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를 추진하다 보면 처음과 달리 그 프로젝트가 완성돼도 별로 효과가 없을 것 같은데, 지금까지 투자된 비용 때문에 포기를 못하고 계속 진행을 하게 된다.
영화표를 사서 영화관에 갔는데, 영화가 재미없지만 표값이 아까워 끝까지 영화를 보며 소중한 시간을 낭비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사업이 시간이 지나면서 잘못됐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미 투자된 비용이나 노력 때문에 그 정책을 쉽게 포기하지 못한다. 4대강 사업, 새만금 간척사업 등이 바로 그런 경우다.
매몰비용(Sunk cost)이란 이미 지불하고 난 뒤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이다. 사람들은 지금까지 들어간 매몰비용이 아까워 사업을 포기하지 못하고, 혁신을 주저하고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한다. 결국, “본전생각” 때문에 계속해서 손실을 감수한다. 이것이 매몰비용의 함정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매몰비용의 함정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게 되는 것일까? 그것은 자신이 투자한 돈이나 시간이 손실로 처리되는 것을 심리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워 손해를 볼수록 합리적 선택이 아닌 감정적 선택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 심리 때문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러한 매몰비용 효과를 마케팅적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마일리지 프로모션을 전개하면 쌓인 마일리지를 포기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해당 제품을 반복해서 구매하게 된다. 특히, 장기간 교육을 받아야 하는 경우, 자신이 투자한 시간이나 횟수를 간단한 앱을 통해 확인할 수 있게 하면 그동안 자신이 투자한 시간과 노력이 아까워 쉽게 포기하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사업을 하면서도 이러한 매몰비용의 함정에 빠져 과거의 경영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혁신을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과감히 버리고 없애는 것이 혁신의 시작이다. 특히, 미래에 대한 의사결정을 할 때는 과거에 발생한 매몰비용을 고려하면 안 된다.
이미 투자한 비용을 포기하는 것은 고통이고, 내부적으로 많은 비난을 받을 수도 있지만 리더는 이것을 과감히 버릴 줄 알아야 매몰비용 이상의 기회와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즉, 매몰비용 포기를 주저하는 비합리적 의사결정이 혁신의 걸림돌이 되는 것이다. 그것은 기업이나 정부, 모두 마찬가지이다.
나종호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한국강소기업협회 상임부회장(경영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