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마케팅) 타켓시장이 스스로 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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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마케팅을 하려면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들이 많다. 그래서 전략을 짜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 중에서도 어느 나라의 어떤 유통경로를 통해서 팔아야 할까도 많이 고민되는 사항이다. 그래서 시장세분화는 어떻게 해야 하고, 제품 구성은 어떻게 해야하고, 가격은 어떻게 해야하고 등등에 대한 마케팅 전략을 짜기에 부심한다. 그런데 또 그렇게 열심히 생각을 많이 했다고 해서 그대로 가는 경우도 별로 없다. 물론 잘 짜인 마케팅 전략은 여기저기 헛 돈이나 헛구고를 들이지 않고 적은 비용으로 성공을 거둘 수도 있다. 그래서 계획을 잘 짜는 것도 중요하다. 계획대로만 된다면 말이다.
그런데 시장이라는 것을 어떻게 보면 장사꾼이 손님을 찾아가기 보다는 손님이 장사꾼을 찾아와서 사는 곳이다. 사람들이 동대문시장으로 가지, 동대문시장이 사람을 찾아가지 않는다. 돈암시장에 동네 사람들이 와서 사지, 돈암시장이 동네사람들에게 가지 않는다. 그러니까 중요한 것은 일단 어디든 좌판을 깔아놓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그럼 그 시장이 크든 작든 손님들이 와서 구경을 하고 사든 말든을 정할 수있다. 그리고 동대문시장이라고 해서 한국사람만 오는 것도 아니다. 중국사람도 오고, 일본사람도 오고, 심지어 우즈베키스탄사람도 와서 산다. 우리는 그걸 보따리장사라고 한다. 돈암시장도 마찬가지다. 돈암동 사람들만 오는 게 아니다. 은평구사람도 와서 술마시고 가고, 족발을 사가고, 감자탕와서 먹고 간다.
내가 1997년에 처음 인터넷 홈 페이지를 만들었을 때 발가락 양말을 팔 수 있는 곳은 일본이나 기껏해야 아시아정도로만 생각했다. 왜냐하면 아무래도 발가락양말을 신는 사람은 일본사람과 한국사람만 신는다고 생각했고, 그 때에 싱가포르에 수출하고 있었으니까 비슷한 태국이나 말레이시아정도에는 팔 수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다. 그런데 정작 연락을 온 곳은 핀란드, 노르웨이, 호주와 독일이었다. 그리고 한참 지나서 미국 바이어를 만나기 위하여 라스베가스 매직쇼에 나갔을 때에 엉뚱하게도 일본 바이어를 미국에서 만났다. 그러고보니 어디를 가든 항상 예상치 못한 사람을 만난다. 그리고 거의 항상 나는 앉아있고, 바이어는 걸어 들어와서 만났다. 전시회가 그랬다. 부스를 차려놓고 있다보면 전혀 처음보는 사람이 들어와서 구경하고 이건 어떻고 저건 어떻고 수다를 떨다가 그냥 가기도 하고 바이어가 되기도 한다. 시카고사람은 그냥 가고 샌프란시스코사람은 거래처가 되었다. 내가 시카고에 팔고 싶다고 시카고 사람들이 엄청 들어와서 사는 게 아니었다. 시장개척단도 호텔에 테이블펴놓고 기다리다 바이어를 만났다. 내가 바이어를 직접 가서 만난 것은 해외에 세일즈 출장을 갔을 때 뿐이었다. 그러니까 해외 시장에서 바이어를 만나는 것도 결국은 좌판을 깔아놓고 기다리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내가 기다리던 엄청 큰 바이어보다는 고만고만한 사람들이 들어와서 거래를 조그맣게 시작하다가 누구는 금방 끝나고 누구는 10년이상 거래를 하였다.
그리고 나는 그들이 요구하는 대로 양말을 만들었고, 그들의 시장에 맞추도록 노력했다. 노란 색 양말도 만들고, 초록 색 양말도 만들고, 스타킹같은 양말도 만들고, 아기용 양말도 만들었다. 그럼 그들이 가져가서 잘 팔기도 하고 그대로 묻혀버리기도 했다. 애초에 내가 생각했던 일본과 동남아 시장은 그리 커지지 못했고,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던 미국과 유럽이 주 타켓시장이 되버렸다. 그럼 왜 난 내 계획대로 하지 못했을까? 실제로 내 계획대로 되었다면 난 여전히 그저 그런 검은 색 무좀양말이나 팔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시장은 나에게 예상보다 훨씬 다양하게 물건을 만들게 했고, 더 많은 나라에 팔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그건 내가 계획을 잘 짜고 타켓시장을 정확히 잡아서 그런 것이 아니라, 순전히 여기저기 좌판을 많이 벌리면서 장사를 했기 때문이다. 라스베가스박람회, 뉴욕박람회, 동경박람회, 샌프란시스코 지사화업체 신청, 인터넷 홈 페이지 개설, 야후 및 구글 키워드 광고, 세일즈 출장, 그리고 주요 검색 포털 일일이 손으로 치면서 검색사이트에 첫 페이지에 최상위에 오르도록 했기 때문이다.
작살을 잘 던져서 한번에 물고기를 잡는 낚시꾼이라기 보다는 여기저기 줄을 쳐놓고 기다리는 거미와 같은 방법을 쓴 셈이다. 그러다 보니 우연히 걸리기도 하고, 내가 예상했던 곳에서 잡힌 바이어도 있고, 거의 잡았다가 놓친 바이어도 있었다.
거미줄을 잘 치는 법 :
1. 일단 인터넷에 거미줄을 잘 친다 (홈 페이지)
2. 업체들이 참가하고 싶어하는 박람회에 참가한다
3. 타켓시장으로 가는 시장개척단을 찾아본다
4. 크든 작든 가능한 한 내 명함과 카다로그를 뿌릴 수 있는 곳을 찾는다