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기업경영에서 차별화와 저원가, 질과 양, 매출과 이익 등 서로 상반되는 두 가지 중에 과연 어느 쪽에 더 집중해야 할지를 고민하게 되는데, 이때 양자택일식 경영을 거부하고 모순되는 요소를 함께 추구하는 경영이 패러독스 경영이다. 즉, ‘OR(선택)’이 아닌 ‘AND(나열)’ 이어야 한다.
양 경영은 계수 중심의 목표 달성을 추구한다. 따라서 과도한 양적 목표로 인해 밀어내기 영업이 관행화되고, 품질·서비스에 문제가 생기며 브랜드 가치가 떨어진다. 하지만 질 경영은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 사고와 경영방식을 과감히 버리고, 제품의 질과 서비스 가치를 높이는데 초점을 맞춘다.
그럼, 질 경영만 잘하면 되는 것일까? 아니다. 강소기업이 되려면 질도 양도 다 중요하고 동시에 달성해야 한다. 질 경영이 잘 이루어지면 양 경영은 저절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양적 성장이 따라주지 않으면 기업 성장은 어렵다.
마찬가지로 매출이 더 중요한가, 아니면 이익이 더 중요한가를 놓고 고민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강소기업은 역시 매출과 이익 둘 다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어야 한다.
혁신적 차별화를 이루면서도 효율적으로, 고품질이면서도 보다 저렴하게, 이익 성장을 이루면서도 매출 성장을 달성하는 등 어느 한쪽을 포기하지 않고 동시에 추구하여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것이 바로 패러독스 경영의 목표다.
즉, 서로 모순되고 상충되는 요소를 이분법적으로 선택 경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잘 조화시켜 나가는 패러독스 경영이 중소기업을 강소기업으로 만들어 준다.
그리고 이러한 경영은 중소기업 혼자서는 불가능하다. 대기업 또는 다른 중소기업과의 끊임없는 상생협력과 협업이 있어야만 중소기업이 갖는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어 작지만 강한 기업이 되는 모순을 극복하고, 경쟁력 있는 강소기업으로 만들어갈 수 있다.
한편, 상품개발은 패러독스경영과는 다르다. 상품개발은 ‘AND(나열)’가 아닌 ‘OR(선택)’ 이어야 한다. 선택은 중요한 것 이외의 것을 과감히 버리는 일이다. 하지만 선택에는 책임이 발생하기 때문에 실무자들은 위험을 회피하려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다기능 제품을 만든다. Line up 모델 수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무절제한 Full Model 구성으로 비효율을 자초한다.
하지만 이렇게 상품개발을 하면 주목받은 브랜드가 될 수 없다. 모든 사용자의 다양한 니즈에 대응한다는 대의명분은 상품개발에 주장이 없고 특징이 없음을 의미한다. 특히, 중소기업은 다기능으로 인한 생산성 저하, 원가상승을 감당 못해 기존 사업에도 부정적 영향을 준다.
기능이나 성능을 너무 많이 넣으면 그들 요소가 서로를 죽인다. 무리하게 강조하는 요소가 많으면 콘셉이 명쾌하지 않고, 포지셔닝이 잘 되지 않으며, 세련되지 않은 상품이 된다. 디자인도 마찬가지로 이것저것 다 갖다 붙이는 나열식 디자인이 아니라 전략적 선택이 필요하다. 나열은 저품질, 과당경쟁, 저이익으로 이어진다.
나종호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한국강소기업협회 상임부회장(경영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