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비즈니스] 남북마케팅하는 카피라이터
(110-59) 남북교역 : 카피라이터

코트라에 다닐 때 홍보부에 있으면서 카피라이터 교육을 6개월간 받은 적이 있다. 낮에는 업무하면서 밤에 교육을 받는 힘든 과정이었지만, 정말로 재미있게 다녔다. 그러면서 실제 광고업무하며 카피라이팅을 하기도 했고, 몇 몇 신문사에서는 내 카피를 쓰기도 했다. 그리고 남북경협이 재개되는 시점에서 남북한을 연결시키는 카피라이터가 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일 남북한의 언어가 똑같다면 별 흥미가 없겠지만, 상당히 다른 점이 있기 때문에 남북한의 오가는 카피라이터 일은 꽤나 관심을 가져볼 만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이제는 북한에서도 카피라이터들이 일한만한 분위기가 많이 조성된 듯하다.



당선전부 일꾼들, 광고 카피라이터로 변신

장마장 판매대에 광고판 등장당 구호판 제작해온 경험으로 손님들 눈길 사로잡아

 

북한 장마당(시장)에 상품 광고판이 등장했다. 평안남도의 한 소식통은 요즘 시장에 가보면 상품 광고판을 세워놓은 장사꾼이 늘었다상품에 따라 광고판 크기와 내용은 다르지만 손님들 눈길을 끄는 데 효과가 있다고 전했다.소식통은 담배음식 등 일상 소비제품 판매대에 광고판이 가장 많다요즘 손님들은 광고판에 따라 상품 판매대를 선택한다고 말했다. (……) 시장에는 세련된 광고판을 만들어주는 전문 인력도 등장했다. 소식통은 주로 국영 기업소 당위원회 선전부에 소속된 사람들이 장사꾼으로부터 의뢰 받아 광고판을 제작해주고 있다이들은 오랫동안 당의 구호판을 제작해온 경험이 있는터라 눈길을 사로잡는 감각도 있다고 설명했다. 평안남도의 다른 소식통은 북한의 경우 광고 행위가 비사회주의요소로 인식돼 TV에서 상품을 선전하면서도 광고라는 말은 쓰지 않는다그러나 장사꾼들 머릿속에는 이미 광고의 중요성이 깊이 각인돼 있다고 들려줬다. 소식통은 경쟁 탓에 장사꾼들의 광고 방법이 더 치밀하고 교묘해지고 있다현실이 이렇다 보니 당 선전부 일꾼들을 중심으로 조직된 광고판 전문 제작업체까지 등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시아경제, 2018.10.27.)



이제 북한도 많이 변하고 있다. 사회가 변하면 글도 변하고 전달하는 방법도 변한다. 앞으로 남북한 사람들간에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은 광활하게 드넓어 질 것이다. 남북한 소통 매체의 확장은 카피라이터에게 더 많은 매체에 대한 이해력을 요구하는 동시에, 벌어졌던 남북 문화의 차이를 줄이는 시대적 의무를 짊어지게 된다. 갈라져 살아왔던 우리 민족의 아픔과 애환, 그리고 서로간에 품었던 애정, 한민족의 가치관과 남북 문화를 이해하고 그것을 보듬어가며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광고 매체라는 플랫폼을 통하여 표현이 되지만 결국엔 카피라이터의 감성과 이성을 거쳐 나오는 결과물이 서로를 다시 묶어주는 역할이 필요하다. 그런 카피라이터가 나타나야 할 시점이다.



내가 남북한을 연결하는 카피라이터가 되고 싶은 이유는 ‘남북한이 어떻게 변했을까? 남북한을 어떻게 연결시킬까? 남북한 사람들은 어떻게 변했고, 서로를 어떻게 생각할까?’하는 호기심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난 70년동안 격리되어 있으면서 지나치게 심각해져 있는 하나의 민족이면서 두 개의 국가로 살아온 사람들을 장벽 없이 흥겹게 연결시키고 싶다. 내가 비록 코미디언처럼 남들을 웃기지는 못하더라도, 양 측의 사람들이 미소 짖게 하는 글로 수십 년간의 거리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면 내 인생의 크나큰 영광이다. 그런 분위기를 즐기는 사람들하고 편하게 일하면 그렇게 할 수도 있다는 마음도 든다.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나는 주 52시간이 아니라 80시간, 100시간이라도 즐겁게 일하겠다. 일이 즐거우면 따로 취미생활이나 운동도 필요 없다. 그 자체가 삶이 되고 운동이 될 테니까. 물론 나에게는 이문열이나 조정래와 같은 문장력은 없다. 그 분들은 타고난 천재성에 엄청난 노력을 한 결과이다. 그래도 나름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이렇게 건조한 문구도 써보고, 시조 비슷한 형식으로도 될수록 많이 쓰려고 하고 있고, 어쨌든 하루 두어 장씩은 쓰고 있다. 그렇게 해서 내가 생각하는 바, 남북한 사람들이 서로를 생각하고 원하는 바를 눈에 보는 것처럼 쓸 수 있는 기회가 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런 기회가 왔을 때, 모든 사람들이 기억할 만한 ‘딱 한 문구’라도 만들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