넘어지며 '문화 동북공정'을 가속한 가운데 시청자들은 청와대 국민청원부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각종 커뮤니티 등을 통해 의견을 쏟아냈다.

이에 방송사와 제작사도 이번 주를 넘기지 않고 결단하려는 모습이었다.

드라마 측은 닷새 동안 각종 논란에 즉각 해명을 내놓으면서 동시에 재빠르게 폐지 절차를 밟았다.

다른 제작사들도 소액의 중국 PPL까지 모두 철회하고 사극 제작진은 전면적으로 내용을 재검토하는 등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최근 시청자들은 방송가가 즉각 대응을 피할 수 없도록 동시다발적으로, 그리고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인다.

엠넷 아이돌 오디션 '프로듀스 101' 시리즈가 투표 조작으로 논란이 일었을 때, 시청자 진상 규명 위원회까지 구성해 결국 관련 인물들을 법정에 세우기까지 한 것만 봐도 최근 시청자의 힘은 매우 커졌다.

시청자 주권 강화 속 대응 서두르는 방송가
시청자의 조직력이 강화된 배경은 역시 인터넷이다.

극단적으로 방송사에 전화해서 "PD 바꿔주세요"라는 말밖에 할 수 없었던 시절과 비교해보면 지금은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창구가 너무나도 많고, 단순한 수용자를 넘어서서 작품에 목소리를 내려는 시청자의 의지도 훨씬 강력해졌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27일 "최근에는 대중이 목소리를 내면 결과로 반영되는 사례도 많고 시스템도 갖춰져 있기 때문에 더 참여하려는 욕망이 강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도 "사회 전체가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국민의 참여로 뭔가를 바꾸는 일이 늘고 있다.

제작자로서도 그런 변화를 알고 있기 때문에 더 세심하고 빠른 피드백을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