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 사춘기 솔루션] 방문을 걸어 잠그는 아이들
문화 심리학자 김정운은 <바닷가 작업실에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에서 슈필 라움(Spielraum)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슈필라움의 우리말 번역은 ‘주제적 공간’이다. 독일어 ‘놀이(Spiel)’와 ‘공간(Raum)’ 이 결합되어 생긴 단어로 놀이 공간, 나아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율의 공간’을 뜻한다. ‘삶이란 지극히 구체적인 공간 경험의 앙상블’이라고 정의 내린 뒤 ‘공간이 문화’이고 ‘공간이 기억‘이며 ’ 공간이야말로 내 아이덴티티‘라고 못을 박았다. 공간이 있어야 자기 ‘이야기’가 생긴다. ‘자기 이야기’가 있어야 자존감이 생기고 봐줄 만한 매력도 생긴다는 것이다. 나아가 한 인간의 품격은 자기 공간이 있어야 유지된다고 했다. 아이가 사춘기가 되면 자기 방을 고집하고 문을 잠그기 시작하는 것은 주체적 개인으로, 한 사람의 온전한 인격체로 인정해 달라는 인정투쟁의 다름 아니다.
![[내 아이 사춘기 솔루션] 방문을 걸어 잠그는 아이들](https://img.hankyung.com/photo/202103/0Q.25811551.1.jpg)
사춘기의 발달과업인 정체감 형성을 위해서는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다. 단순히 방문을 닫았다는 이유만으로 아이 마음속 폭풍은 짐작도 하지 못한 채 나쁜 짓을 하는지 여부에만 촉각을 곤두세운다면 부모와 자녀 사이의 거리는 가늠할 수 없는 은하수처럼 점점 더 멀어질 것이다.
방 하나도 제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아이들이 주도성을 가지고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들어 가는 모습을 상상하기는 어렵다. 미래를 설계하고 주체적인 삶을 사는 대신 정체감 혼란으로 끊임없이 자신을 의심하며 살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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