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는 덧칠로 그림을 망친다. 선을 그을수록, 색을 얹힐수록 본래 그림에서 멀어진다. 부팅이 느려지는 건 컴퓨터가 과부하에 걸렸다는 신호다. 뭔가 더 얹히면 아예 멈출 수도 있다는 경고다. 그땐 비워야 한다. 비우면 빨라진다. 중언부언(重言復言)은 말에 말을 얹히는 거다. 말에 말을 보태면 잔소리가 된다. 옳은 말도 잔소리다 싶으면 귀를 닫는다.
서평이 베스트셀러를 만든다. 낙양지귀(洛陽紙貴), 낙양의 종이가 귀해졌다. 책이 누군가의 호평으로 잘 팔린다는 뜻이다. 진(晉)나라 문장가 좌사는 어려서는 글을 잘하지 못하고 인물도 변변찮았으나 후엔 붓만 들면 구구절절이 명문이었다. 그가 10년간 가다듬기를 거듭해 위·촉·오 세 나라 도읍의 변화를 묘사한 삼도부(三都賦)를 완성했지만 알아주는 이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장화라는 시인이 그 책을 읽고 대문장가 반고와 장형의 글과 같다고 칭찬했다. 삼도부는 하루아침에 유명해졌고, 당대의 고관대작은 물론 낙양 사람들이 다투어 책을 필사하는 바람에 ‘낙양의 종이값이 뛰어올랐다’(洛陽紙貴).
그러니 저자는 서평에 울고 웃는다. 동진의 문장가 유천은 양도부를 지어 당시 세도가 유량에게 평을 부탁했다. “좌사의 삼도부와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이번에도 사람들이 양도부를 앞다퉈 베껴 종이값이 오를 정도였다. 하지만 당시의 고관 사안은 달랐다. 그의 눈에 유천의 양도부는 반고나 양경부, 좌사의 아류에 불과했다. 그의 평가는 냉혹했다. “(유량의 호평은) 말도 안되는 소리다. 그의 글은 ‘지붕 위에 또 지붕을 얹은 꼴’(屋上架屋)이다. ≪진서≫에 나오는 얘기다.
옥상가옥(屋上架屋), 지붕 위에 또 집을 세운다는 말로 일을 번잡하게 중복해 볼품없게 만드는 것을 비유한다. 옥상가옥은 본래 옥하가옥(屋下架屋)이라 했으며, 지금은 흔히 옥상옥(屋上屋)으로 줄여 쓴다. 형식에 치우친 불필요한 서류, 이중삼중 규제는 대부분 ‘옥상옥’이다.
세상살이에는 ‘단순’의 지혜가 필요하다. 얽히면 무거워지고, 무거우면 느려진다. 비움은 버림이 아니다. 그건 새것을 채우기 위한 공간을 확보하는 일이다. 마음이 무거우면 자꾸 생각을 더하지 말고 짓누르는 뭔가를 내려놓는 게 요령이다. 잔소리는 아쉽다 싶을 때 멈추는 게 지혜다. 좀 빠르다 싶으면 미리 브레이크를 밟는 게 안전하다. 세상에 과해서 덕이 되는 건 아주 드물다.
“한 사람의 인생을 좌우하는 소송을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면 안 된다는 생각만큼은 확고합니다.”강경훈 법무법인 와이케이(YK) 대표변호사(사법연수원 40기·48)는 지난 14일 “전국 분사무소를 ‘체인점’으로 보면 곤란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YK는 요즘 법조계에서 가장 ‘핫한’ 로펌이다. 2020년 법률사무소에서 법무법인으로 전환한 뒤 불과 4년 만에 1500억원대 실적을 내며 7대(연 매출 기준) 로펌에 진입했다. 이 같은 폭발적 성장세에 대형 로펌들은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일각에선 ‘네트워크 로펌’이나 ‘생태계 교란종’이라는 딱지를 붙이기도 한다.그는 이런 세간의 인식에 “‘네트워크 병원’에서 따온 네트워크 로펌이란 용어를 쓰는데, 이는 잘못된 표현”이라며 “YK는 32개 분사무소로부터 로열티를 걷지 않고, 주사무소가 분사무소의 재무·인사·회계 등 일체를 관리하는 ‘원펌(One-Firm)’”이라고 강조했다. 겉으로는 프랜차이즈식 운영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질은 다르다는 얘기다. 오히려 본사 직영 시스템을 취하는 스타벅스와 비슷하다는 설명이다.차별화된 경영 방식 배경에는 남다른 철학이 자리하고 있다. 강 대표는 제대로 된 법률 서비스를 받지 못해 사업 실패에서 일어서기 어려웠던 아버지를 보며 법조인의 꿈을 키웠다. 그는 “아버지가 운영하시던 건설 관련 사업체가 IMF 외환위기 때 부도났다. 변호사 한 번 만나는 게 ‘하늘의 별 따기’던 시절이고, 소송 대응에 큰돈이 들어가면서 가세가 기울기 시작했다”며 “중소·중견기업이 사법 리스크에 얼마나 취약한지 체감했
▶김대흥 한국장류협동조합 전무 별세, 김만철 前 대한토목학회 연구소장·김효선 여성신문사 대표·김홍철 KBS PD 부친상, 변형균 시스트라코리아 부사장 장인상=15일 서울성모병원 발인 17일 오전 10시40분 02-2258-5967▶신욱희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별세, 이영부씨 남편상, 신동훈씨 동생상=16일 분당서울대병원 발인 18일 오전 11시 031-787-1510
한국의 영유아 사교육 시장이 과열되면서 '4세 고시','7세 고시'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하는 가운데 외신도 이를 주목하고 나섰다.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16일(현지시간) "한국의 학업 경쟁이 6세 미만 아동의 절반을 입시 학원으로 몰아넣고 있다(South Korea's academic race pushes half of under-6s into 'cram' schools)"며 최근 발표된 한국의 영유아 사교육 실태를 집중 조명했다.파이낸셜타임스는 한국 교육 당국이 지난 13일 발표한 통계를 인용해 "한국의 6세 미만 영유아 중 47.6%가 사교육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특히, 높은 사교육비 부담이 한국의 저출산 문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파이낸셜타임스는 한국의 '학원(hagwon)'을 "영어, 수학, 과학, 글쓰기 등의 과목을 가르치는 사교육 기관"으로 설명하며, "학원이 한국에서 거대한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고 평가했다.이어 "한국의 부모들은 자녀가 명문대 입시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대기업의 고소득 일자리를 얻기 위해 학원에 의존한다"고 분석했다.최근 한국에서는 명문대 입시뿐만 아니라, 영유아 대상 사교육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영어 유치원' 입학을 위한 레벨 테스트를 준비하는 현상이 심화되면서, 부모들 사이에서 '4세 고시·7세 고시'라는 용어가 등장했다.파이낸셜타임스는 "사교육 연령이 점점 낮아지면서 부모들의 경제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높은 사교육비가 출산 기피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이 매체는 "학업 경쟁의 압박이 한국의 인구 구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한국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75명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