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는 양평 용문사의 은행나무이고, 다른 것은 충북 영동에 있는 영국사의 은행나무이다.
양평 용문사의 은행나무는 남자이고, 영국사의 은행나무는 여자이다(?). 두나무를 비교해보면, 남자와 여자의 차이를 극명하게 느낄 수 있다. 양평 용문사 은행나무는 굵고 하나의 줄기가 하늘로 곧게 솟아있다. 마치 어떤 목표를 지향하듯 하늘을 향해 솟아있는 모습을 보면, 나름 멋진 기강을 느낄 수 있다. 반면 영국사의 은행나무는 옆으로 넓게 퍼져있다. 솟아나온 가지가 땅에 닿아서 다시 새로운 개체로 성장하고, 그것들이 서로 만나서 하나의 나무가 되고, 그래서 넗은 면적에 엄청난 나무들이 서로 엉키어서 크게 자라고 있다.
은행나무의 남, 녀가 보여주는 모습은 인간에게도 크게 다른 것 같지 않다. 여기에서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이상하게도 영국사의 은행나무가 좀 더 멋있다고 느끼는 나의 감정이다. 하늘을 향해 독야청청 솟아있는 나무의 모습보다. 옆으로 가지를 치면서 성장하는 나무의 모습이 지금 나에게 많은 것을 전해주는 것 같다.
내가 잘나서, 똑똑해서 가 아니고, 다른 사람의 배려로 오늘 이순간을 잘 지내고 있다는 것을 나무는 나에게 이야기하는 것 같아서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용문사의 은행 나무도 멋지지만, 영국사의 은행나무는 튀려하지 않고, 넓게 무리를 이루어 서로 의존하고 공유하면서 지내는 모습이 편안함으로 내게 다가왔다.
사회 생활도 그와 같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 자신을 분리하려 하지 말고,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함께 이야기하고 의존하며 사이좋게 살아갈 때, 비로서 행복한 직장 생활이 시작되는 것은 아닐까? 자신의 생각과 이익보다 남을 위한 배려와 상대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는 것을 영국사의 멋진 아줌마 나무가 나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조민호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