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구단 문화’가 꽃피기 시작한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개인 종목인 골프에서 기업들이 단순한 선수 후원에 머물지 않고 기업의 문화와 컬러를 선수들에게 입히면서다.올 시즌 가장 많은 우승을 따낸 곳은 메디힐이다. 올 시즌 이예원 박현경 배소현 등 스타군단을 대거 영입한 메디힐은 통 큰 투자 덕에 6승을 올렸다. 메디힐은 선수 개인 후원에 집중하고 있어 구단으로 보기는 어렵다.삼천리가 올해 따낸 5승은 한국 여자골프 역사에서 의미를 가진다. 2014년부터 골프 후원에 나서며 ‘구단문화’를 처음 도입한 삼천리는 시즌 개막전 박보겸의 우승을 시작으로 에이스 유현조, 고지우 등의 활약으로 5승을 쓸어담았다. 고지원은 조건부 시드권자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8월 삼다수마스터스에서 우승하며 반란을 일으켰고, 11월 에쓰오일챔피언십까지 거머쥐며 다승자로 올라섰다. 이만득 삼천리 회장은 소속 선수가 우승 경쟁에 나서면 최종 라운드에 직원들과 함께 경기장을 찾아 응원할 정도로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는 걸로 유명하다.두산건설은 신흥 명문구단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임희정 박결 유현주 등 톱스타들로 2023년 출범했지만 지난해까지 아쉬움을 남겼다. 올해 영입한 박혜준이 7월 롯데오픈에서 우승 물꼬를 텄고 아마추어부터 두산건설이 집중 육성한 김민솔은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에 초청선수로 출전해 깜짝 우승하는 드라마를 썼다. 한국토지신탁·동부건설챔피언십까지 우승하며 두산건설의 판단이 옳았음을 재차 확인시켰다. 여기에 이율린까지 상상인·한경 와우넷오픈에서 5차 연장 끝에 베테랑
삼천리 골프단이 육성과 성적이라는 두 축을 모두 강화하며 다시 한번 자신들만의 시즌 모델을 만들어냈다. 삼천리는 올해 대상 유현조, 신인왕 서교림을 배출했다. 지난해 유현조가 신인왕을 차지한 데 이어 2년 연속 신인왕 수상이라는 성과도 이어갔다. 우승은 지난해와 같은 5승이지만 특정 선수의 독주가 아니라 선수 개개인의 성장 속도가 균형 있게 올라온 시즌이었다는 평가다.지유진 삼천리 골프단 부단장(사진)은 최근 한국경제신문 전화 인터뷰에서 “창단 11년차인 올 시즌의 핵심은 성적과 육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은 것”이라며 “선수들이 맡은 역할을 책임감 있게 해낸 시즌이었다”고 평가했다.삼천리그룹 창립 70주년을 맞아 연초에 세운 ‘7승 목표’도 선수단의 동력을 키웠다. 지 부단장은 “목표 달성을 위해 선수들이 악착같이 뛰었다”며 “승수는 채우지 못했지만 꾸준한 톱10 입상과 안정적인 퍼포먼스로 ‘최강 구단’ 이미지를 굳혔다”고 설명했다.삼천리는 한국 여자골프에서 보기 드문 체계적 ‘구단 문화’를 구축한 팀으로 꼽힌다. 2014년 창단 이후 선수 육성 시스템을 가장 먼저 정착시킨 구단으로, 초창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출신인 지 부단장을 감독으로 영입하며 기반을 닦았다.삼천리의 철학은 명확하다. 선수의 성장을 최우선에 둔다. 영입 과정에서도 완성된 선수보다 성장 가능성과 의지를 우선한다. 지 부단장은 “우리는 단순히 계약금을 지급하는 구단이 아니라 선수가 운동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팀”이라며 “이만득 회장의 확고한 철학이기도 하다”고 말했다.전지훈련
지난해까지 두산건설 골프단은 “화려하지만 실속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2023년 임희정 박결 등 스타들을 쓸어모아 출범했지만 2년간 우승자를 배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올해 완벽한 반전을 이뤄냈다. 박혜준이 지난 7월 창단 첫 승을 안기며 막힌 혈을 뚫었고 창단 멤버 김민솔이 단번에 2승을, 이율린도 두산건설 합류 첫해 생애 첫승을 거뒀다. 그리고 우승 순간마다 골프단 소속 모든 선수가 기념촬영하며 ‘원팀’을 과시했다. 두산건설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 본격적인 ‘구단문화’를 만들어낸 주역으로 꼽히는 이유다.오세욱 두산건설 골프단 단장(사진)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회사와 선수가 한몸이라는 믿음을 공유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골프는 개인 종목이지만 선수들이 팀워크를 통해 기업과 더 큰 시너지를 빚어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두산건설 골프단의 가장 큰 장점은 전문성 그리고 끈끈함이다. 오 단장은 윤이나 등 많은 선수를 키운 지도자다.지난해까지는 다소 불운이 따랐다. 에이스 임희정이 교통사고 이후 슬럼프를, 아마추어 절대강자 김민솔은 프로 진출 이후 짧은 방황을 겪었다.하지만 오 단장은 “선수들에게 ‘조급해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충분한 역량이 있는 선수들인 만큼 이겨낼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실전에서 쓸 수 있는 다양한 기술은 물론 멘털 코칭도 아끼지 않았다.구단의 지원에 선수들은 성장으로 화답했다. ‘완벽한 스윙’에 갇혀 있던 김민솔은 다양한 상황에서 샷을 만들어내는 길을 찾으며 정규투어 2승을 올렸다.임희정은 부상 이후 달라진 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