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은 북한의 비핵화를 둘러싼 한반도의 정세가 요동친 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4월 27일, 5월 26일, 그리고 9월 18일 – 20일 등 세 차례의 문재인-김정은 남북한 정상 회담이 열렸다. 6월 12일에는 김정은-트럼프 북미 정상회담도 열렸다. 1950년 이래 없었던 일이 지난 2018년 한 해 동안 생겼고, 덕분에 북한의 개방이라는 새로운 희망도 생겼다. 그러나 북한의 김정은에 대한 강한 의구심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과연 김정은이 1970년 김일성 이래로 그토록 온갖 고난을 겪어가며 개발한 핵무기를 하루아침에 포기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언뜻 생각하면 해결책은 간단할 수 있다. 북한 정권이 핵무기를 포기하고, 체제를 보장받으면, 남한이나 미국 등의 국제 자본이 북한에 투자하여 경제를 발전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체제보장이 외부적 위협으로부터의 보장은 물론이고 내부적 위협으로부터의 보장도 포함되기 때문에 복잡해진다. 남한이나 미국이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북한에 대한 공격을 하지 않겠다는 온갖 보장을 해줄 수는 있으나, 북한 주민 또는 권력기관의 현 체제에 대한 반발이 일어났을 때 남한과 미국이 어떻게 해야 할 지에 대한 합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 모든 위협으로부터 보장을 받는 수단은 명백하게 북한 김정은 정권의 핵보유이다. 또 다른 방법은 아예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고, 이를 남한의 위협 수단이 되지 않기 위한 방법을 고민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부분적 남북한 합의는 남한으로서는 핵위협은 위협대로 받으면서, 경제적 부담을 져야 한다. 남한이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렇다고 남한도 핵을 보유하려고 한다면 미국을 포함한 주변국들의 견제로 더욱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에 선택지에 들여서는 안 된다. 북한 인민의 입장에서 보면 핵무기를 포기하고 이밥에 고깃국을 먹는 것이 최선이겠으나, 김정은 정권으로 보아서는 자신들의 체제보장 수단을 포기하는 것이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인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북한 현 정권의 보장을 위한 것이라고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나리오 한반도’ 이 책에서도 대 전제는 북한의 핵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되는지 여부이다. 북한의 핵문제가 해결되고, 북한 경제가 개방되어 북한의 내부 화합이 공고하게 되면서 경제발전을 이루는 시나리오를 최상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비핵화된다고 하여도, 무조건 북한의 내부 여건이 좋아지리라는 보장은 없다. 바로 러시아처럼 되는 것이다. 러시아의 개방은 초기에 많은 사람들이 자유 자본주의적 사회로 미국이나 유럽처럼 발전하리라고 사람들은 기대했었다. 오히려 빈부 차이가 지나치게 커짐에 따라 내부 분열이 일어나고 푸틴이라는 시대역행적인 독재자가 출현하였다. 북한이 그렇게 되지 말하는 법은 없다. 현재의 경제 상황으로 보면 북한의 경제는 노동당, 군대 그리고 내각이라는 권력 기관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경제개방 전과 비슷한 경제체제이다. 또한 중국에서 벌어지는 권력기관에 의한 부패의 심화도 우리는 목격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의 핵문제가 남한과 주변국들과 평화롭게 해결되지 않고,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가 지속된다면 북한 경제 발전의 가망은 없어 보인다. 전 지구적으로 촘촘하게 엮인 글로벌 경제체제하에서는 다른 나라와 무역하지 않으면서 발전할 방도는 없다. 인적자본과 천연 자본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미국도 외국에 수출하고 수입하지 않고는 소비와 생산을 유지하기 못한다. 하물며 북한은 개방하지 않고는 김정은이 말하는 ‘이밥에 고깃국을 인민에게 먹일 수 있는 날’은 오지 않는다. 그리고 남한은 북한의 군사적 위협은 물론이고, 경제적 부담까지도 짊어지게 된다. 군사비 지출 증가는 물론이고 북한 주민의 고통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북한이 남한의 부담이 되지 않으면서 서로 상생할 수 있는 길은 북한이 비핵화하면서 경제개방의 활주로에 연착륙하는 길 밖에 없다. 러시아의 경우는 지나치게 개방을 일시적이고 급하게 해서 벌어진 불행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북한의 개방이 현재처럼 지난 70여 년의 세월에 비하면 매우 빠른 것처럼 보이면서, 미래의 눈으로 보면 굼벵이처럼 지지부진해 보이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속도라고 말할 수 있다. 남한은 북한이 발전과 개방의 연착륙을 최선을 다해 도와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한 남한 내의 중요 변수 중의 하나, 아니 오랫동안 갈 ‘상수’로 남한 내의 좌우 갈등이다. 갈등이 없을 수는 없겠지만, 별로 발전적인 갈등이라고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렇다고 갈등이 없는 사회는 없으니, 어쨌든 경제발전 여부만큼이나 남한의 화합 여부가 남북한의 미래를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요소 꼽아야 한다. 산업 인프라가 전무한 북한에 있어 초기 투자환경 조성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곳은 남한이다. 접경국인 중국과 더불어 남한과의 교류가 북한 경제성장에 핵심 동력이 될 수밖에 없다. 남한이 북한을 위해서 준비를 잘해야 한다. 그냥 잘해서는 안되고, 아주 잘해야 남한은 본전이고, 정말 진짜 잘하면 남한에게 대박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결론적으로 보면 북한이 남한의 황금, 대박이 되기 위해서는 남한도 준비를 잘해야 하고, 북한도 남한의 분열이 걱정스러울 수 있다. 마찬가지로 북한도 스스로의 대박경제를 위하여 내부 단결과 외부와의 평화로운 비핵화를 이루기 위한 노력을 하고, 그 성과를 이루어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남북한은 정치적 갈등과는 별도로 순조로운 경제 성장을 위한 방안을 만들기 위하여 경제학자와 기업가들을 발굴하고 키워야 한다. 그렇지 않고 무조건적 경제개방과 시장경제의 효율성을 외쳤던 경제학들을 마구잡이로 채용했다가는 러시아처럼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 알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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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일시 : 2019년 3월 27일 오후 7시 – 8시
장소 : 교보문고 광화문점 세미나룸 ‘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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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신청 : 홍재화 drimtru@daum.net
홍재화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